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복통의 범인을 찾아라
- 00_투석실 이야기
- 2023. 5. 27.
[투석실 이야기] 복통의 범인을 찾아라
복통은 정말 어렵습니다. 흔하게 생기는 증상이면서 온갖 원인을 품고 있습니다. 그중에 몇 가지는 치명적인 원인이라 최악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응급실이라면야 그냥 복부 CT 를 찍어보면 되지만, 투석실에서는 복통이 있다고 매번 CT를 찍을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정보를 모으고 모아 진실에 접근해야만 합니다.
일주일전부터 시작된 상복부 복통
60대 남성분입니다. 상복부의 통증이 있다고 합니다. 이전에도 역류성 식도염, 위경련으로 고생하신 적이 있으셨고, 현재는 증상이 호전되어 약을 안드시고 계십니다. 특별히 위험한 부위의 통증도 아니고, 손으로 눌렀을 때도 그다지 통증이 없다고 하시네요. 아마도 식도염이나 위경련이 재발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약을 드렸습니다. 몇 일 뒤 다시 여쭤보았습니다.
"증상은 좀 어떠세요?"
"약 먹은 후 좀 나아졌는데 괜찮다가 어제 또 아프네요. 지금도 살살 불편하고."
"이상하네요. 혹시 모르니 혈액검사를 좀 해볼게요. 염증수치, 간수치, 췌장수치를 확인해보죠."
애매모호한 통증인데 게실염이나 장간막임파선염, 충수염, 간농양, 담낭염, 췌장염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혈액검사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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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검사는 지극히 정상
그런데 혈액검사와 염증수치는 너무나 정상이었습니다.
"이상하네요, 검사 결과는 좋으세요. 특히 염증수치도 지극히 정상이시고요."
"약 먹고 좀 나아지는 것 같아요."
"그럼 조금만 경과를 보겠습니다. 혹시 통증이 나빠지면 바로 알려주세요."
갑자기 오른쪽 아랫부분으로 옮겨간 통증
2일 뒤 아침 일찍 그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통증이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원래는 명치 부분이 아팠는데 오른쪽 아래로 통증이 옮겨갔어요. 통증도 심해졌어요."
"이렇게 우하복부로 통증이 옮겨가면 충수염을 가장 먼저 의심해야합니다. 잠깐 누워보세요."
누운상태로 충수염과 관련한 신체검사를 하였으나 특징적인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우선 초음파를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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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초음파를 해보니 장에 가스가 많았습니다.
가스가 많아 복부 장기들이 많이 가려져 보입니다. (초음파는 공기를 투과할 수 없어 뿌옇게 보입니다.)
어렵게 충수를 찾긴 했으나 충수염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우측 콩팥에 수신증이 의심이 됩니다.
단순한 물혹인지 살짝 헷갈립니다.
그래도 이전 초음파 검사와 비교해보면 모양이 약간 달라졌습니다.
결국 CT 를 촬영하다.
"CT 를 찍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장에 가스가 많아서 초음파로는 자세히 관찰이 어렵네요.
복통이 지속되니 확실하게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금식을 유지한 상태로 아침에 병원에 오셨기 때문에 지체없이 조영제를 사용한 복부 CT 를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범인을 찾았다!
CT 를 찍으니 확실히 복통의 범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요로결석이었습니다. 우측 요관에 7mm 크기의 결석이 딱하니 걸려있습니다.
이놈 때문에 통증이 지속되었던 것입니다. 돌이 소변이 내려가는 통로에 꽉 껴버리니 소변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요관이 늘어나 수신증을 만들었습니다. 신장 주위로 지방조직이 지저분하게 보여 염증도 동반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반적으로 요로결석의 경우 옆구리나 등쪽이 아프다고 하시는데 이번에는 앞쪽 배를 가르키며 통증이 있다고 말씀하셔서 요로결석을 빨리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소변볼때 통증이 있거나 혈뇨가 있다고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증상이 전혀 없었습니다. 투석을 하시는 분이라 소변량이 많은 분이 아니어서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후 비뇨기과 진료 후 체외충격파 쇄석술로 치료 중인 상태입니다.
복통의 원인은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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