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무료투석실
- 00_투석실 이야기
- 2024. 7. 12.
80대 여성 환자분입니다.
할머니께서 처음 이곳 투석실로 오실 때 모습이 기억납니다.
체중은 40kg 초반으로 체구도 작습니다.
그런데, 다리는 코끼리 다리마냥 퉁퉁 부어있습니다.
혈액검사에서 영양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알부민 수치가 바닥입니다.
흉부 X선 영상에서는 심장 크기도 매우 크고 폐부종도 동반되어 있었습니다.
다리에 힘이 없어 잘 걷지도 못하셨고 병원에 오는 것도 자신이 없어 하셨습니다.
투석실로 오실 때도 교회를 다니시는 권사님과 함께 오셨습니다.
권사님이 바쁘면 할머니는 그냥 투석을 빠지셨습니다.
1년... 2년... 시간이 지났습니다.
투석을 하면서 수분을 제거하였더니 체중은 30kg 후반으로 더 빠졌습니다.
그러나 다리의 부종은 싹 사라지고 몸이 가볍습니다.
폐에 남아있던 수분이 사라지자 숨쉬기가 편합니다.
심장 크기도 좀 더 작아졌습니다.
영양상태도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식사도 잘 하시고 일부러 고기도 사다가 자주 드신다고 합니다.
혼자서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닐 수 있습니다.
주일에 교회도 잘 다녀오십니다.
잘 드시니 체중이 늘어 30kg 후반에서 40kg 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혈압도 안정적이고 투석 후에도 문제 없습니다.
매달 혈액검사도 크게 흔들림 없이 안정적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수줍은 목소리로 말씀하십니다.
돈이 없어서 투석비를 내기 어렵다고 하십니다.
그렇다고 병원비를 받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으면 불법이 됩니다.
복지 혜택을 알아보았으나, 개인적인 상황이 있어 추가로 혜택을 받기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혼자서 생활하고 계시고, 자녀분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상황도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에는 다른 투석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합니다.
처음 오실때와 다르게 매우 좋은 건강 상태이신데...
다 좋아졌는데... 떠나가신다고 하니 무척 아쉽습니다.
부디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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