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이제 담배를 끊으세요.

[투석실 이야기] 이제 담배를 끊으세요.

 

 

 

최근 흡연과 관련된 몇 가지 환자분들 케이스가 있어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물론 오로지 흡연만으로 인한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흡연이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대부분의 흡연자의 경우 본인의 건강이 매우 악화되었다고 인식하게 되면 강한 의지를 가지고 금연을 하십니다. 그래서 투석을 시작하시면 대체로 금연을 하시나, 또 금연을 못하시고 흡연을 유지하는 분도 몇몇 분이 계십니다.

 

첫번째 케이스

60대 남성입니다. 투석 시작 후 금연을 하긴 했지만 그 이전부터 하루 1갑이상 담배 수십년 피우신 이력이 있습니다. 당뇨가 있으나 당뇨 조절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결국 2년전 갑작스런 호흡곤란에 투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심장이 많이 약해져서 신장 기능도 악화되었고 폐까지 물에 잠기는 폐부종이 생기면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응급실로 가게된 것입니다. 심장이 약해진 원인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젖줄인 관상동맥이 좁아지고 막혀서 그랬습니다. 관상동맥은 총 3개의 큰 가지로 이루어져있습니다. 3개의 가지 중 1~2개만 상하면 스텐트를 넣어 넓혀주는 시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3개의 가지 모두가 상했을 경우 스텐트 대신 관상동맥 우회술을 하게 됩니다. 결국 이 분은 관상동맥 우회술까지 시행하였고 수술 후에 힘든 시기가 있었으나 현재는 금연을 잘 유지하고 계시고 운동도 열심히, 혈당 조절도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투석 전 진작부터 금연을 포함하여 지금처럼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셨다면 더욱 좋지않았을까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관상동맥 우회술 그림, https://ctsurgerypatients.org/procedures/coronary-artery-bypass-grafting-cabg

 

 

 

두번째 케이스

60대 남성입니다. 이 분은 투석 후에도 계속 담배를 피우셨습니다. 투석 하신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간혹 담배냄새도 많이 나실 때가 있는데, 투석실에서 뵐 때마다 금연을 권유드립니다. 그러나 참 금연이 힘들다고 하시네요. 이미 수년전부터 관상동맥이 좋지않아 스텐트 시술은 몇 차례 하셨습니다. 게다가 폐도 좋지 않아서 천식을 동반한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흡입기도 사용중입니다. 몇 년전 대장내시경에서는 대장암이 확인되어 내시경 절제도 했습니다. 다행이 초기여서 수술은 안하셨습니다. 이런 모진 과정들을 겪으셨음에도 담배는 포기 못하셨습니다. 최근 흉통이 계속되자 결국 관상동맥 우회술까지 시행하였습니다. 수술하신지 얼마되지 않아 현재 회복 중이 상태입니다. 지금은 비로소 금연을 하고 계시지만, 조금더 빨리 금연을 하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세번째 케이스

70대 남성입니다. 5년전부터 투석을 시작한 분입니다. 당뇨는 없으나 혈압이 높고 심장이 좋지 않아 투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은 2차례 이미 받으셨습니다. 투석을 시작하셨음에도 하루 반갑 이상 흡연을 계속 하셨습니다. 2년전 금연치료를 통해 금연 약도 드셨습니다. 당시에는 하루 1~2개피로 흡연량을 많이 줄이긴 했지만 딱 끊지는 못했습니다. 금연치료가 종료된 후 다시 흡연량은 늘었습니다. 최근 폐렴이 생겼는데 장기간 치료를 했으나 잘 낫질 않았습니다. 결국 CT 를 여러번 촬영하였고 기관지 내시경까지 시행한 후에 기관지에 폐암이 생긴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른 정밀 검사를 통해 주위 림프절 전이가 확인되었고 지금도 여러가지 검사를 진행하여 치료 방향을 상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나이, 당뇨병이나 이미 망가진 콩팥기능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담배만큼은 강한 의지로 내가 흡연을 할지 금연을 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환자분들 상황을 보면서, 금연을 빨리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의 여운이 계속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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