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보이스 피싱
- 00_투석실 이야기
- 2023. 1. 19.
[투석실 이야기] 보이스 피싱
비교적 젊은 여자 환자분입니다.
당뇨가 심해 다리가 불편하고 한쪽 눈도 잘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처음 뵈었을때만 해도 혈압변화가 심하여
투석 중에도 혈압이 뚝뚝 떨어져 구토를 하기 일쑤였고
복통과 설사도 자주 생겼습니다.
당시 가장 큰 문제는 체중을 많이 늘어오시는 것이었습니다.
물섭취가 무척 많았습니다.
대화를 나눠보니, 무심코 충동적으로 드시는 물의 양이 무척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소주잔 작전을 시행하였습니다.
물컵 대신 소주잔으로 물을 드시는 것입니다.
다행이 이 분은 작전을 잘 따라주었습니다.
게다가 예쁜 소주잔으로 구입해서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소주잔 작전을 시작한 후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체중을 적게 늘어오시니 혈압 떨어지는 빈도가 훨씬 줄어들었고
투석 중에 구토하는 횟수도 현저히 감소하였습니다.
투석을 편하게 하니 일상이 회복되었습니다.
마음이 착한 분이라 따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가난하였지만,
살고있는 원룸 이웃들을 잘 챙긴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동생들이 이 언니를 잘 따릅니다.
어디가 아플 경우 동생들이 데리고 병원에 찾아온 적도 많습니다.
그리고 나서 2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부터인지, 혈압이 치솟기 시작합니다.
기립성 저혈압이 심한 분이어서
세심하게 혈압약을 다시 세팅하였습니다.
투석을 하지 않는 날 외래로 찾아왔습니다.
집에서 측정한 혈압이 너무 높고, 약을 먹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외래 진료실에서 혈압을 체크해보니 180이 나옵니다.
그리고 혈압이 올라갈만한 이유에 관해 조사를 해봅니다.
'약은 잘 드셨는지...'
'음식 중에 짜게 드신 것은 없는지...'
'스트레스나 수면장애는 없으신지....'
갑자기 대화 도중 서럽게 울기 시작합니다.
최근에 보이스 피싱범에게 속아 돈을 넘겨줬다고 합니다.
게다가 주변 동생들로 부터 돈을 빌리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보이스피싱인지 나중에 깨닫고 경찰에 신고는 했으나,
돈을 돌려받기 힘들 것이라는 대답에 절망했다고 합니다.
특히 자신때문에 동생들까지 피해를 입게되어 너무 힘들어하네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라
매달 나오는 돈이 있지만 그 돈을 모두 동생들 돈을 갚는데 쓰고 있었습니다.
통신비까지 연체가 되어 핸드폰이 끊기자
너무 힘들어 죽고싶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 혈압이 변하였는지 이제 이해가 되었습니다.
우선 연락은 되어야하기에 소정의 금액을 드려 다시 핸드폰을 개통하시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매달 나오는 돈을 모두 갚는데 쓰지말고
우선 최소한의 생활비를 빼고 남은 돈을 갚으시도록 설명드렸습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긴급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복지혜택이 있는지 알아보시도록 했는데
얼마전에도 가서 상담을 받았지만 뾰족한 해답이 없었다고 하네요.
이 일도 벌써 몇달이 지난 일이되었습니다.
지금은 혈압도 괜찮고 투석실에도 잘 오고 계십니다.
표정도 전보다 밝아지셨습니다.
가진것 많지 않고 건강이 좋지 않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이런 분에게까지 보이스 피싱의 마수가 뻗히고 있는 현실에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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