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투석하는 과정 상세한 설명

막상 투석을 처음 시작한다고 하면 막막할 것입니다. 투석이라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본 적도 없고 자세히 생각해볼 기회도 별로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환자분의 입장에서, 밀접한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투석 과정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투석 과정을 제대로 알면 투석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선입견을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투석 시간과 횟수

기본은 1회 4시간씩 주 3회를 합니다. 즉 1주일에 12시간 하는 것이 표준입니다. 옛날부터 적절한 투석시간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수없이 많은 시도를 해본 결과 1주일 12시간이 표준이 되었습니다. 최소 12시간은 해야 노폐물이 제대로 제거되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환자분의 상황에 따라 1주일 12시간 보다 더 적게 또는 더 길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 3회, 4시간씩 투석을 시행하므로 2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월/수/금 또는 화/목/토 를 하게됩니다. 두 가지 스케줄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단, 일요일은 투석이 없습니다. (보통 일요일은 투석실이 쉽니다.) 하지만 명절이라도, 공휴일이라도 일요일이 아니라면 투석실은 쉬지 않습니다.



투석실 도착 후 체중측정

환자분들마다 투석 시간이 다릅니다. 투석실 마다 정해진 시각에 일제히 투석을 시작하는 곳도 있고, 환자 붙이 도착하는대로 투석을 시작하는 곳도 있습니다. 투석실로 오시면 탈의실에서 환의로 환복을 합니다. 그리고 체중계에 올라가 체중을 잽니다. 체중은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마다 기준 체중이 있습니다. 가장 가볍고 숨도 안차고 부종도 없는 체중입니다. 이를 ‘건체중 (Dry weight)’ 이라고 부릅니다. 체중을 재면 기준체중인 건체중과의 차이가 계산됩니다. 만일 건체중이 50kg 인 A환자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지난 월요일 투석 후 체중을 쟀을 때 50kg 로 귀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수요일 투석실 도착 후 체중을 쟀더니 52.5kg 가 나왔습니다. 그러면 지난 투석이 끝난 후 부터 오늘까지 2.5kg 가 늘어온 셈입니다. (음식을 드시고, 물을 드시고 하여 몸에 남아있는 수분의 양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므로 건체중과의 차이는 2.5kg 입니다. (52.5kg – 50kg = 2.5kg) 투석은 건체중 기준이므로, 4시간 투석하는 동안 2.5kg 의 수분을 제거해야합니다.

이같이 투석실 도착 후 체중을 재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투석 시 얼마의 수분을 제거할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체중을 잘못 체크하면 의도치 않게 수분을 너무 많이 제거하여 매우 힘들어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수분 제거를 충분하게 하지 못해 나중에 숨이 찰 수도 있습니다.

Gemini AI 생성 일러스트

투석실 자리로 이동하여 투석 시작

체중을 재고 나면 각 환자마다 정해진 침대로 이동합니다. 침대마다 투석기계가 하나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대기하면 투석기계와 혈관을 연결하는 과정을 진행합니다. 투석실 간호사님이 와서 팔에 있는 혈관을 확인하고 어디에 바늘을 꽂을지 위치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바늘을 두 개 꽂고 미리 세팅된 투석기계에 연결합니다. 하나의 바늘은 몸의 혈액을 빼서 투석기계의 필터로 넣어주는 용도이고, 다른 하나의 바늘은 필터를 거쳐 깨끗해진 혈액을 다시 몸 안으로 넣어주는 용도입니다. 그래서 바늘을 2개 꽂아야 합니다.

투석 때 사용하는 바늘은 매우 굵습니다. 일반 수액맞을 때 바늘이 아닙니다. 4시간 동안 혈액투석을 하면 많은 양의 혈액이 이동합니다. 그래서 일반 수액 바늘로는 그 혈액량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굵은 바늘을 써야 합니다. (굵은 바늘을 여러번 꽂았다 뺐다 해야하므로 일반 혈관에는 주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투석을 위한 혈관을 미리 준비해야합니다. 이를 동정맥루라고 하고, 자가혈관 또는 인조혈관으로 미리 수술을 합니다. 동정맥루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수술하고 혈관이 성숙하여 실제 투석에 사용하기까지 4~6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며 (자가혈관 기준) 따라서 투석 전 주치의 선생님과의 충분한 상의를 통해 혈관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바늘을 꽂을 때 통증이 있는데, 이때가 가장 아픈 시간입니다. 그 이 후에 통증이 있을만한 순서는 없습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리도카인 (국소마취제 성분) 크림을 투석전 미리 바르고 오시는 분도 있습니다. 꽤 효과가 좋습니다. 또 투석하신지 얼마 안되었을 때 혈관통이 심할 수 있는데, 혈관 자체에 문제가 없으면 투석을 지속하면서 혈관도 자리를 잡아가고 하면서 통증이 좋아지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따라서 투석하신지 얼마 안되었고 혈관통이 심하다고 해서 너무 낙담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투석 하면서 일어나는 일들

투석을 시작하기 전 혈압을 잽니다. 혈압은 보통 투석 시작 전, 투석이 끝난 후 측정하고, 투석 중에는 1시간마다 체크합니다. 당뇨가 있으신 분은 투석 전 혈당을 체크하기도 합니다.

투석하면서 잔여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약간 혈압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나 혈압이 지나치게 떨어지거나, 아니면 반대로 혈압이 투석 중에 상승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만일 혈압이 투석 중 지나치게 떨어지면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고 울렁거리고, 쥐가 난다던지, 여러 불편한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경우 빨리 의료진을 호출하시면 즉시 혈압을 체크해보고 저혈압이 확실하다면 혈압을 올리는 몇 가지 방법들을 실행할 것입니다. 또 위험할 정도로 혈압이 떨어지거나, 혈압 저하가 빈번하다면 혈압이 떨어질만한 원인 (건체중을 너무 낮게 설정하였거나, 심장 문제, 혈압약 과다 등) 을 확인하여 조치해 줄 것입니다.

투석 전 쌓인 노폐물들은 투석기의 필터를 통해 빠져나갑니다. 노폐물을 제거하는 중요한 과정이지만, 노폐물이 너무 급격히 빠르게 제거될 경우 몸이 적응할 시간이 없으므로 몇 가지 불편한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투석 불균형 증후군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가벼운 두통에서부터 심할 경우 경련, 의식저하까지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투석 중 두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은데, 의료진과 상의하여 조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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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투석실 담당 의사선생님이 회진을 돕니다. 각 환자의 자리로 찾아가서 침상에서 진료를 봅니다. 간단히 안부나 상태를 여쭙기도 하고, 불편한 증상은 없는지, 필요한 약은 없는지 확인하고 약 처방도 합니다. 일주일에 3번을 꼭 만나게되니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나중에는 표정만 봐도 어떠신지 감이 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투석은 4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사실 상당히 긴 시간이고 매우 지루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환자분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이 시간들을 견뎌냅니다. 푹 주무시는 분들도 계시고, TV를 보는 분도 계십니다. 따로 거치대를 가지고 와서 태블릿으로 유튜브나 영화를 보시는 분도 계십니다. 어떤 분은 서류나 노트북을 가지고 오셔서 작업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각자의 방법대로 중요하지만 지루한 시간을 견뎌내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투석이 처음인데도 4시간 해야하나요?

투석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은 4시간 다 하면 큰일납니다. 투석 없이 지내셨으므로, 체내에 노폐물(요독)이 많이 쌓여있는 상태인데 4시간 투석으로 요독을 다 빼버리면 역설적이게도 투석 불균형 증후군이 생겨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 적응도 안된 상태기도 하구요. 그래서 첫 날은 1시간, 그 다음날 2시간, 그 다음날 3시간 등으로 천천히 시간을 늘려서 투석을 진행합니다.

투석이 끝난 후

자 이제 투석이 모두 끝났습니다. 기계에서 시간이 다 되었다는 알람이 울립니다. 그러면 간호사님이 와서 바늘을 뽑으면서 지혈솜으로 바늘 구멍을 눌러 지혈합니다. 지혈하는 방법은 환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혈이 너무 느슨하면 출혈이 심할 수 있고 또 너무 세게 누르면 혈관이 막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적당한’ 강도로 바늘 구멍에 맞추어 ‘잘’ 압박해야 합니다.

지혈이 모두 끝났으면 투석 후 체중을 측정해야 합니다. 제대로 체중이 빠졌는지, 건체중에 맞춰서 가시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또 투석 직후에는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기립성 어지러움이 나타날 수 있으니 급하게 가시면 안됩니다. 실제로 많은 사고들이 투석 직후 귀가하시다가 발생합니다. 넘어져서 다치거나 골절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절대로 서둘러서 가지 마시고 여유를 가지고 가셔야 합니다.

이렇게 투석하는 과정을 적어보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 투석이라는 과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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