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이란, 아주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 03_프로젝트/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 2020. 6. 15.
심방세동이란, 아주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어려운 의학용어를 사용하여 대화하는 의료진들, 그들은 환자인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나는 그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어 답답하고 무섭습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표정만 보고 짐작할 뿐입니다. "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프로젝트에서는 각 질병에 대해 흔히 사용하는 의학용어와 치료에 관한 대강의 방향을 쉽게 설명하여 의료진들과의 의사소통을 더욱 쉽고 정확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다만 질병의 치료는 각 개인에 맞추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치료적 결정은 주치의와 상의하여야 하며, 본 코너에서는 큰 흐름만 설명할 것입니다.
우리 사람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질환들이 생깁니다.
흔히 "퇴행성" 이란 말이 "늙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것" 이란 말을 함축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퇴행성 관절염은 말 그대로 일을 많이 하고 관절을 많이 써서 생깁니다.
집안일을 많이 하셨던 분은 나이가 들어 손가락에 퇴행성 관절염이 옵니다.
심장에도 노화가 진행하면서 생길 수 있는 질환이 있습니다.
그 중에 심방세동도 이런 류의 부정맥 질환입니다.
그만큼 노인 분에서 많이 보이는 부정맥 질환 중 하나입니다.
학생때 생물시간에 배웠듯, 사람의 심장은 2심방 2심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좌심방, 우심방, 좌심실, 우심실 이렇게 배우셨을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어류나 양서류 등 다른 생물에는 심장의 구조가 다릅니다.
심장의 발생 기원은 사실 혈관입니다.
혈관이 변해서 심장으로 발생되는 것입니다.
심장 본연의 역할은 펌프질입니다.
피를 받아 피를 보내주는 역할입니다.
그래서 심장이 뛰고 있는 한 우리몸의 혈액은 순환합니다.
피를 받는 부위가 심방입니다.
피를 보내는 부위가 심실입니다.
그래서 심실의 벽은 두꺼운 근육질로 되어있습니다.
우리 몸을 순환하고 산소를 뺏긴 피는 우심방으로 들어옵니다.
우심방에서 피를 받고, 우심방이 수축하여 우심실로 피를 넘겨주면,
(사실 심방에서 심실로 피를 이동하는 주 원동력은 심실의 탄력으로 늘어날때 생기는 음압입니다.)
우심실에서 피를 짜서 폐로 보냅니다.
폐에서 산소를 공급받은 뒤
피는 다시 좌심방으로 이동하고,
좌심방이 수축하여 좌심실로 피를 넘겨주면
좌심실의 강력한 수축력을 통해 온 몸으로 피가 나가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심방수축 --> 심실수축 의 과정이 조직적이고 짜임새있게,
모든 심장의 근육세포들이 하나의 신호에 맞추어 동시에 일을 해야합니다.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모든 연주자들이 일사분란하게 합주를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래서 심장에는 위와 같이 모든 세포를 동시에 자극하는 지휘를 위해
전기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방향은 심방에서 심실 방향으로 전선이 설치되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기 신호가 그 전선을 지나가면, 그 주위의 심장 근육 세포가 일제히 자극을 받아 수축을 합니다.
그래서 심방수축 --> 심실수축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지고
심장의 펌프 기능도 최고 효율로 작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심장을 움직이게하는 근원이 되는 신호는
심장의 특수한 영역에서만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를 Pacemaker (페이스메이커) 라고 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응급 상황 제외하고요.)
그 영역에 있는 세포들은 일정한 주기로 신호를 만들어내므로
우리 몸은 정상 심박동수인 분당 60~100 회 정도의 심장박동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심장에 노화가 일어나면서...
또는 심장에 특정상황에서... (심장 펌프가 약해져 피가 정체되어 심장벽 늘어난다거나, 판막질환 등에서)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다른 심방의 세포들이
마치 자기가 페이스메이커인 마냥,
심장을 움직이게 하는 신호들을 마구마구 보내버리는 일들이 생겨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신호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그 신호들을 받은 심방은 매우 빠른 속도로 수축을 합니다.
분당 60~100회가 정상인데, 200회 이상으로 비정상적인 수축을 합니다.
수축이라기 보다는 움찔 거린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심방세동입니다.
심방 + 세동입니다.
* 세동 (細動) : 잔떨림
영어로는 심방은 Atrium 이고, 잔떨림은 fibrillation 이므로,
Atrial (Atrium 의 형용사형) fibrillation 이라고 합니다.
대다수의 의사들은 줄여서 A. fib 혹은 AF 라고 기록합니다.
서로 대화 할 때는 심방세동이라고도 많이 쓰고, 에이퓝 이라고도 일컫습니다.
이렇게 무수하게 생성된 이상한 신호들은 다시 심실로 향하게 됩니다.
그럼 심실도 분당 200회로 뛰게 되는 것일까요?
(이렇게 되면 살수가 없습니다. 심실이 이완할 시간이 없어서 혈액이 들어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행이도 심방과 심실 전선 사이에는 톨게이트 같은 관문이 있어서
이런 신호들을 모두 심실로 다 내보내진 않습니다.
평소 한적한 고속도로에서,
차들이 톨게이트를 지날 때 별 어려움없이 순서대로 통과하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심방세동은, 명절날 톨게이트를 생각하면 됩니다.
평소보다 엄청나게 늘어난 차들을 생각하면 됩니다.
차들이 정체되지만, 톨게이트 갯수는 한 정되어 있으므로,
일정한 수의 차들만 톨게이트를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심장도 이런 장치때문에 심실박동은 그나마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규칙적이진 않습니다.
그래서 심실세동 환자의 심장박동은 매우 불규칙하게 들립니다.
그렇다면, 심실세동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첫번째는 심장이 불규칙하게 박동하므로, 효율이 매우 떨어집니다. 따라서 심장 본연의 기능인 펌프 기능에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가끔가다가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는 신호가 극도로 느리거나 (분당 30회 미만) 극도로 빠른 경우 (분당 140회 이상) 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심장 펌프 기능이 극도로 저하되므로, 응급실로 실려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번째 중요한 문제는 바로 혈전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제대로 확 수축하지 못하고 움찔거리는 잔떨림을 일으키므로,
심방속 혈액이 남아있게 됩니다.
혈액이 움직이지 못하고 남아있으면?
혈전이 생깁니다.
그렇게 심방 속에 혈전이 생겼다가 펌프질을 할 때 운이 나빠 혈전이 심장을 통과하여 빠져나간다면?
어디를 막느냐에 따라 병을 일으킵니다.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 (중풍)이 생깁니다.
뇌경색으로 응급실로 왔는데, 심방세동을 처음 알게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콩팥 혈관을 막으면 신장경색이 되며,
장 혈관을 막으면 장경색이 됩니다.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질환입니다.
치료는 어떻게 할까요?
크게 리듬에 대한 치료와 혈전에 대한 치료 2가지를 같이 해야 합니다.
이전에 부정맥이 없었는데,
갑자기 심방세동이 생겼다면,
전기충격기 (cardioversion) 을 통해서 심장 리듬을 정상 박동으로 돌리는 치료를 해봅니다.
그래도 자꾸 재발한다면, 심도자술이라고 해서
심장으로 카테터를 집어넣어 이상한 신호를 만들어내는 부위를 찾아 지져 없애는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령 환자의 경우 대다수가 만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령환자의 경우 이미 오랜 기간 심방세동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세포 자체의 변형되 이미 와있기 때문에
전기충격기를 써서 정상박동으로 돌려놓더라도 금새 재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심장박동이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만 않게 하는 약을 사용합니다.
혈전에 대한 치료로는
흔히 와파린이라는 약을 씁니다.
혈액이 응고될때 비타민 K 가 필요한데, 와파린은 이 비타민 K 를 억제하는 약입니다.
이런 기전으로 항응고효과를 발휘합니다.
가격이 싼 대신, 항응고효과가 사람마다 다르고, 음식에도 영향을 받으므로, INR 이라고 하는 지표를 수시로 체크해줘야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혈액검사로 확인합니다.)
와파린을 드시는 분은 비타민 K 가 많은 콩이 들어간 음식이나 두유 섭취를 자제해야합니다.
그 외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새로운 약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NOAC 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약제들은 매번 혈액검사를 통해 INR 을 확인할 필요가 없으며,
음식에도 영향이 덜한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며, 해독제가 없어 (와파린은 해독제로 비타민 K 를 줍니다.) 출혈이 심할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또한 판막질환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 뇌경색 예방효과가 입증이 안되어 있으며,
투석환자에서도 안전성이 확보가 되어 있지 않아 사용이 힘듭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닥터" 건강상담 신청방법 (무료) : https://sondoctor.co.kr/449
'03_프로젝트 > 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러 상황에서의 에피네프린 용량 (2) | 2022.08.26 |
---|---|
심폐소생술에 하는 방법, 일반인을 위한, 정말 간단히, 요점만, 팁을 알려드립니다. (거제 중학생 사망사건 댓글을 보니 화가치밀어 오릅니다.) (11) | 2020.11.02 |
[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항암화학치료 (13) | 2020.05.23 |
왜 젊은 사람이 말기 위암에 걸리는가? (14) | 2020.05.16 |
[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7. 간의 마지막 모습 간경화 (11) | 2020.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