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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실 이야기] 발치 후 출혈 (투석 환자 치과 치료 시 주의 사항)

손닥터 2024. 5. 9. 18:00

신장이 좋지 않은 분들, 투석받으시는 분들은 피가 날 수 있는 치료를 받은 후 지혈이 잘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합니다. 요독이 혈소판의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나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복용 중일 수 있어 더 지혈이 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도 본인이 만성콩팥병인 줄 모르고 계시다가 지혈이 잘 안되어 검사를 받게 되었고 그제서야 콩팥 기능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투석을 시작하신 분도 있습니다.

 

최근 투석하시는 분 중에서 치과 발치 후 지혈이 안되어 큰 곤란을 겪었던 분들이 몇 분 계셔서 간략하게 그 사례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pixabay image

 

#1. 

직장을 다니시고 야간에 투석을 하러 오시는 젊은 투석환자분입니다. 우측 턱이 부어있어 여쭤보니 오후에 발치를 했다고 합니다. 아스피린을 드시는 분도 아니고 시술 후에도 지혈은 잘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출혈 위험성이 있어 헤파린을 사용하지 않고 일단 투석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뒤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입안 가득 선지 같은 응고된 피떡이 선혈과 같이 계속 입밖으로 나왔습니다. 출혈부위를 정확히 맞춰 거즈를 대고 꼭 깨물게 하여 압박을 한 뒤 겨우 지혈은 되었으나 완전히 지혈되기 까지는 수시간이 걸렸습니다.

 

#2. 

투석시간에 맞춰 투석을 하러오신 분입니다. 자연스레 인사를 하고 자리를 안내해드렸는데, 어딘가 표정이 다급해보입니다. 이상하게 턱이 부어있고 말씀을 못하십니다. 입을 손으로 가리키며 뭐라고 말씀을 하시려고 하는데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펜과 종이를 가져다 드립니다.

종이에 급하게 "치과치료", "피" 두 단어를 적으시네요.

'아 어제 치과 치료를 받으셨는데 출혈이 심하시구나.'

입안을 보니 거즈와 피떡이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슬금슬금 출혈이 생겼다고 합니다.

"치과 치료받을 때 투석받으시는 거 알려주셨죠? 아스피린도 드시는 것도 알려주셨죠?"

"다 이야기 했지."

그럼에도 치료를 진행한 것을 보니 출혈 위험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시술이었나 봅니다.

하필이면 오늘이 휴일이라 치료 받았던 치과는 문을 닫았습니다.

급하게 휴일 진료를 하는 치과를 알아보고 안내를 드렸습니다.

간단히 치료를 받고 지혈이 다 되어 다시 투석실로 오셔서 무사히 투석을 진행했습니다.

 

#3.

며칠 전 발치를 하셨던 분입니다. 아스피린도 시술 전에 알맞게 중단 하였고, 시술 후에도 지혈도 잘 되었던 분입니다. 그런데 투석 중 발치 부위에서 출혈이 생겼습니다. 거즈로 압박하였으나 지혈이 되지 않고 출혈량도 상당하여 투석을 중단하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치료 대기 중 어지럼을 느끼고 쓰러졌습니다. 출혈로 인한 빈혈이 심하여 입원하였고 현재는 잘 치료되어 퇴원한 상태입니다.

 

 

 

 

안전한 치과 치료를 위해 해야할 일

 

그렇다면 출혈을 예방하고 안전한 치과 치료를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1. 치과에서 치료 상담을 할 때 본인이 투석을 받는 중이라는 점과 다른 기저질환, 복용약 중 출혈가능성이 있는 항혈소판제(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등), 항응고제(와파린, 엘리퀴스, 자렐토 등) 등의 정보를 알려야 합니다.

 

2. 또한 투석실 담당 주치의 선생님께도 치과 치료 계획을 알려서 '치과 치료가 가능한 건강 상태인지', '치료 전 미리 중단하거나 조심해야할 약은 없는지', '미리 조치해야할 다른 사항은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경우 치과에서 이런 사항들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투석실로 소견서 등의 서류를 요청할 것입니다.)

 

3. 출혈이 있을 수 있는 시술을 받을 때 가급적이면 투석을 안하는 날로 잡으시면 좋습니다. 불가피하게 투석일과 겹친다면, 계획된 치료 날짜를 투석실에 미리 알려서 투석 스케줄을 변경하거나, 투석시 헤파린을 쓰지 않는 방법 등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4. 치과 치료 후 아마도 치과에서는 소염진통제나 항생제 등의 약제를 처방해 주실 것입니다. 사전에 협의된 약이 아니라면, 처방 받은 약제 (혹은 처방전, 약봉지 등) 을 투석실로 가지고 오셔서 복용 가능한 약인지, 용량 조절을 해야할 필요는 없는지 투석실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하십시오.

 

5. 마지막으로 치과 치료 전 미리 중단했던 약 (아스피린 등) 이 있다면, 언제 다시 복용을 시작해야 할지 투석실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하시면 됩니다. 보통 지혈이 잘되었고 출혈이 없는 상태라면 가급적 빨리 복용을 다시 시작하도록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