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은 참 어려워
"복통"은 참 어려워
다양한 외래 환자분들 중에 배가 아파 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질환이 복통입니다. 너무너무 많은 질환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단순 위염부터 암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어렵습니다. '명의'와 '돌팔의' 사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넘나들게 됩니다. '복통의 진단학' 이라는 책을 끼고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70대 여성분이 내원하였습니다. 왼쪽 아랫배에 복통이 있다고 합니다. 오른쪽 배에는 충수도 있고 맹장도 있고 간도 있고 쓸개도 있어 복잡하지만, 왼쪽 배는 별 장기가 없습니다. 일단 왼쪽이라하니 우선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통증이 1달전 부터 생겼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자다가 배가 너무 아파서 잠에서 깨어나 잠을 설쳤으며 응급실에 갈까 고민하다가 동네 병원에 가서 약을지어 드셨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복통이 계속되자 여기에 오신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심상치 않음을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우선 복부 진찰을 해봅니다. 장음은 정상적입니다. 그런데 왼쪽 복부의 비교적 분명한 압통이 있고 특징적으로 왼쪽 다리를 들때 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다리를 들어올릴 때 사용하는 근육이 복부에도 연결되어 있는데, 그 부분이 자극을 받으면 다리를 들 때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혹시나 왼쪽 콩팥의 요로결석의 가능성은 없을까 해서 바로 초음파를 확인하였으나, 콩팥 모양은 정상이었고 요관결석의 가능성도 적어보였습니다. 아무래도 CT 를 찍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침 금식 중이어서 바로 CT 를 찍어보자고 설명드렸습니다. 콩팥 모양을 보니 신기능에도 큰 이상이 없을 것 같아 조영제를 사용하여 CT 를 촬영할 것입니다.
CT 에서 복부 대동맥 왼편으로 괴사를 동반한 림프절이 여러개 커져 있습니다. 이 부분이 왼쪽 요근(psoas muscle) 에도 맞닿아 있는데, 이때문에 복통이 생겼고, 특히 왼편 다리를 들 때 극심한 통증을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과연 이것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암일까요? 결핵일까요? 이부분은 조직검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조직검사가 가능한 상급병원으로 전원 의뢰를 드렸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반나절만에 이루어졌습니다. 복통은 정말 어렵고 조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