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투석실에는 내 전담 주치의가 있다

[투석실 이야기] 투석실에는 내 전담 주치의가 있다

 

 

얼마 전 즐겨 읽는 경제신문에 가정의학과에 대한 칼럼이 실렸습니다.

가정의학과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 '건강 내비' 역할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실 선진국에서는 의료비가 비싸고 전문의를 만나기 어려운 환경이라

1차 진료의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집주변 상가에 학원과 병원이 정말 많습니다.

게다가 동네 병원에서 만날 수 있는 의사는 대부분 '전문의'입니다.

그래서 가정의학과를 거치지 않고 본인 판단에 따라 혹은 인터넷 검색

혹은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봐서 스스로 진료과를 정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석받는 분들은 투석 병원이 곧 '건강 내비'의 역할을 하는구나.'

 

실제로 투석받는 날이 아닌데도 

어딘가 몸이 불편하면 투석실로 직접 오시거나 

전화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뇨나 혈압관리는 기본이고

흔한 감기 몸살에서 부터

관절통, 근육통 및 여러가지 상처, 화상상처,

체한 증상, 변비, 설사, 장염, 치통...

불면증, 눈건조증, 피부염, 발진, 어지럼, 이명, 발기부전 등등

여러가지 분야의 다채로운 증상을 만나게 됩니다.

 

또 가족분들의 불편한 증상이나

검진결과에 대해 문의하는 분도 계십니다.

 

 

'친척이 피를 토해서 OO병원에 입원해서 중환자실에 있어요. 간 때문이라고 현재 위험하다고 하는데 설명을 자세히 안해줘서 잘 모르겠어요. 왜 그런거에요?'

 

'가족이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OO수치가 안좋다고 하네요. 이거 심각한거에요?'

 

'회사검진을 받았는데 OOO 수치가 높다는데, 폐암과 관련있다던데... 이거 어떻게 해야해요?'

 

'어깨 이 부분이 아픈데 정형외과를 가야해요? 통증의학과를 가야되요?'

 

 

개인적으로 뭔가 알고있는걸 풀어서 주저리 주저리 설명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상담이 결코 싫지만은 않습니다.

 

비록 해당 증상에 대해 투석실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어느 과 진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의뢰서 적어드릴게요...' 라고 끝날때가 많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보람을 느낍니다.

 

또 가볍게 물어볼 수 있는 의학적 질문들

진료실에서 물어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 같은 가벼운 질문들도

투석실에서는 쉽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투석실에는 내 전담 주치의가 있습니다.

투석실 의사들은 투석환자분들의 '건강 내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