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원 중 협진 (컨설트) 시스템
병원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병원에 입원하는 창구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외래를 통한 입원, 응급실을 통한 입원입니다. 정말 드물게 사전에 이야기가 된 경우라면, 병원에서 병원으로 전원하면서 입원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입원을 한다는 것은 한 가지 진료과에 입원한다는 의미입니다. 주로 주진단에 맞는 과에 입원합니다. 예를 들어 간에 문제가 생겨 입원하면 소화기내과로, 심근경색이라면 심장내과 앞으로 입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환자는 한 가지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 대학병원 혹은 종합병원에는 여러 진료과가 존재합니다. 서로 다른 진료과끼리 소통하는 시스템이 바로 협진(컨설트) 시스템입니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협진 시스템에 대해 살펴봅시다.
1. 입원 중 외래 진료를 대체하는 협진
만일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A 환자분을 예로 들어봅시다. 심장내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에서 이실하여 입원 중입니다. 그런데 핸드폰으로 문자메세지가 옵니다. 내일 내분비내과의 외래 진료 예약일이라는 메세지 입니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시간에 맞춰 병실복을 입고 외래 진료실로 찾아가는 환자분도 있는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냥 병동 주치의 선생님께 이야기 하면 됩니다. 그러면 주치의 선생님이 협진의뢰를 신청할 것이고 그것을 본 내분비내과 교수님이 직접 병동으로 찾아오실 것입니다. 그러면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이 환자분이 심근경색으로 입원하셨다는 사실을 담당 교수님이 알 수 있고 또 입원 중 상황에 따라 약을 변경하거나 중단할 것이 있다면 조치해주실 것입니다.
2. 타과 진료를 위한 협진
만일 심근경색으로 입원 중인 A환자가 밤에 이상한 말을 합니다. 귀신이 보인다고 소리치고 수액줄을 강제로 뽑으며 난리를 칩니다. 옆에서 간병중인 가족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약해진 상태에서 갑자기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섬망'인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응급조치는 병동 주치의가 할 수 있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 협진을 합니다. 그러면 정신건강의학과 컨설트 담당 전공의 혹은 교수님이 해당 환자를 찾아와 진료하고 치료를 해줍니다.
당뇨조절이 너무 안되어 내분비내과로 입원 중인 B환자가 갑자기 한 쪽 팔다리가 마비가 되고 말이 어눌하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급성으로 뇌경색이 온 것 같습니다. 이 경우에도 신경과에 협진의뢰를 하여 응급으로 신경과 진료를 볼 수 있습니다.
폐렴으로 입원 중인 고령의 C 환자가 밤에 화장실을 가다가 넘어졌습니다. 머리를 부딪히진 않았지만, 다리를 못움직이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이럴 때도 정형외과에 협진의뢰를 하여 진료를 볼 수 있습니다. 정형외과 진료에 필요한 몇 가지 엑스레이를 촬영한 후 고관절 골절로 진단되었습니다.
3. 검사 및 시술 의뢰를 위한 협진
입원 중 필요한 검사를 할 때 협진의뢰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석을 시작하기 위해 입원한 D 환자가 빈혈이 매우 심각한 상태로 확인되었습니다. 속쓰림도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 신장이 좋지않아 빈혈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요독으로 인해 출혈성 경향이 짙어진 상태에서 위궤양 등의 위장관 출혈로 빈혈이 악화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위내시경 검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럴 때 소화기내과에 의뢰하여 위내시경 검사를 부탁할 수 있습니다.
고령의 환자 E는 척추관 협착증으로 다리가 너무 불편하고 걷기가 힘들어 수술을 위해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전신마취를 견딜 수 있는지 심장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심장초음파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럴 때 심장내과에 의뢰하여 심장초음파 및 전신마취 수술 가능여부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얼굴에 황달이 생겨서 내원한 환자 F 는 CT 를 촬영해보았더니 췌장암이 발견되었습니다. 췌장암이 담관을 막아 황달이 생겼던 것입니다. 담즙이 내려가는 길이 막혀있으니, 급한대로 밖으로 담즙을 빼내는 시술을 해야합니다. 이럴 때 영상의학과 중재시술을 담당하는 교수님께 의뢰하여 관을 삽관하는 시술을 협진의뢰할 수 있습니다.
4. 기타 진료 지원에 대한 의뢰
진료나 시술에 대한 협진 외에도 영양팀에 의뢰하여 환자의 영양상태를 평가하고 필요한 영양 칼로리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당뇨나 만성신부전 등 질환별 영양교육을 의뢰할 수 있습니다. 약제부에 의뢰하여 약제에 대한 교육 및 약물 식별, 약물 상호작용, 부작용 평가 등을 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