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혹시 OO 드셨나요?
평소 투석때마다 대략 3kg 정도 체중이 늘어오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런데 오늘은 1kg 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평상시보다 체중이 적게 늘어오니 오히려 이상합니다.
"오늘따라 체중이 적게 늘어오셨네요?"
"네, 입맛이 없어서..."
"다이어트라도 하시는 거에요? 아니면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 어제부터 갑자기 토하고 설사를 했어요..."
그러고 보니 얼굴이 반쪽이 되었습니다. 표정도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 시즌에는 토하고 설사하면 항상 여쭤보는 말이 있습니다.
"혹시 '생굴' 드셨나요?"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아셨어요? 생굴 먹었어요. 그런데 어제는 안먹었고 2일전에 먹었어요."
여기까지가 사실 겨울철 장염환자분들과의 단골 대화 멘트입니다.
이 분을 뵙기전 이미 외래에서 생굴을 드시고 힘들어 내원한 세 명의 외래 환자를 만났습니다.
이 분이 투석받는 자리 반대편에 계신 다른 분은 이미 지난 주에 생굴로 인해 한바탕 지옥같은 설사를 경험하셨습니다.
원인균에 대한 검사를 직접 해보지는 못했으나, 이 분이 겪고 있는 지독한 장염은 분명 생굴에 들어있었던 노로 바이러스가 원인일 것입니다.
노로 바이러스는 겨울철에 유독 기승을 부리는 식중독 균입니다. 아마도 겨울철에는 해산물이나 날 음식이 잘 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생굴을 드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도에서도 생존하는 지독한 녀석입니다. 60도씨의 열기로 30분간 가열하더라도 그 독성이 유지될 정도입니다. (다만, 85도씨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감염성이 소실 됩니다.) 감염된 사람의 구토나 설사 혹은 대변을 통해 오염되고, 바이러스가 입으로 들어가면 감염됩니다. 바이러스 입자 10개만 들어와도 감염이 될 만큼 전염력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22.12.29 - [투석실 이야기] 굴 먹고 설사해요.
보통 생굴을 드신 다음날은 증상이 별로 없는데, 2일째 혹은 3일째 되는 날 구토, 설사, 복통, 근육통, 두통,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 고통을 받게 됩니다. 특히 구토가 잘 나타납니다. 물론 바이러스에 살고 있는 생굴을 드셨다고 모든 사람이 증상을 겪는 것은 아닙니다. 30% 이상은 무증상이거나 경미한 증상을 나타낼 뿐입니다.
"설사했던 변기에 토하고 또 설사하고 무제한 반복입니다.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노로 바이러스 장염을 앓으셨던 어떤 분의 후기)
보통 위와 같은 고통스러운 증상은 2~4일 정도면 호전되지만, 댜량의 설사를 일으키고 구토로 인해 음식 섭취가 제한되므로 고령자나 소아의 경우 탈수에 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굴이 오래되고 상해서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통 과정에서 오염 되는 경우도 있지만, 굴을 양식하는 과정에서 오염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기사에서는 노후된 화장실과 배 위에서 대소변 처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바다에 직접 인분이나 오물을 버리는 행위 (선원, 낚시꾼 등)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노로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시 되야 하는 것은 손위생입니다. 손을 잘 씻는 것이 기본이고 생굴을 직접 드시는 것 보다는 익혀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85도씨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감염성이 소실 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면역력이 약한 투석환자분이나, 위장기능이 약한 분들에게는 생굴을 직접 드시는 것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또 집에서 생굴을 조리해 드실 때 도마나 식칼 등의 식기류에 오염되어 감염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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