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투석환자 조영제 MRI 촬영해도 되나?

바쁜 분들을 위한 요약 :

현재 사용되는 MRI 조영제 (가돌리늄) 은 고위험 신장 질환 환자에게 사용해도 안전합니다.

  • 신성 전신 섬유증 발생 위험이 큰 I군 조영제 종류는 이미 시장에서 퇴출되었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 II군 조영제의 경우 사용전 신기능 검사는 선택입니다. (필수 아님, 위험하지 않음)
  • III군 조영제 (Eovist 또는 Primovist) 의 경우 안전하다고 생각되나, 아직은 데이터가 부족하므로 신기능 검사가 권고됩니다.
  • 혈액투석으로 가돌리늄 조영제가 제거되나, MRI 촬영 후 반드시 투석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필수는 아닙니다.)
  • 적응증에 맞는 용량의 가돌리늄 조영제는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신독성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CT 조영제는 콩팥 기능이 저하된 환자분들에게는 사용이 제한되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아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MRI 조영제도 마찬가지일까요?

모 대학병원에서 조영제를 사용한 MRI 를 찍으려는 환자분이 있었습니다. 환자분이 다급하게 투석실로 전화를 했습니다.



“MRI 촬영 후 바로 투석 받아야 한대요. 투석 바로 안받으면 오늘 MRI 안찍어준다네요. 어떡하죠?”

MRI 조영제로 가돌리늄(Gadolinium) 을 사용합니다. 물론 가돌리늄이 주로 신장으로 배설되는 물질이기는 하나, 조영제 자체가 콩팥 기능을 나쁘게 하지는 않습니다. 허가 용량으로 가돌리늄 조영제를 사용했을 경우 급성 신부전 위험은 없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다만, 콩팥 기능이 나쁜 분들에게서 드문 확률로 신성 전신 섬유증 (NSF, Nephrogenic Systemic Fibrosis) 이 생기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신성 전신 섬유증 (NSF, Nephrogenic Systemic Fibrosis) 이란?

주로 급성 신부전이나 중증의 만성 콩팥병 환자 (사구체 여과율 30 미만) 에게서 발생하는데, 피부가 두꺼워지고 경화되며 가렵고 색소 침착이 생깁니다. 눈, 폐, 식도, 심장 등 내부 장기에도 섬유화를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미국 기준 2012년까지 1603개의 사례가 보고되었는데, 2008년 이후로는 한자리 수로 급격히 케이스가 감소합니다.

신성 전신 섬유증 (NSF, Nephrogenic Systemic Fibrosis) 의 고위험군

신대체요법 (투석) 을 받는 환자, 급성 신손상 환자, I군 가돌리늄 조영제에 노출된 만성콩팥병 4~5단계 환자 (특히 권장 용량보다 높은 용량의 1군 가돌리늄 조영제를 반복 투여받는 경우 위험이 증가함)

미국 영상의학회에서는 가돌리늄 조영제를 신성 전신 섬유증 위험과 관련하여 3군으로 나눴습니다. (아래 표)

  • ACR Group I : 확인된 신성 전신 섬유증 케이스들의 대부분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이 조영제 종류는 미국을 포함한 다른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되지 않으며 시장에서 철수하였습니다.
  • ACR Group II : 신성 전신 섬유증 케이스가 매우 드뭅니다.
    • CKD (GFR < 15 인 투석 중인 분) : 0.2% (500명당 1건 이하)
    • CKD (GFR <15 이나 투석을 아직 받지 않으시는 분) : 0.1% (1000명당 1건 이하)
  • ACR Group III : 신성 전신 섬유증 사례도 거의 없으며 데이터도 별로 없다. (현재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3군 가돌리늄 조영제 종류 : gadoxetate disodium (Eovist 또는 Primovist; Bayer Healthcare))

2019년 메타분석에서 2군, 3군 가돌리늄 조영제 투여 후 신성 전신 섬유증 사례는 전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2군 CKD 4~5단계 환자 4931명, 3군 CKD 4~5단계 환자 85명, 투석 중인 환자 193명 대상)

요약하면 현재 퇴출된 I군 가돌리늄 조영제를 제외하고, 주로 사용중인 II군 가돌리늄 조영제의 신성 전신 섬유증의 위험은 고위험군이라고 할지라도 매우 낮았습니다. 따라서 미국 영상의학회에서는 II군 가돌리늄 조영제를 사용할 때 신기능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좀 더 자유롭게 허용하는 권고를 냈습니다. 다만 III군 가돌리늄 조영제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여 사용전 신장 기능에 대한 선별검사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신성 전신 섬유증 (NSF, Nephrogenic Systemic Fibrosis) 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예방책?

본론부터 말하면,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되도록이면 II군 가돌리늄 조영제를 사용하며, 가능한 진단에 필요한 최소 용량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급성 신부전의 경우 신장 기능이 회복 된 후 조영제를 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예방법일 수 있습니다.

조영제 사용 직후 투석을 하면 신성 전신 섬유증을 막을 수 있나?

혈액투석으로 가돌리늄 조영제를 제거할 수 있으나, 신성 전신 섬유증 위험을 줄인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입증안됨) 물론 조영제를 사용 후 혈액투석을 바로 시행하면 이상적이겠으나, 일정 조정이 불가하다면, 원래 예정된 스케줄에 맞추어 투석을 해도 됩니다. 어떤 투석이든 신성 전신 섬유증의 예방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조영제를 사용하기 위해 투석을 새로 시작하거나 투석을 앞당길 필요는 없습니다. 또 매일 투석을 하거나 하루 중 여러 차례 투석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고위험 환자에서 MRI 조영제 (가돌리늄) 를 사용하는 간격

II군, III군 조영제라면 GFR 30 미만인 환자에서 여러 차례 표준용량을 짧은 시간 간격으로 투여하더라도 신성 전신 섬유증의 발생위험은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위험도에 대한 평가 연구는 아직 없음)

만일 긴급하게 연속해서 MRI 를 촬영해야 한다면, 검사를 진행해야합니다. (신성 전신 섬유증 발생을 우려하여 검사를 연기해서는 안됩니다.) 만일 검사가 긴급하지 않다면, 최소 24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거나 그 사이 투석을 시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용 출처 : Weinreb JC et al. Use of intravenous gadolinium-based contrast media in patients with kidney disease: Consensus statements from the American College of Radiology and the National Kidney Foundation. Radiology 2021 Jan; 29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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