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투석을 앞둔 환자 가족분에게 설명드리는 투석혈관 (동정맥루) 준비 과정

투석은 마음만 먹는다고 해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투석기계와 혈관을 연결 할 수 있는 접점인 투석혈관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투석하는 동안 빠른 속도, 많은 양의 혈액이 내 몸에서 빠져나가 투석기의 필터를 거친 후 깨끗해진 혈액이 다시 들어와야 하는데, 이 과정을 유지하려면 굵은 바늘이 필요하고 튼튼한 혈관이 필요합니다. 일반 혈관으로는 굵은 바늘과 많은 혈류량을 감당해내지 못하므로 혈관을 튼튼하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투석 전 혈관 수술이 필요합니다.

팔을 살펴봅시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은 팔에 있는 ‘동맥’ 을 거쳐 손으로 갑니다. 손에는 ‘모세혈관’ 이 분포하고 있는데 작은 혈관들을 순차적으로 순환하면서 손에 피를 공급해줍니다. 손이 차갑지 않고 섬세하게 잘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모세혈관에서의 혈액 순환이 원할하기 때문입니다. 모세혈관에서 혈액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산소와 영양분들을 세포들에게 내어줍니다. 반대로 세포들이 일하고 만들어진 이산화탄소와 노폐물들은 다시 혈액에 전달합니다. 모세혈관에서는 이런 교환이 이루어집니다. 모세혈관을 지난 혈액은 ‘정맥’ 으로 모입니다. 정맥은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관을 의미합니다. 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다시 되돌아간 혈액은 폐로 가서 산소를 받아오고 다시 심장을 거쳐 다시 몸 곳곳을 순환합니다. (아래 모식도 참고)

심장에서 나온 혈액은 동맥을 거쳐 모세혈관을 지나고 정맥을 지나 다시 심장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몸은 특정 예외를 제외하고 동맥과 정맥 사이에 항상 모세혈관이 존재합니다.)

위 그림은 손과 팔의 혈관 주행을 아주 간단히 표현한 그림입니다. 실제 혈관은 더 복잡하기 때문에 조금 더 실제 혈관에 가까운 그림으로 표현해보았습니다. (아래 모식도 참고)



실제 혈관 주행에 가깝게 조금 더 자세히 그린 그림

투석 전 미리 준비해야하는 혈관 수술이란, 동맥에서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정맥으로 바로 이어주는 수술을 말합니다. 동맥에서 정맥으로 바로 이어준다고 하여 수술한 혈관을 ‘동정맥루’ 라고 합니다. 자기 혈관으로 이어주면 ‘자가 혈관 수술’, 자기 혈관이 아닌 인조 혈관으로 이어 주면 ‘인조 혈관 수술’ 이 됩니다. 인조혈관 보다는 자가혈관이 더 이점이 많습니다. 자가혈관이 인조혈관에 비해 감염 위험이 적고, 혈전이 생겨 막힐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하지만 혈관이 좋지 않다면 어쩔 수 없이 인조혈관을 사용해야 합니다. (아래 모식도는 자가혈관을 이용한 수술의 한 예시입니다.)

위 그림처럼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높은 압력을 가진 동맥에서 낮은 압력의 정맥으로 바로 이어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아래 모식도는 혈관 수술 부위를 확대한 그림입니다.

높은 압력의 동맥에서 혈액이 곧바로 정맥으로 흘러가면서 정맥 혈관이 상당한 압력 자극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 정맥은 그 압력을 견디기 위해 점점 더 두꺼워지고 커지게 됩니다. 압력을 이겨내려고 우리 몸이 적응하는 것입니다. (아래 모식도 참조)

그러면 혈관은 고무튜브처럼 강해져 굵은 바늘을 수없이 찔러도, 상당한 혈액의 양을 빼고 넣어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성숙한 동정맥루에 투석 바늘 2개를 꽂은 모습 (하나는 몸 속 혈액을 빼서 투석기 필터로 들어가는 방향, 또 다른 하나는 걸러진 혈액을 다시 몸 안으로 넣어주는 방향)

이렇게 혈관이 자라는데 필요한 시간이 6주 정도 걸립니다. 즉 수술한다고 해서 바로 투석 바늘을 꽂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 후 혈관이 성숙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보니, 투석 준비 과정이 필요합니다. 주치의 선생님과 투석 전 신중한 상담과 진료를 통해 언제 혈관 수술을 할지, 어떤 방식으로 수술할지, 언제부터 투석을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인조혈관을 이용한 동정맥루 수술 예시
인조혈관에 투석 바늘 2개를 꽂은 모습 (하나는 몸 속 혈액을 빼서 투석기 필터로 들어가는 방향, 또 다른 하나는 걸러진 혈액을 다시 몸 안으로 넣어주는 방향)

인조혈관도 수술 후 사용하는데 있어 약 4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만일 투석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응급으로 투석을 해야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말기암환자나 초고령 환자 같이 남은 기대여명이 길지 않은 분인데 투석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러한 경우에는 즉시 투석을 할 수 있는 도구가 있습니다. 바로 투석 카테터 입니다. 카테터를 삽입하면 바로 투석을 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 참조)

https://evtoday.com/articles/2021-nov/the-pristine-long-term-hemodialysis-catheter-physicians-perspectives

하지만 카테터를 몸에 달고 생활해야하며 (감염의 위험, 카테터가 빠질 위험, 카테터가 막힐 위험 등) 카테터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는 점 (감염 위험으로 정기적으로 교체 필요, 아주 길게 사용해봤자 1년 이내) 등 여러가지 단점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제한된 특정 상황을 제외하고는 투석 전 미리 혈관수술을 통해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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