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담] 술을 많이 드시는 분께 설명드리는 것들

[건강상담] 술을 많이 드시는 분께 설명드리는 것들

 

 

 

 

 

얼마전 외래 환자분을 진료하다가 잠을 못주무신다길래, 그 이유를 여쭤보았습니다.

남편분이 술을 너무 자주 마셔서 그렇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1달간 알코올전문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음에도 

자리를 비우면 술을 사다가 매일 마신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애원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며 힘들어하였습니다.

 

일단은 모시고 오시라고 하였습니다.

위협적인 거짓말을 하여 협박을 할 수는 없겠지만,

간 기능 및 다른 장기의 현 시점에서의 상태를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해보고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을 특히 강조하여 설득해보겠다고 하였습니다.

 

다음날 남편분을 데리고 오셨습니다.

다음은 남편분에게 설명드린 내용입니다.

 

 

 

간이 나빠지는 단계

 

https://kauveryhospital.com/blog/liver-diseases/5-stages-of-liver-disease/

 

건강한 간에 계속 독성물질 (예, 알코올) 이 노출되면 간이 손상을 받습니다.

처음에는 지방간으로 바뀝니다.

이 단계만 해도 다시 관리를 잘하면 (예, 술을 끊는다.) 다시 건강한 간으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성물질에 간세포가 파괴되면 그 자리에 섬유조직이 대체되는데

이를 간이 딱딱해지고 경화된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간세포가 이미 죽어 딱딱해진 것을 무슨수로 살리겠습니까?

간경화가 시작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돌아올 수 없는 문을 열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간경화가 진행되고 있는 간은 그 속에서 간암이 생기기 쉽습니다.

간세포가 공격받고 회복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다가 에러가 나면 암세포의 능력을 획득하여 증식하는 것입니다.

운이 좋아 초기에 암을 발견하여 치료를 잘 하였다고 해도, 간경화의 텃밭에서 암은 언제든지 다시 생겨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간경화가 되기전에 미리 술을 끊고 관리를 잘 해야합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면 안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간경화 초기에는 아무 증상도 없습니다.

간경화가 한참 진행되고 간기능이 많이 나빠지는 마지막 단계에 가서야 비로소 증상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간은 침묵의 장기

간은 왠만한 손상에는 꿈쩍도 안합니다.

특유의 강인한 재생능력으로 참고 참고 또 참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단계에 가서야 비로소 밖으로 표출해냅니다.

그런데 그 증상이 쉽지않습니다. 경악스럽습니다.

 

간경화 말기에는 복수, 간성혼수, 식도정맥류 출혈 등의 합병증으로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가족들은 옆에서 피눈물을 흘립니다. 옆에서 챙기는 가족분들이 정말 힘들어 하십니다.

 

(1) 복수로 인해 배가 매우 부풀어 오르고 숨이 찹니다. 다리도 코끼리 다리처럼 붓습니다.

복수가 해결이 안되니 매번 응급실로 와서 복수를 빼야 합니다. 복수는 한번에 3~4L 정도 빼지만 그 때 잠시 편할 뿐 다시 금방 복수가 찹니다. 복수에는 단백질 영양분이 포함되어 있어 복수를 자주 뺄수록 영양 상태도 더욱 나빠집니다.

 

 

(2) 간경화로 인해 간이 딱딱해지므로 간으로 들어가는 혈류에 저항이 걸립니다. 그러다보니 그 전 단계에 있는 식도나 위의 정맥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정맥류가 생깁니다. 이런 혈관은 매우 약해 쉽게 터질 수 있는데, 대량출혈의 가능성이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얼굴이 어둡고 누런 색을 보이면서 (황달) 배는 볼록 나왔는데 (복수) 팔은 가늘고 다리는 부어있으나 힘이없어 (근육량 부족) 엉거추춤한데 피를 토하면서 응급실로 왔다면 간경화로 인한 식도정맥류 출혈이구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맥류 출혈이 생기면 출혈량이 많아 피를 토하게 됩니다. 다량의 피를 계속 토하면 혈압이 떨어지는데, 혈압이 낮으니 출혈이 일시적으로 멈추는듯 보일 수 있으나 위험합니다. 게다가 혈액은 단백질 성분이 많은데 혈액이 소화되면서 간성혼수를 더욱 촉발 할 수 있습니다. 

 

https://www.mayoclinic.org/diseases-conditions/esophageal-varices/symptoms-causes/syc-20351538

 

 

(3) 간경화 말기에는 간의 해독작용이 매우 약해져 단백질을 대사할 때 나오는 암모니아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합니다. 암모니아가 처리가 안된채로 혈액을 떠돌다가 뇌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경우 사람의 인지기능이 이상해지고 성격이 변하면서 의식변화, 심하면 혼수상태까지 진행 될 수 있습니다. 갑자기 공격적이게 바뀌게되고 심해지면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혼수상태까지 진행합니다. 간성혼수는 간기는이 매우 약할때 생기는 간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결론

다행히도 남편분의 검사결과는 괜찮았습니다.

간수치도 모두 정상적이었고 간초음파상 간의 모습도 지방간 정도만 있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술을 끊거나 줄인다면 (쉽지 않겠지만.) 다시 건강한 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를 가지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 

간경화 환자분들의 무시무시한 사진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보여드렸습니다.

얼굴 빛이 공포심으로 약간 바뀌는듯 보였으나

사람은 한번에 바뀌지는 않는 법.

그래도 호수가에 돌 하나가 호수전체에 물결을 일으키듯 

오늘의 대화가 좋은 변화의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s://m.cmcsungmo.or.kr/page/health/magazine/detail/319?p=1&s=5&q=%7B%7D

 

https://m.cmcsungmo.or.kr/page/health/magazine/detail/319?p=1&s=5&q=%7B%7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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