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겨울 투석실에서 일어나는 일들

 

 

 

 

겨울 투석실에서 일어나는 일들

 

 

상상하지도 못했던, 상상 할수도 없었던 전염병 창궐의 해 2020년이 지나갔습니다.

새로운 일상도 자꾸 맞닥드리다보니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마스크가 없으면 입이 허전합니다.

2021년 새로운 해의 봄이 찾아오려고 합니다. 날씨가 부쩍 따뜻해졌고, 새벽 해도 일찍 떠오릅니다.

 

2020년의 겨울을 지나면서, 2021년의 봄을 맞이하면서

그 동안 투석실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겨울 투석실에서 일어나는 특징적인 일들이 있어 정리해봅니다.

(겨울 투석실에서 근무하면서 관찰자 입장에서 서술한 것이고, 과학적인 근거는 부족함을 고백합니다.)

 

 

 

 

1. 혈압 변동이 심해집니다.

 

계절이 바뀌고 온도가 바뀌면 투석 환자분들의 혈압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잘 조절되던 환자분의 혈압이 갑자기 높아지거나, 혹은 떨어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아마도 새벽, 이른 아침 찬 공기를 가르고 투석실에 오셔서 그런지

처음 잰 혈압이 높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 가을보다는 옷이 두꺼워지면서 (내복, 기모바지 등등)

옷 무게는 고려하지 않은 채, 얇은 옷을 입었을 때 설정해둔 건체중대로 투석을 진행하다보니,

몸이 바라는 것보다 더 많은 수분이 제거되어 혈압이 뚝뚝 떨어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2. 설 연휴에는 체중조절 실패로 좌절하시는 분들이 많아집니다.

 

얼마전 설날이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조심스럽게 지나갔습니다.

설 연휴에도 투석실은 당연히 문을 엽니다.

투석은 연휴와 관계 없이 꾸준히 해야하는 치료이기 때문입니다.

설 연휴에는 아무래도 떡국, 차례 음식 등 음식의 유혹이 만연합니다.

그래서 체중조절 실패로 좌절하는 분들이 많아집니다.

 

거기다가 겨울 과일인 귤, 한라봉, 딸기 등 선물받은 과일들을 어쩔수없이(?) 드시고

칼륨이 높은 환자분들이 많아집니다.

특히 2월 정기검사에서 칼륨 높은 분들을 추궁해(?)보니

역시 귤을 많이 드셨다고 실토한 분들이 계셨습니다.

 

 

 

 

 

3. 찜질이나 족욕, 전기(온수)매트 등 화상입은 분들이 많아집니다.

 

아무래도 추운 겨울이다보니, 온열기구 사용이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화상을 입은 환자분들이 많아집니다.

경험적으로는 족욕하다가 발을 많이 데입니다.

당뇨환자분들 중에 특히 당뇨 신경병증으로 다리가 저리다고 하여 족욕을 하시는 분이 있는데,

아무래도 감각이 둔해지다보니 뜨거운지 모르고 너무 오래 족욕을 하고 화상을 입은 분이 몇 분 계십니다.

문제는 당뇨로 인해 혈액순환이 안되다보니, 상처 회복이 잘 안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화상으로 인한 상처가 악화되어 절단 수술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따라서 당뇨가 있으신 분들은 화상에 주의해야 합니다.

 

 

 

 

 

4. 그 외 피부가려움, 콧물을 호소하는 환자분들이 많아집니다.

 

코로나로 개인 위생이 강조되면서 확실히 감기 환자, 독감 환자분들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전 같으면 겨울철 열이나는 환자분들이 늘어나고,

여기저기 콧구멍으로 독감 검사하고, 타미플루 처방하는 장면이

겨울철 투석 병원의 장면 중 하나인데, 올해는 타미플루를 처방해본 기억이 없네요.

물론 열이 나면 코로나 검사를 우선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독감 검사를 자제하고 있긴합니다.

그럼에도 확실히 감기 환자도 많이 줄어든 느낌입니다.

 

하지만, 찬 공기로 인해 어르신 환자분들 콧물이 줄줄 나온다는 분들도 많아졌고,

겨울철 피부 건조증으로 인해 목욕 후 가려워하시는 분들도 많아집니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꼭 보습로션을 바르셔야 합니다.

(목욕 횟수를 줄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혹시 겨울철 투석실내 또 다른 중요한 일들이 벌어진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셔도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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