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걱정이 기쁨으로

[투석실 이야기] 걱정이 기쁨으로

 

 

비교적 젊으신 환자 분입니다.

투석을 시작하신지도 벌써 10년 이상 흘렀습니다.

처음 투석을 시작할 때부터 일주일에 2회로 투석으로 시작했습니다.

투석을 주 2회로 하셨지만, 체중도 적당히 늘어오시고 혈액검사에서도 인, 칼륨수치에 크게 변동이 없었습니다.

2년전부터는 인, 칼륨 수치가 가끔 확 높을 때도 있었는데 평균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1년전부터는 인이 계속 높고 칼륨도 계속 높았습니다.

제대로 투석이 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투석 적절도도 목표치에 미달입니다. 요독수치도 높습니다.

체중도 많이 늘어오셔서 빠듯하게 투석을 마칠 때가 많습니다.

인약을 계속 증량하여도 따라잡지 못합니다. 인이 계속 고공행진입니다.

 

투석이 불충분하므로 당연히 투석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한 번 투석에 4시간 이상 하기 어려우므로 투석 횟수를 늘려야 합니다.

그런데 투석횟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심합니다.

지금 당장 불편한 것이 없으니, 거듭된 설득이 아무 소용없습니다.

 

"OOO님 지금 충분한 투석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수치도 계속 올라가고 약을 늘려도 반응이 없습니다. 이미 몇 달전부터 투석적절도도 기준 미달입니다. 요독수치도 자꾸 오르네요. 이제 투석횟수를 늘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 아슬아슬했는데 이제는 정말 여유가 없네요. 무조건 3번 하셔야되요. 지금 젊으시니까 더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합니다. 다음주부터는 주 3회로 오세요."

 

이렇게 설득을 한지도 벌써 수개월째입니다.

 

'아직 40대로 젊으신데, 지금 관리를 잘하셔야 할텐데...'

'인이 이렇게 높은데, 계속 인이 높으면 혈관과 심장에 석회화가 생겨 나중에 엄청 고생하실텐데...'

'불충분한 투석이 계속 되고 있으니, 지금 잠깐은 버티시겠지만 나중에 계속 문제가 생길텐데...'

 

혼자서 걱정을 하면서 어떻게 설득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병원으로 전화 한통이 옵니다.

 

"어제 밤에 뇌사자 이식 연락이 와서 지금 응급실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오늘 투석 못갈 것 같아요."

 

갑자기 뜬금없는 방식으로 고민이 해결되었습니다.

뇌사자 이식 순서가 되어 이식을 받게된 것입니다.

매우 적절한 시기에 좋은 방식으로 저와 환자분의 고민이 해결이 되어 마음이 놓입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요독도 높고 인수치 등 전해질 불균형이 있는 상태로

이식 수술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이식 수술을 받으실 것을 미리 알수 있었다면,

수술의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투석을 더 자주 더욱 열심히 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뇌사자 이식 등록을 해놓으신 환자분 중에서

갑자기 이식 연락을 받을 것에 대비하여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정기적인 이식 대기자 등록 및 정기 검진을 포함하여

평소 인 관리, 혈압, 당관리를 다른 분들에 비해서 더욱 엄격히 체크하고 신경쓰고 있습니다.

이 분도 뇌사자 이식 등록을 하신지 시간이 많이 경과하였기 때문에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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