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혈압을 올리는 치료에도 좋아지지 않았던 2가지 사례
- 00_투석실 이야기
- 2023. 5. 7.
[투석실 이야기] 혈압을 올리는 치료에도 좋아지지 않았던 2가지 사례
보통 혈압이 떨어지면 불쾌한 느낌을 받으시거나 구역감 등의 증상이 있기때문에 먼저 의료진을 빠르게 호출하게됩니다. 빠르게 상황을 인지하여 빠른 조치가 가능합니다. 의료진이 몇 가지 조작을 통해 혈압을 올리는 치료를 시행하면 혈압이 오르면서 금세 증상이 호전됩니다. 드물게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의식이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하나, 이 경우에도 차근차근 조치하여 혈압을 올리면 의식이 회복되고 증상도 좋아집니다. 하지만 혈압을 올리는 조치를 충분히 시행하였음에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뭔가 중대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가지 기억나는 사례가 있어 소개합니다.
# 사례1
70대 후반의 여성분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월요일 아침에 투석을 진행하였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이었습니다. 잔여 콩팥기능이 남아있는 분이어서 주 2회를 하고 계신분이고 다른 분들에 비해서도 투석시 안정적인 분입니다. 그런데 그 날따라 투석 중반에 어지럼을 호소하면서 심한 구토를 하였습니다. 의식도 떨어져서 편으로 불렀을때 겨우 대답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혈압을 측정해보니 혈압이 낮아 즉시 치료를 시행하였습니다. 하지를 높게한뒤 투석을 중단하고 투석기로 나와있던 혈액을 되돌리고 식염수를 투입합니다.
혈압이 호전되고 의식이 좋아지는 듯 했습니다. 전보다 대답을 더 수월하게 하십니다. 그러나 아직 눈을 못뜨고 말이 느리고 동작도 느립니다.
"어머니! 눈 좀 떠보세요. 제 목소리 들리시죠?"
눈을 힘겹게 뜨시긴 하나 이내 눈을 다시 감습니다.
"어지러워서 눈을 못뜨겠어."
혈압도 다시 좋아지고 누워계신 상태인데 심한 어지럼을 느끼고 계십니다. 혈압이 떨어진 정도에 비해 의식저하, 구토, 어지럼이 너무 심하고 혈압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는 정도가 경미하여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호자 분을 호출하여 응급실로 가시도록 안내드렸습니다.
"아드님, 어머니를 모시고 응급실로 가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평소와 다르게 의식도 떨어지고 심한 어지럼을 호소하시는게 아마도 머리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응급실에서 정밀 검사를 통해 소뇌에 뇌경색이 확인이 되었고 입원치료를 받으셨습니다. 소뇌는 우리몸에서 균형을 잡아 주는 핵심적인 부위로 소뇌에 문제가 생기면 심한 어지럼을 느낍니다.
# 사례 2
평소와 다름없던 날이었습니다. 저녁에 투석을 시작하시는 분들을 만나뵙고 곧 퇴근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멀리서 외마디 외침이 들려옵니다.
'선생님! 여기좀 봐주세요.'
50대 남성분이셨는데 식은땀이 나고 힘들어보이는 모습이셨습니다. 분명 좀전까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지나왔던 분입니다. 불과 투석 시작 10분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오늘따라 체중이 많이 늘어오셨는데, 수분 제거 속도가 빨라 혈압이 떨어져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혈압을 올리는 조치를 시행합니다.
하지를 심장보다 높이 올리고 투석을 중단하고 혈액을 다시 몸으로 집어넣고 식염수를 투여했음에도 혈압이 조금 오르는 듯 하다가도 이내 혈압이 떨어집니다. 식은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 얼굴 색이 어두워지고 의식이 떨어집니다. 의식이 떨어지면서 수초간 짧은 경련도 발생하였으나 혈압이 오르면서 의식은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식염수를 2L 가까이 투여하였음에도 혈압은 80~90 정도로 낮았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혈압이 떨어져 힘들어하시더라도 혈압을 올리는 조치를 취하면 혈압이 오르면서 증상이 호전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심각한 문제가 있더라도 투석을 중단하면 증상이 나아지면서 최소한의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그 사이 몇 가지 검사를 시행하고 응급실에서 응급 처치를 받을지, 약물 치료를 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환자분은 투석을 중단했음에도 너무나도 급격하게 상황이 진행되어 조금의 시간도 허락해주지 않았습니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아... 가...가슴이 너무 아파요!"
이야기를 듣고 심근경색의 가능성을 직감했습니다. 특히 우측심장에 심근경색이 생기면 혈압이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장의 근육은 관상동맥이라년 혈관을 생명줄로 하여 살아갑니다. 관상동맥에서 심장 근육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받아 심장이 힘차게 펌프질을 할 수있습니다. 관상동맥은 3가지가 있는데 왼쪽에 2개, 오른쪽에 하나 입니다. 아마도 오른쪽 관상동맥이 막혀 이러한 상황이 생기지 않았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심전도를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으나, 흉통이 심해 도저히 심전도를 촬영하는 10초를 버텨주지 못하였습니다. 어쨌든 빨리 응급실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여 119를 호출하고 앰뷸런스에 환자분과 같이 몸을 실었습니다. 응급실로 가는 동안 119 구급차 안에서 확인했던 심전도 리듬입니다.
심장은 2개의 심방과 2개의 심실로 이루어져 있는데 심방 2개가 먼저 수축해서 심실로 피를 보내주고 피를 받은 심실이 또 동시에 수축해서 폐와 몸으로 혈액을 펌프질해줍니다. 이 과정이 조직적으로 발생할 수 있도록 심장에 전선이 깔려있습니다. 전선으로 전기적 신호가 전파해가면서 심방-심실 순으로 알맞은 타이밍에 수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기 신호를 분석하는 것이 심전도 검사 입니다. 이 분의 경우 심방과 심실의 전선이 완전히 끊어졌다고 나옵니다. 심방과 심실이 각자 따로 수축하고 있습니다. (위 화살표가 심실이 수축하는 것이고 아래 화살표가 심방이 수축하는 것입니다. 각자 자체 속도로 따로 움직입니다.)
아마도 심방과 심실을 연결해주는 전선의 부위도 오른쪽 관상동맥에서 피를 받기때문에 일시적으로 그 기능이 마비가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은 심방과 심실의 연결을 느슨하게 해주는 우리 몸의 물질(adnosine) 이 많이 분비되서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시행한 심장초음파에서도 우측 심장에 이상이 확인되었습니다. 즉시 응급 시술을 통해 관상동맥이 좁아진 부분에 스텐트를 삽입하였습니다. 경과가 좋아 2일 뒤 퇴원하셨고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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