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습니다.
60대의 A씨는 당뇨로 인해 신장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투석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치의 교수님의 말에도 애써 무시하고 버텨왔습니다. 지방 출장이 많아서, 지금 급한 일들이 처리가 되면, 아들이 대학교 들어가면… 여러 이유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미루어 왔던 것이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머리로는 투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이해는 되나 아직 마음이 굳어있어 투석하겠다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다 지난주부터 영 입맛이 없더니 이번 주에는 구역질이 납니다. 음식 냄새를 맡기만 해도 구역감이 들어 식사를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식사를 못하니 기운도 없고 너무 힘이 듭니다. 이대로는 도저히 생활이 안될 것 같습니다. 빠르게 외래 진료를 앞당겨 교수님을 뵙고 입원해서 바로 투석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어깨에 도관을 삽관하고 투석을 시작했습니다. 첫날은 1시간, 두번째 날은 2시간을 시작했습니다. 투석이라는 말이 무서웠는데 막상 투석을 시작하니 생각했던 것만큼 무섭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투석을 시작했으니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 기대도 듭니다. 그런데 투석을 한지 벌써 3일째인데, 아직도 구역질이 나고 소화도 안됩니다. 음식을 먹기가 참 힘이듭니다.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망도 큽니다. 왜 계속 불편할까요?
투석을 시작했는데도 나는 왜 계속 불편할까?
‘기운없어 투석을 시작했는데, 투석 후에도 기운이 계속 없어요. 오히려 더 힘든 것 같아요.’
‘울렁거리고 소화가 안되어 투석을 시작했는데, 투석 후에도 여전히 울렁거려요.’
‘가려움이 심했는데 투석 후에 오히려 더 가려운 것 같아요.’
‘투석 전에 잠을 못자서 힘들었는데, 투석 후에도 마찬가지에요.’
‘투석을 시작하기 위해 혈관 수술을 했고 이제 만든 혈관으로 투석을 하는데 주사 찌를때마다 혈관 통증이 심해요.’

위와 같이 여러가지 증상이 투석 후에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투석이라는 부담감을 떨치고 용기내어 투석 치료를 시작했으나 여전히 불편한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큽니다. 투석이라는 치료를 괜히 시작했나? 이렇게 힘든데 계속 할 수 있을까? 여러 걱정이 생길 것입니다.
투석은 끝이 아닌 새로운 균형의 시작
정답을 말씀드립니다. 위에 나열된 투석 후에도 불편해 하셨던 여러 환자분들의 현재 모습.
모두 다 잘 지내고 계십니다. 활력이 생기고, 식욕이 돋고 소화가 잘됩니다. 가려움도 줄었고 잠도 잘 주무십니다. 바늘 꽂을때 통증도 많이 줄었습니다.
요독 증상은 콩팥의 기능이 감소하여 몸 밖으로 요독을 배출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되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여러 불편한 증상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투석은 체내에 쌓인 요독을 기계로 배출해주는 치료 방법입니다. 투석을 시작하면 체내 환경이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변하게 됩니다. 몸이 이러한 변화를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초기에는 두통, 기력저하, 오심 등의 불편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체내의 변화를 줄이고자 처음부터 투석을 4시간씩 하지 않고 1시간, 2시간, 3시간 이런식으로 점차 늘려가는 것입니다.
투석을 처음 시작하시고도 기력저하, 오심, 구토, 소화장애, 가려움, 불면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집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몇 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점차 적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적응시간이 필요없이 처음부터 투석의 효과를 체감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투석 초반에는 불편한 증상들이 생길 수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불편한 증상들이 남아있다면 다른 문제는 아닐지 확인해야 합니다. 두통에 대해서는 뇌 영상검사를 해볼 수 있고, 울렁거림, 소화장애가 지속된다면 내시경이나 초음파, CT 등의 검사를 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신장기능이 좋지 않으면 조영제 CT 같은 검사가 힘들고, 탈수, 전해질 불균형의 우려 등으로 대장내시경 같은 검사도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암이나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항상 유의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투석을 시작한 뒤 상태가 안정되면, 이전에 시행하기 어려웠던 검사들 (조영제 CT, 내시경 등) 에 대해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보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석은 하루아침에 몸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치료는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몸이 새로운 균형에 적응하면, 이전보다 훨씬 편안한 일상을 누리며 생활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