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대한 짧은 고찰
- 01_손닥터 의학정보/010_건강상담
- 2019. 9. 12.
암에 대한 짧은 고찰
얼마전 만난 환자 한 분이 있는데, 1년만에 촬영한 흉부 엑스레이에서 폐 종양이 발견된 분입니다.
간혹 최근에 암이 진단된 환자들을 만날 때면,
'내가 이 병원을 00년전부터 계속 다녔었는데, 어떻게 암이 있는지 모를 수가 있지?'
라고 푸념섞인 하소연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참 안타까운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5분마다 짜여있는 외래 스케줄 상 깊이 있는 진료가 쉽지 않습니다. 신장내과라서 혈액검사, 소변검사는 자주 하지만, 흉부엑스레이나 씨티 등의 검사는 사실상 자주 하기 어렵습니다. 또 환자 입장에서도 혈액검사, 소변검사도 귀찮은데, 엑스레이까지 찍게 되면 촬영실 앞에서 또 기다리는 수고를 해야합니다. 여기에 대한 불만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나마 1년에 한번이라도 정기적으로 암검사 등 정기 검진을 받으시는 분들은 괜찮은데, 어르신 중에서는 혈압약, 당뇨약 등 약을 타러 병원에 계속 다니기 때문에 검진을 아예 안받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병원에 계속 다니기 때문에 정기 검진을 아예 안받으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병원이 알아서 나의 건강에 대한 모든 것을 관리해 줄 것이란 기대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에 어르신들을 진료할 때면 가장 걱정되는 점이 바로 암입니다. 빈혈이 교정이 안되어도, 위암이나 대장암은 아닐까? 소화가 안된다고 하고 잘 못드신다고 하면 식도암이나 위암은 아닐까? 소변에 혈뇨만 있어도 방광암이나 신장암은 아닐까? 항상 암에 대한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나이 많으신 분들이 무엇이든 특별한 증상을 호소한다면, 될 수있으면 CT 나 초음파 등의 특수한 검사를 권유드리곤 합니다. 특히 최근에 내시경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면 적어도 위내시경만이라도 권유드리곤 합니다.
반대로 증상도 없는데도 막연한 걱정으로 특수한 검사를 권유드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검사비도 비싸고 수익을 위한 수단으로 돈만 밝히는 의사로 비출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습니다. (사실 저는 월급받는 의사라 검사를 많이 하더라도 전혀 인센티브는 없습니다. 사실상 아무 도움이 안되며 설명을 더 많이해야하고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귀찮은 일들만 더 많아집니다.)
다시 그 환자로 돌아가면, 환자는 1년만에 촬영한 엑스레이에서 폐암이 확인되었습니다. 1년전 엑스레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엑스레이만 봐서는 심장크기가 약간 커보이고, 그 외에 다른 문제는 없어보입니다.
1년 후 촬영한 엑스레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오른쪽 아래 폐부분에 종양이 보이네요. (이미지 위에 V 자로 마킹하였습니다.) 환자는 흡연력도 있습니다. 역으로 돌아가 1년전 엑스레이를 다시 리뷰해보면 같은 영역에 히끄므리한 종양이 보이는 것도 같네요.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의사들도 1년전 엑스레이를 봤을 때 이상소견을 발견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해당 환자의 폐 CT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암이 의심되는 종양이 흉벽쪽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이 환자는 호흡기내과나 종양내과 진료를 받을 테고, PET-CT, 뇌 MRI 등으로 병기 설정을 하며, 동시에 조직검사를 하여 확진하는 과정을 겪을 것입니다. 환자가 80대의 고령이긴하나, 전이가 없다면 수술적 절제를 할 지 고민할 것입니다.
그러던 중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하복부 불편감으로 응급실에 오신 분이고, 콩팥 기능이 갑자기 나빠져 신장내과로 연결이 된 분입니다. 위 환자와 비슷하게 80대 할머니 입니다.
1년전 촬영한 조영증강 복부 CT 에서 방광암이 의심되어 진료를 권유 받았으나, 어찌된 이유인지 진료를 받지 않고 loss 가 되었습니다. 자세히 여쭤보진 않았으나, 사정이 있었겠죠. 추적을 해보니 다른 과 외래도 계속 다녔었는데 최근까지 3번에 걸쳐 비뇨의학과 진료를 권유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이 분은 비뇨의학과 진료를 받지 않으셨습니다.
다음은 이번에 응급실로 내원해서 촬영한 CT 입니다.
방광에 종괴가 자라고 있는데, 7cm 는 넘어보입니다. 콩팥 기능이 좋지 않아 조영증강 CT 를 못찍어서 구분이 어렵지만, 아래 대비를 높인 이미지를 보시면 방광 내부에 음영이 다른 덩어리가 보입니다. (V자 마킹)
방광의 종괴가 소변이 나오는 하부 요관까지 막아서 그런지, 양측 신장의 요관이 늘어난 수신증이 확인됩니다. 양측으로 소변이 잘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신장기능은 떨어지겠지요. 아마 방광암의 진행으로 소변길을 막아 급성 신기능 부전이 왔습니다. 이러한 경우 치료는 양측 수신증 부위에 카테터를 삽입하여 소변을 우회하여 흘러가게 하고, 비뇨의학과와 상의하여 암에 대한 치료를 논의하게 됩니다.
의학이 많이 발전했지만 암은 여전히 무섭습니다. 위의 사례는 사실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환자와 환자 가족분들은 너무나도 안타깝운 상황이지만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따라서 암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는 반드시 챙겨서 시행해야 하겠습니다.
또 의사 입장에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CT, MRI, 초음파 등의 검사를 쉽게 제안하기는 어려운 마음이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의 어떤 증상이 암과 관련이 있을지 걱정이 된다면, 병원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하기보다는 담당 의사선생님과 충분히 상의하여 적극적인 검사가 필요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 10. 12 - 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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