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월급이 일반 회사원의 몇 배라더라. 돈 좀 적게 벌면 되지 뭐가 문제냐

 

 

의사들 월급이 일반 회사원의 몇 배라더라. 돈 좀 적게 벌면 되지 뭐가 문제냐

 

 

이렇게 말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의사들 중에서도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엄청난 부를 거느린 사람들은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원장님들..., 종합병원 병원장님들..., 피부, 미용쪽, 정형외과 등등

의사라고 해서 무조건 강남 성형외과 원장님 이미지를 생각하면 안됩니다.

기피과 중 하나인 내과를 전공한 저또한 그들이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인턴 마지막 시기 과를 지원할 때... "왜 내과를 선택하냐"는 이해안간다는 표정의 동기들 모습이 떠오릅니다.

왜 제가 알던 똑똑하고 일 잘했던 남자 동기들이 모두 정형외과를 지원했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월급 받는 의사들은 그렇게 돈을 많이 받지는 않습니다.

(물론 일반 직장인들보다는 월급이 많고, 안정성도 좋습니다만 돈을 많이 벌려고 의사를 선택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봅니다. 돈을 많이 벌려면 일찌감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더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금수저 봉직의가 아닌 이상, 흙수저 봉직의는 일반 대기업 회사원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저 또한 외제차는 물론 새차 살 엄두가 안나서 국산 중고차 그랜저 HG 잘 골라 타고다닙니다. 그 전에는 모닝 타고 다녔습니다.

또 수도권 아파트 월세에 살면서 부동산 대책 나올때마다 혼자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될지 머리털을 부여잡고 고민고민하고 있습니다.

월급 받는데로 재테크는 어떻게 해야하나 주식에 넣어야 하나, 금융상품에 넣어야 하나, 어떻게하면 좀 더 수익을 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족끼리 외식할때 조금 비싼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

정년퇴직의 압박이 없다는 장점... 이 정도 뿐인 것 같습니다.

개업을 하고 대박이 나면, 돈을 많이 벌겠지요. 하지만 그럴 자신도 없고, 병원을 개원할 돈도 없습니다.

이때까지 마이너스 통장으로 결혼하고, 살고 있는데 또 대출받기는 너무 두렵습니다.

리스크가 너무 커서 쉽사리 개원 할 마음도 안생깁니다.

그래도 전문의 이후에 월급이 올라 생활이 나아졌지만,

전문의를 획득하기까지 많은 세월이 걸렸고, 물질적 & 정신적인 비용도 많이 들었습니다.

 

 

 

 

의대 한 학기 등록금이 600만원 정도 했습니다. (8학기, 4800만원, 12학기 7200만원)

제 경우에는 인턴 1년, 전공의 4년, 당시 월급이 약 320만원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공의 후 전문의 자격을 득한 후 전임의가 되면 월급이 소폭 증가합니다.

즉 최소 전임의 1년 이상은 수련을 받아야 비로소 봉직의로 자기 전공을 살려 취업이 가능해집니다. (전체 수련기간 최소 6년이상)

만일 남자라면 3년 4개월은 더 군의관으로 복무해야 합니다. 군의관 월급은 200만원대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육군 현역으로 2년 만기병장 제대하여 군의관의 삶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최소 9년 이상이 걸리네요. 보통 재수 혹은 삼수를 해서 의대를 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실제 시간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인생의 리즈시절 20대는 학교와 병원에 묻혀 그냥 지나가 버리네요.

30대 초중반이 되어서야 제대로된 봉직의의 삶을 살게 됩니다. (출퇴근 가능, 월급 상승)

 

 

320만원도 많은 것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전공의 근무를 한번 시급으로 따져보겠습니다.

전공의 1~2년차때는 1주일에 당직 3번 혹은 4번 (당시에는 주 80시간제가 아니었습니다. 1년차때는 월,수,금 + 주말중 하루 당직, 2년차때는 화,목 + 주말중 하루 당직)

아침 6시 일 시작, 오후 6시 종료. (물론 공식적인 종료는 6시였고, 칼퇴는 어렵습니다. 당직이 아닌 날은 마음 편하게 잔업을 할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12시간 씩 7일이면 84시간, 당직 3일이라고 하면 12시간 추가로 3일은 36시간

1주일에 총 120시간이 되고, 4주(1달) 하면 480시간

1달 월급인 320만원을 480시간으로 나누면 시급 6666원이 되네요.

그것도 주 3일 당직이라고 계산했을때, 그리고 6시 칼퇴를 가정했을때 이 정도 나옵니다.

게다가 주말, 공휴일 수당 같은 것은 다 제쳐두고 계산한 값입니다.

당직이 아닌데도 퇴근을 못해서 당직실에서 자기 일쑤고,

만일 당직실 누가 쓰고 있으면 침낭을 가져다와서 병동 상담실에 이동식 침대를 가져다 놓고

그 위에 침낭을 깔고 잤던 적도 한 두번이 아닙니다.

실제 근무량을 적용해보면 시급 5000원도 안될 것 같습니다.

 

오히려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연차를 필요한 순간에 딱 쓰고, 퇴근 이후 자기 계발을 하고, 취미 생활을 즐기는 모습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또 열심히하는 친구는 승진도 합니다.

전공의 시절에는 연차를 쓸 수가 없어서

멀리 지방에 있는 친구 결혼식 (주말 당직) 이나, 가족행사에 참석하기는 불가능했습니다.

제 결혼식 전날에도 당직을 섰고, 다음날 아침에 일 마무리를 하고 부랴부랴 식장으로 가서 결혼식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결혼준비는 아내가 다 했구요. 신혼여행도 4일 다녀와서 다음날 바로 출근해야 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3일 사용할 수 있는 출산휴가를 눈치보여서 못썼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던 분과에 전공의가 저 뿐이어서 도저히 휴가를 낼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반나절 정도만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아기를 보고 돌아와서 근무했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수련이 끝나면 월급이 올라갈 것이고, 생활도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겨우 참아낼 수 있었습니다.

 

한편, 부동산이 폭등한 현 시점에서는 이런 아쉬움도 듭니다.

차라리 대기업에 다녔었다면 월급 모아서 대출 받고 틈틈이 부동산 공부를 해서 투자를 해놓았으면

지금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겠다...

전공의 때는 부동산 투자... 알지도 못했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요약입니다.

몇몇 마이너과와 피부미용 쪽 (비급여 진료가 많은 과)을 제외하면 수익성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 대비 만족도가 낮습니다.

"그래도 일반 회사원에 비해 돈을 많이 버니, 그 돈 기부한다고 생각하고 내놔라..."

하실 수도 있지만, 이런 발상자체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실제로 이렇게 된다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업무량이 많으며, 의료사고의 확률도 높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흉부외과 등의 기피과는 아무도 선택하려들지 않을 것입니다.

의사면허를 받자마자 정식 수련을 받기보다는 미용을 배우는 쪽으로 옮겨갈 것입니다.

"의사정원을 늘리면 어쩔수 없이 선택하지 않냐?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사람과...

갈 곳이 없어 어쩔수 없이 선택한 사람의 결과가 같을 까요?

진료의 퀄리티가 같을까요? 그 분야에 발전이 있을까요?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데, 이상한 처방을 하니 문제가 해결이 안됩니다.

흉부외과 등 기피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당당하게 지원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만족할 수 있는 보상을 주어 알아서 선택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2020.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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