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투석에서 완전히 해방시켜주는 약

 


투석에서 완전히 해방시켜주는 약

 

 

 

몇 해전 회진 중 한 환자분이 저를 불러세웠습니다.

그 분은 침대에 누워 투석 중인 상태이고 저는 근처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려나보다 생각하고 멈춰선 후 허리를 굽혀 귀를 기울입니다.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신문 조각 하나를 꺼내 펼쳐서 저에게 보여주십니다.

 

"이 광고를 봤는데, 이거 먹어도 되요?"

 

너무 어이가 없어 사진을 찍어뒀다.

 

신문 광고 였습니다.

'신장감염, 투석에서 완전 해방'

제목을 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투석에서 완전 해방이라니, 뻔뻔해도 정도가 너무 지나칩니다.

 

"이거는 비싸기만 하고 효과는 없을 것 같아요. 안드셨으면 좋겠어요."

 

진지한 표정으로 제게 묻는 80대 노인분께

너무 부정적으로 말하면 실망하실까봐 최대한 절제하면서 말씀 드렸습니다.

 

실제 제 속마음은...

 

'이거 완전 사기에요. 사기. 이런 약이 있으면 벌써 논문으로도 나오고 교과서에서도 실렸겠죠. 아마 노벨상도 탔을 거에요. 저는 이때까지 투석에서 해방시켜준다는 약은 듣도보도 못했어요.

안타깝지만, 이미 망가진 콩팥을 살려내는 약은 아직 없어요. 절대 사지마세요. 절대 믿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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