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영원한 것은 없다.
60대 남자분입니다.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인해 투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년전 다른 병원에서 주 2회로 투석을 시작하신 후 본원으로 전원오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절대 없듯, 그나마 남아있던 콩팥 기능도 소진되었습니다. 3개월마다 촬영하였던 흉부 X선 검사에서 심장의 그림자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매달 하는 혈액검사에서도 이상징후가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인조절이 잘 되지 않아 점차 인을 낮추는 약의 갯수를 늘려나갔습니다.
"이제 투석 2회로는 부족합니다. 세 번으로 늘려야 합니다."
"처음에 투석했던 병원 교수님은 두 번으로 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몇 번이나 투석 전/후로 조용한 진료실에서 만나 투석 횟수를 늘려야한다고 강변하였으나, 주 2회 투석을 유지하고 싶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또 종사하는 일의 특성상 주 3회 투석을 도저히 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지만, 심장크기는 여전히 큰 상태이며, 혈압도 상승하였습니다. 간간히 숨이 차다고 중간에 오셔서 투석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투석시간 자체가 부족하였음에도 최대한 한정된 투석 시간동안 수분을 많이 제거해 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수분을 많이 빼려고 하면 투석 후반부에 극도로 힘들어 하셨습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혈압이 떨어지기 마련이나, 특이하게도 이 분의 경우 투석 후반부에 혈압이 오히려 급상승하여 극심한 두통도 호소하였습니다. 이런 기분나쁜 증상들이 자주 생겨나자 더더욱 투석 시간을 줄이려고만 하셨고 체중을 빼는 것도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투석 시간을 늘리는 것 (= 투석 횟수를 늘리는 것) 만 제외하고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심장내과와 호흡기내과에 협진하여 심장과 폐에는 문제가 없는지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 심장 대동맥판막 협착이 매우 심한 상태로 확인되었습니다. 대동맥판막 협착이 심한 경우 몸의 수분량에 따라 혈압이 급격히 하락 또는 상승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다른 중증의 대동맥판막 협착이 있었던 투석환자분도 투석 중 혈압의 변동이 매우 심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래서 투석 중에 수분을 많이 제거하려 했을 때 매우 힘이들고 혈압도 급변했었던 것 같습니다.
국내 굴지의 모 대학병원에서 대동맥판막 협착에 대해 시술을 받은 이 후 다시 투석실로 복귀하였습니다. 시술 후에는 확실히 혈압이 전보다 안정적인 모양새입니다. 투석 후반부에 많이 힘들어하지도, 혈압이 급상승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호흡곤란은 있다고 합니다. 시술을 받았지만 호흡곤란은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건체중을 더욱 감량하고 있던 중 주말 새벽, 숨이 차서 응급실 통해 입원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에 입원한 곳은 처음 투석을 시작했던 그 병원입니다.
입원해서 한 일은? 매일 투석하여 수분을 빼냈습니다. 건체중만 4kg 이상 줄였습니다.
다른 시술이나 수술없이 건체중만 줄였음에도 호흡곤란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입원 중 교수님과의 대화를 환자분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왜 일주일에 두 번만 투석하셨어요?"
"아 교수님이 처음에 두 번만 해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하... 그때는 시작할 때였고, 이제는 투석 세 번해야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