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료 받을 때 미리 생각해가면 좋은 것들

 

병원 진료 받을 때 미리 생각해가면 좋은 것들

 

 

이제는 주변에 병원이 많아 진료 받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흔한 병이 아닌 다른 중한 병으로 대학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예약하는 것도 쉽지 않고,

어렵게 예약을 하였더라도, 먼 거리를 이동하여 병원에 도착해야 합니다.

게다가 겨우 진료실에 들어갔더라도, 3분만에 끝나는 진료에 허탈하기만 합니다.

 

예를 들어 오전 진료시간이 8시 30분에서 12시 30분이라고 하면, 총 4시간이 할당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외래 예약환자는 30명에서부터 60명 정도 되는데,

(유명한 교수님이라면 점심시간도 없을 정도로 더 많을 수 있습니다.)

4시간은 240분, 60명 예약이라고 하면 4분,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을 빼면 대략 한 환자 당 3분의 진료 시간이 할당되는 것입니다.

 

진료가 처음인 초진 환자의 경우 적어도 5분에서 10분이 소요되므로,

초진환자가 많을 경우 다른 재진환자의 진료 시간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진료실을 표방하여, 오랜시간 환자의 모든 이야기를 다 듣다가는

진료실 밖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왜 예약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진료 안봐주냐!?"

 

 

 

더 듣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중간에 말을 끊어야 합니다.

저는 실습 학생때부터 환자분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의사가 되어 외래 진료의 현실을 보고는 크게 실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교수님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외래 환자가 너무 많으니, 대부분 시간이 있을때 미리 예약환자의 차트를 보고 준비를 합니다.

또 정신없이 외래가 끝나면 혼이 나간 상태로 점심을 먹습니다. 

당연히 외래에서 약 처방이 잘못나가기도 하고,

환자의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기는 불가능해집니다.

 

우리나라의 현 의료체계 하에서는 한정된 시간동안 효과적인 진료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짧은 시간동안 최대한 많이 환자의 문제를 파악하고 진료하고 처방하는 것... 그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외래진료가 정말 정말 어렵습니다.

환자의 난이도를 보면, 외래환자 > 응급실 환자 > 중환자실 입원환자 > 일반병실 입원환자 순서라고 합니다.

 

 

오늘은 환자의 입장에서

한정된 진료 시간동안 본인의 증상과 상태에 대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의사들이 어떻게 의무기록을 적는지 그 순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아래 간단한 예시가 있습니다.

 

(1) 주증상 : 어제부터 설사를 해요.

(2) 현병력 : 특별한 병이 없는데, 어제 김밥을 사먹은 뒤로 설사를 해요. 하루에 5번, 물처럼 나왔어요.

(3) 과거력 : 특별한 병 없음. 가족력 없음. 복용하는 약 없음.

(4) Review of system : 설사 외 복통이 동반되며, 다른 증상 (혈변, 변비, 체중감소, 발열 등) 은 없음.

(5) 신체검진 : 장음 청진, 복부 촉진

(6) Assessment : 식중독

(7) Plan : 수액치료 및 증상호전을 위한 약물 처방

 

이런 방식으로 의무기록을 적습니다.

의무기록을 이렇게 적기 때문에 의학적 판단과 생각도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전공의때 환자 보고시, 주증상부터 이야기를 안했다가 혼났던 적이 많습니다.

 

따라서 환자 분의 입장에서, 혹은 환자 보호자의 입장에서

진료를 받기전 위 순서로 머릿속에서 미리 정리를 해간다거나,

쪽지에 적어가신다면, 진료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고, 더욱더 양질의 진료가 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준비해가시는 것을 제안합니다.

 

 

1. 주증상 (Chief complaint)

가장 중요합니다. 뭐가 불편해서 진료실에 오게 되었는지, 한 문장으로 나타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설사를 했어요", "머리가 아파요.", "흉통이 있어요.", "열이나요." 등입니다.

의사의 머리 속에는 주증상이 무엇인지에 따라 각각의 진료 알고리즘이 다 정립되어 있습니다.

(개인별로 다를 수는 있습니다.) 따라서 주증상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간순서로 말하려고, 오늘 아침 설사한 것에 대해 먼저 이야기 했었는데,

정작 진료실로 오게된 진짜 이유인, 30분 전에 발생한 두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중에 꺼낸다면,

머리속에 알고리즘을 설사에서 두통으로 다시 바꿔야하는 대공사를 해야합니다.

그만큼 진료의 효율이 떨어지겠죠.

 

 

 

2. 주증상의 시작시점 (onset)

onset 이 중요합니다. 언제 그 증상이 시작했는가? 만성인지, 급성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됩니다.

반드시 주증상을 표현하면서 시작시점을 이야기해주면 바로 캐치가 됩니다.

예를 들어 "어제부터 설사를 많이 해서 왔어요.", "30분 전부터 흉통이 있어서 왔어요.", "3개월 전부터 자꾸 다리가 부어요." 등입니다.

 

 

 

3. 현병력 (Present illness)

어떻게 이 진료실까지 오게 되었는지, 주증상과 관련된 사항을 3~4개의 문장으로 풀어서 설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제 김밥을 먹고 설사를 했는데, 이 후로도 설사가 멈추지 않고, 물만 먹어도 설사를 계속해서 병원에 오게 되었어요." 식의 문장입니다.

추가로 주증상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덧붙인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설사를 했다면, 그 양은 어땠는지, 횟수는 몇 번인지, 완전 물처럼 나왔는지, 덩어리가 섞여 나왔는지. 잘못먹은 음식은 없는지. 등등.

복통이 있다면, 통증의 위치는 어디인지, 계속아픈지, 간헐적으로 아팠다가 호전되는 것이 반복인지, 복통 외에 설사나 변비 등의 증상은 없는지 등등.

주증상과 관련된 사항은 일반 환자분들이 알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아마 진료실 의사선생님이 추가로 물어보실 것입니다.

 

 

 

 

4. 과거력 (Past Medical history)

현병력까지는 비교적 문진이 쉽습니다. 하지만 과거력에 대한 조사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만약 여유가 되시면, 과거력과 관련된 내용을 미리 적어서 보여주시면 더 좋지않을까 생각됩니다.

과거력이란 과거에 진단받았던 병이나, 수술력, 현재 복용 중인 약, 특별한 가족력 등을 말합니다.

특히 당뇨, 고혈압, 결핵 등은 없으면 없다고 적어가시면 좋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환자분이 많기 때문에 따로 한번더 확인차 물어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당뇨, 고혈압은 진단 받으신 년도까지 적어주시면 완벽합니다.

또한 약물 확인을 위해 본인이 복용하는 약을 가져가시면 좋습니다.

그냥 약봉지만 가져오시면 사실 알기 어렵습니다.

(보통 분홍색 혈압약 이렇게 표현을 하시는데, 너무 종류가 많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ㅠㅠ)

약 이름이 적힌 약봉투나, 처방전을 가지고 가시면 더욱 좋습니다.

아래 형식은 제가 임의로 만들어 본 것입니다.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 과거력 > (예시)

 

과거 본인이 진단 받았던 병명

1. 당뇨 (2000년 진단)

2. 고혈압 (2000년 진단)

3. 폐렴

4. 갑상선 기능저하증

5. 우측 다리 골절

 

과거 입원했었던 병력

1. 2012. 4 다리 골절 수술을 위해 입원 (1주일)

2. 2014. 2 폐렴으로 입원 (1주일)

3. 2017. 10 당조절이 안되어 입원 (5일)

 

과거 수술했었던 병력

1. 2012. 4 오른쪽 다리 골절 수술

 

현재 복용하는 약

혈압약, 당뇨약, 진통제

(처방전이나 약성분이 나와있는 약봉투 가져갈 것)

(+ 약물 알레르기가 있다면 기재)

 

현재 복용하는 건강식품

(한약이나 약초달인물, 비타민, 홍삼, 크릴오일 등의 보조식품류도 모두 기록)

 

가족력

(가족 중에 암이나 당뇨, 혈압 등 병이 있다면 기재)

 

흡연력

5년전 부터 금연을 하고 있고,

그 전에는 하루 1갑씩 20년간 피웠어요. --> 20갑년

(흡연력은 하루 평균 피는 담배갑 수 x 담배를 피운 년수 = 갑년(Pack year) 로 기재를 합니다.)

 

음주력

1주일에 2차례 술자리를 가지고, 

1번 술자리때마다 평균 소주 1.5병을 마십니다.

(보통 1주에 술자리 횟수와 한 번 술자리시 음주량으로 표시합니다.)


 

이렇게만 미리 정리를 해서 보여주기만 해도

진료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남은 시간동안 더욱 양질의 진료 시간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아마 다음 순서로 의사선생님은 신체진찰을 하시거나 추가적인 질문을 하실 것이고,

의학적 판단을 내리기 더욱 수월해질 것입니다.

 

 

추가로, 당뇨나 혈압이 있는 분은

집에서 당체크, 혈압 체크하실 때 그 결과를 수첩에 기록해 두셨다가 가져오시면 

더욱 더 양질의 진료가 됩니다.

약을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마치 외래진료임에도 입원해서 치료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시간도 아끼고, 돈도 아끼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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