윤희숙 의원의 공공의대에 관련한 페이스북 글

 

 

윤희숙 의원의 공공의대에 관련한 페이스북 글

 

 

 

임대차 3법과 관련한 소신발언으로 유명한 윤희숙 의원님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합니다.

피포위 의식이란 말을 처음 접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저또한 어느정도 공공의료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처리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전문가 집단을 포함하여 천천히 의논하고 그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합니다.

 


 

 

 

 

양극화와 사회통합, 4차산업혁명 앞에서 다른 선진국과 달리 왜 우리 정부는 교육개혁과제를 일부러 외면하는 것처럼 이렇게 무감하고 무반응인 걸까요.

제가 보기에는 교육을 교육 그 자체로, 즉 아이들이 행복하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기 위한 지원 시스템이자 기본권의 보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정치 세력을 영속화시키기 위한 정치수단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점은 지금의 정부와 의료계간 갈등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의대정원증원이야 지난 20년간 꾸준히 의제가 돼왔지만, 아직도 일도양단의 답을 말할 수 있는 전문가는 거의 없습니다. 인구대비 의사수나 고령화로 증원 필요 논리도 강하지만, 의사의 노동강도나 직종 내부의 분배, 의료시스템과의 상호작용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정책 전문가들은 현재 이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문제를 코로나 위기 한가운데서 제기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공공의료인력이 부족하다구요? 어차피 지금 무언가를 바꿔도 그 인력이 일을 시작하기까지는 10여년의 세월이 걸립니다. 코로나 위기를 합심해서 대처한 이후에 차분히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굳이, 안그래도 죽을 둥 살 둥 의료현장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이들을 토끼몰듯 몰아가면서 밀어붙이는 게릴라 전법은 정권 내에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공공의대 설립 이슈 때문일 것입니다. 공공의대는 선거용 지역공약으로 인기가 있는 아이템이라 어공들에게 항상 매력적이었고, 보건복지부 늘공들도 퇴직 후 번듯한 자리들을 제공해줄 아이템으로 과거 여러차례 만지작거려온 이슈입니다. 그러나 숨겨진 가장 중심 목표는 이 정부의 핵심들이 본인들의 정치적 지향을 어린 나이부터 주입시킨 의사인력을 길러 의사직종에서 이반시킨 후 의료정책 분야의 정부군으로 쓰겠다는 의지입니다.

정치세력이 효과적으로 정치하겠다는데 무엇이 문제냐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전문직은 직종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역할을 어느 정도 하지만, 그 직종의 윤리와 지식을 지키고 전수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사회에 복무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전문직종이 그역할을 잘하게 하기 위해 지원하고 대화하는 한편, 때로 규제하고 갈등하지만, 본인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전문직의 교육과정 자체를 점령하겠다는 것은 경악스러운 발상입니다.

이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시민단체 추천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시민단체가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선하기만 한 존재라는 믿음을 가진 국민은 드뭅니다. 문재인 정부의 2중대로 맹활약하는 행태를 최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시민단체 추천을 의대입시에 끼워넣을 생각을 했다는 것은 의학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고 본인들의 정치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에 온 신경이 다 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얼마전 이코노미스트지가 문재인 정부의 피포위의식(siege mentality)을 지적했습니다. 피포위의식은 사방이 적대적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나는 어떤 행동을 해도 정당하다는 의식에 젖어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권력에 맞서 싸우던 소수 운동권 학생들이었다면 그래봤자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되겠지만, 나라를 경영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정부여당이 이런 의식에 젖어 있다면 공동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기 딱 좋습니다. 교육은 백년대계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국민을 준비시킬 통로이고 전문직을 전문직답게 길러내는 불가침의 영역이어야 합니다. 이점을 배반하고 파벌로서만 행동하는 정부가 정부로 대접받아야 할까요?

파업에 대해 지금 취해야 할 방향은 명확합니다. 코로나 종료 이후 (중지가 아니라) 원점에서 논의하겠다고 약속하고 전공의들이 코로나 전선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더 큰 숙제는 교육을 본인들의 정치자원으로 활용하는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입니다. 파업 의사들과 달리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는 교섭역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꼼짝없이 볼모잡힌 셈입니다. 나라의 미래도 같이 볼모 잡혔습니다. 특정 세력의 득세를 위한 논리가 공적인 교육과정에서만큼은 침투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개혁을 위한 고민을 국민이 주도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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