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나도 검은변 봤는데?

어느 금요일 점심 시간, 투석실 회진을 돌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A 환자분의 앞을 지날 때였습니다.

“주말 잘 보내고 오세요. 체중 조심하시구요.”

“주말에 내 생일이 있어서 아마 많이 먹을 것 같아. 허허. 내일 자식들도 다 온다니까. 체중 많이 늘까봐 걱정이네. 허허”

“생일이면 뭐 어쩔 수 없긴한데, 그래도 지혜롭게 잘 골라서 잡수세요. 하하”

이렇게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 다음 환자로 이동하였습니다. B 환자분의 앞을 지날 때였습니다.

“이번 주 별 문제 없으셨죠?”

“네 별문제는 없었어요. 그런데 변이 검은색으로 나와요.

“(헉) 대변색이 검은색이에요!?”

대변색이 검다고 하면 사실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위장 출혈일 때 변 색이 검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B 환자분은 최근에 투석을 시작하신분이어서 하나씩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혈압과 심박수입니다. 만약 정말 출혈이 지속되고 있다면 평소보다 혈압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혈압보다도 더 우선적으로 심박수도 빨라집니다. 출혈로 인해 혈액량이 부족해지면 이를 보완하기위해 심장이 빨리 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B 환자분은 혈압도 전과 다름없고 (약간 높은 듯) 심박수 또한 정상입니다. (오히려 느립니다.) 물론 혈압약 중에 심박수를 낮추는 약들이 있어 해석에는 주의해야합니다.

또 위장 출혈이라면 가장 큰 원인은 위 궤양입니다. 위 궤양에서 나온 출혈이 위장관을 거치면서 소화가 되어 검게 바뀌는 것입니다. 위 궤양이 있으면 상복부에 통증이나 속쓰림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혈액이 위에 고이면 메슥꺼리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쭤봅니다.

“속쓰리거나 울렁거리진 않으시고요?”

“그런 증상은 전혀 없어요.”

약제를 살펴봅니다. 훼로바유 라는 경구 철분제를 복용 중입니다. 철분제 때문에 변이 검게 보일 수 있습니다. (또 벨포로나 네폭실 같은 인약은 철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변이 검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 분은 투석하신지 얼마되지 않아 약제 부작용에 대해 익숙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우선 진정한 위장 출혈은 아닐 것 같아서 철분제를 중단하고 대변색깔을 관찰하기로 합니다. 또 투석 중 혈압저하나 심박수 증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모니터링 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이동하려는 찰나, A환자분이 다시 물어봅니다.

“어? 나도 검은변 보는데요?”

“(앗?) 네 정말요?

그 이야기를 듣고 차트를 보니 이럴수가. 평소보다 혈압이 낮은 듯 합니다. 평소보다 심박수도 빨랐습니다. 너무 느낌이 안좋습니다. 약제 중에서도 철분이 함유된 약은 없습니다.

“빨리 혈액검사를 해서 빈혈 수치를 체크해볼게요!”

투석 중이긴 하지만 빠르게 채혈해서 확인해보았습니다. 2주전 정기검사때는 빈혈 수치가 10.7 이었습니다. 지금은 7.5 로 나옵니다. 그 사이에 혈압을 체크해보니 역시나 더 떨어집니다.

“아… 출혈이 맞는 것 같아요. 이거 아쉽지만 생일 잔치는 미루셔야겠는데요? 생일도 중요하지만 이거 치료하는게 더 중요해요. 투석을 중단하고 빨리 응급실로 가시는게 좋겠어요!”

아쉬운 표정으로 집에 전화를 하십니다.

응급실에서 응급으로 내시경을 받은 후 위 출혈을 확인하고 지혈치료를 받았습니다. 며칠 입원 후 회복되어 다시 투석실로 잘 오셨습니다. 비록 그 날 생일 잔치는 못하셨지만, 지금도 건강하게 투석 잘 받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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