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자꾸 빼가니까 내가 안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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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에서

 

투석실에 모범생 같은 분이 계십니다.

제가 생각하는 모범생이란, 항상 오실때마다 체중과 혈압이 일정하고,

매달 체크하는 혈액검사에서도 식이와 관련된 인, 칼륨 수치가 비교적 안정적인 분입니다.

70대 중반의 우리 할아버지 모범생은 투석할때 항상 안정적이어서 저도 마음이 좋았습니다.

 

 

 

 

말썽쟁이로

 

어느 날 부터인지, 혈압이 오릅니다. 원래 혈압약도 안드시던 분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인가 싶었는데, 지속적으로 혈압이 높습니다.

 

"아버님, 왜 요새 혈압이 높을까요?"

 

"아 TV 를 보고 신경을 쓰니까 올라가는거여~"

 

"아 네.... (TV 를 본다고 혈압아 이렇게 올라갈까...)

 

(수 일뒤)

 

"아버님, 오늘도 혈압이 높네요, 지난 번에는 괜찮았었는데요."

 

"배가 고파서 혈압이 올라가는거여~"

 

"아 네.... (이상하다... 이상한 논리인데....)

 

할아버지 고집이 상당했기 때문에,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면서 겨우 혈압약을 추가해서 어느정도 혈압을 맞춰놓긴 했는데...

 

이제는 부정맥까지 생겼습니다. 심장 청진소리에서 불규칙한 박동이 들리고,

심전도를 보니 심방세동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너무 자주 청진을 하니, 긴장해서 그러는 거여~ 나는 괜찮아"

 

투석실 모범생에서 투석실 말썽쟁이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고집쟁이 우리 할배

 

또 할아버지는 어느 순간부터 체중이 거의 늘지 않았습니다.

평소보다 체중이 늘지 않아서 여쭤봅니다.

 

"아버님~ 요새는 체중이 많이 안늘어오시는데, 무슨일 있으세요? 식사를 잘 못하시나요?"

 

"아니 여기오면 자꾸 빼가니깐, 일부러 안먹었지... "

 

"아... 아버님 그게 아니고요... 여기서 빼가는거는 불필요하게 쌓여있는 수분을 빼는거에요. 좋은 성분은 다시 돌려놔요. 그러니 아버님 드시고 싶은거 드시면서 체중 좀 늘어오세요~"

 

 

 

 

 

지금은 괜찮아

 

할아버지 생각에, 투석을 하면 자꾸 영양분을 빼간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그러다보니 체중을 적게 늘어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일부러 적게 드시면서 살도 좀 빠졌습니다.

체중 낮추는 것을 극도로 거절하셨던 분이지만,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면서 건체중을 조금씩 낮췄습니다.

지금은 혈압도 너무 좋으시고 식사도 잘하시고 부정맥도 없습니다.

 

이제는 제가 청진기를 들이대도 겁을 내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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