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쓸쓸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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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후반의 남자환자 분입니다. 기저질환이 많은 분입니다. 과거 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시술도 받았으며, 심부전에 당뇨병과 고혈압도 있습니다. 결국 2년전부터 투석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이어서 혼자 고시원에서 지내고 계십니다.

 

처음 투석 시작을 주 2회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잔여 콩팥 기능은 떨어져 갔으며 소변량도 감소추세로 이제 주 3회 투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권하였으나 단번에 거절하였습니다. 결국 수차례 호흡곤란으로 입원 치료를 하신 후 3회 투석으로 변경하였음에도 집근처 과일가게에서 딸기 복숭아 등 과일을 많이 드시고 숨이 차고 힘들다며, 무작정 투석실로 오신 적도 있었습니다. 요새는 과일 값이 비싸다고 잘 안드신다고 합니다.

 

6개월 전에는 발톱 무좀이 심하여 집 근처 병원에서 발톱을 제거 하였고 그 때 생긴 상처가 낫질 않아 발가락과 발은 시커멓게 변했습니다. 발의 괴사는 점점 더 진행되어 현재는 절단 수술을 할지말지 대학병원 정형외과에서 의논 중인 상태입니다.

 

피부 가려움이 심하여 몇 가지 알러지 약들과 스테로이드 로션 등을 사용해 보아도 호전이 없어 피부과에 협진하여 광선치료도 받았습니다. 투석 환자분들이 피부를 가려워 하시면 우선 "피부가 건조하지 않게 보습로션을 잘 챙겨 바르시라.", "인이 높으면 또 가려울 수 있으니 인 섭취를 자제하시라." 등의 내용을 권해 드리지만, 고시원에 최근 바퀴벌레가 너무 많아져서 그래서 가려운 것 같다고 하시니 어떻게 도움을 드려야하나 난처했던 적이 생각납니다.

 

당뇨발과 가려움증으로 삶의 질은 다소 나쁠 수 있으나, 그래도 최근에는 투석 중에도 큰 문제 없이 잘 지내시고, 본인이 느끼기에도 요새는 컨디션이 매우 좋다고 할 정도로 좋아보였습니다. 식사도 잘 하시고, 매월 시행하는 정기 검사에서도 큰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다하고 안심하면서 보냈습니다.

 

다만 날이 더워지면서 되면서 수분 섭취가 많아지고, 냉면과 같은 수분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드시고 투석간 체중증가량이 많아졌습니다.

 

"아버님 요새 체중이 너무 많이 늘어오세요. 요새도 냉면 드셔요? 물을 좀 적게 드셔야되요."

"(언성을 높이며) 아니... 사람이 먹고 살아야지, 쫄쫄 굶고 살란 말이요? 나한테 체중 얘기는 이제 하지마요."

"물론 잡수셔야죠. 물 종류만 좀 적게 드세요. 안그러면 또 숨차서 응급실 가실까봐 걱정되요."

"나야 입원하면 좋지요. 병실 가면 에어컨도 나와서 시원하지, 밥도 나오지 얼마나 좋은데. 저번에 입원했을 때도 돈 얼마 안나왔어요."

"..."

 

투석하러 오실 때마다 체중 증가량이 많으셨으나, 그럭저럭 잘 지내시던 어느 날. 투석을 받으러 오셔야 할 날인데, 투석을 받으러 오시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해봐도 연결이 안됩니다. 평소에 불만이 많으셔도 항상 투석하는 날에는 잘 오셨는데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고시원에 전화하여 살펴봐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몇 일 뒤, 다른 지방에 살고 있는 가족분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핸드폰에 남아있던 연락처가 병원이어서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고시원에서 임종하신채로 발견이 되었다 연락을 받았습니다.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한 여름날의 참으로 쓸쓸한 임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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