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한 문제 없이 잘 지내시던 60대 남자 환자분입니다. 어느 날 허리를 잡고 절둑이며 걸어오셨습니다. 넘어지면서 계단 손잡이에 옆구리를 부딪혔고 통증이 심해 응급실에 갔다가 오시는 길이라고 합니다. 응급실에서는 엑스레이를 촬영하였고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어 통증 조절만 하시고 퇴원하였습니다.
투석실에서 누워있는데도 통증이 심하였고, 이상하게 이전보다 혈압이 조금 낮았습니다. 이 때부터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피부를 보니 부딪힌 부위에 멍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래도 응급실까지 갔다 오셨는데 ‘왠만한 검사는 다 하셨겠지’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빈혈 검사만 우선 진행해 보았습니다.
다음날 검사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빈혈 수치가 6점대로 떨어진 것입니다. 월초 정기검사때는 빈혈이 10점이었는데, 갑자기 확 떨어졌습니다. 다급히 전화를 걸어 이러한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 다행인 것은 통증도 다소 호전되는 추세였고 별다른 증상도 없다고 합니다.
“어제 검사했던 빈혈 수치가 굉장히 떨어졌어요. 6점 밖에 안되네요. 아마 넘어졌을 때 충격으로 속에서 출혈이 있었을 것 같아요. 괜찮으세요?”
“네 어제보다 훨씬 나은데요. 통증도 조금 좋아졌고 괜찮습니다.”
“그래도 뭔가 문제가 있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빈혈수치가 이렇게 떨어질 수 없거든요. 일단 병원으로 오셔서 CT 를 빨리 찍어봅시다. 분명히 출혈이 있었을거에요.”
CT 사진을 보고 헉 소리가 절로났습니다. 부딪힌 부위 콩팥 주위로 혈액이 가득 고여있었습니다. 콩팥을 둘러싼 막이 있는데 콩팥과 막 사이에 혈액이 고인 것입니다. 또 갈비뼈 2개도 금이 갔습니다. 폐쪽 흉막에도 약간의 피가 고여있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CT 상 출혈이 진행되고 있진 않았고 우선은 지혈이 된 것 처럼 보였습니다.




아마도 통증이 엄청 심했을 것인데 이걸 어떻게 참으셨는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환자분이 아스피린을 복용 중인데다가 말기신장병으로 지혈이 잘 되지 않는 몸상태에서 강한 충격까지 받으시면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장의 출혈은 멈춘 듯하지만, 출혈이 심하였고 또 다시 재출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잠시 입원하여 수혈도 받으시고 절대 안정을 취하신 후 (온전히 지혈이 잘 될 때까지 기다린 후) 퇴원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