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아서 내원하신 50대 남자 진료상담 사례
검진에서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아서 오신 분입니다.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1달전 타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검사를 하시고 크레아티닌 수치가 1.8, 추정 사구체여과율이 42 정도로 낮게 나와 결과지를 들고 내원하였습니다.
왜 신장기능이 나쁘다고 나왔을까요? 그 원인을 찾기 위해 탐정모드로 돌입하여 분석합니다. 처음 오신분이라 정보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건강검진센터에서 진행한 자료를 모두 가지고 오셔서 다행입니다. CD 까지 가지고 오셨습니다. (보통 검진만 받고 CD는 잘 안받으시는데, 저는 영상자료를 모두 CD에 복사하여 받아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 과거 검진자료가 있으면 더욱 도움이 됩니다. 과거 기록과 최근 검사 기록을 비교해보면, 만성적으로 콩팥이 나쁜지, 아니면 최근까지 괜찮았다가 갑자기 콩팥이 나빠진 급성신부전인지, 아니면 서서히 나빠지고 있는 과정인지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신장이 나쁠만한 원인을 하나하나씩 분석해봅니다.
첫번째, 혈압입니다.
역시 혈압이 높았습니다. 당시 검진센터에서 혈압이 170/120 이 나왔다고 합니다. 여기서 측정한 혈압도 거의 150 정도로 나왔습니다. 일단 한 가지 증거를 획득했습니다.
'혈압이 높은데도 조절을 안하고 살아오셨나 보다. 지속적인 높은 혈압에 콩팥이 노출되어 콩팥이 점점 죽어가나보다...'
두번째, 당뇨입니다.
검진기록지에 당뇨 검사도 있었는데, 당뇨수치(당화혈색소)는 정상입니다. 다행히 당뇨병은 아닙니다.
세번째, 콩팥의 생김새 입니다.
이 분은 영상자료를 가지고 오셔서 좋았습니다. 단순히 글자로 된 소견만 보는 것과 영상을 직접 보는 것은 알수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다릅니다. 초음파 검사를 하셨는데, 콩팥의 크기가 양쪽이 달랐습니다. 보통 콩팥은 양쪽의 크기가 비슷해야합니다. 죽어가는 콩팥의 특징 중 하나는 크기가 작다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콩팥 세포가 죽어가므로 콩팥은 위축됩니다. 이 분의 경우도 왼쪽 콩팥은 11.4cm 인데, 오른쪽 콩팥은 7.2cm 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측 콩팥이 혈액(영양분과 산소)을 잘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측 콩팥으로 들어가는 동맥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니 예상대로 LDL 콜레스테롤이 매우 높습니다. 220이 나왔습니다. 보통 정상 수치는 130 정도 이고 기저질환이나 나이에 따라 목표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달라집니다. 보통 기저질환이 많은 분은 더욱 철저하게 (낮게) 조절해야 합니다. 안그래도 혈압이 높은데, 높은 혈압이 혈관벽을 긁어 상처를 내고 거기에 LDL 콜레스테롤이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혈관이 좁아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콩팥의 혈류도 장애를 받았을 것입니다. 영양을 제대로 못주니 콩팥은 점점 크기가 작아져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증거를 잡았습니다.
경동맥 초음파도 하셨는데, 역시 혈관에 플라크가 보이고 경동맥 내막 두께도 다소 두꺼워져 있습니다. 즉 다른 혈관에도 동맥경화가 생길 수 있다는 위험신호입니다.
네번째, 콩팥을 상하게 할만한 약물을 복용했는지 여부입니다.
가장 흔한 원인 약제는 바로 진통소염제와 항생제 종류 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여쭤보았습니다. 그러자 역시 목디스크로 진통소염제를 복용 중이었습니다. 병원을 두 군데를 다니시면서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무려 1년 동안이나! 아플때 마다 드시긴 했다지만, 그래도 꾸준히 드셨습니다. 이 진통소염제는 신장의 필터역할을 하는 사구체로 들어가는 가느다란 동맥의 입구를 좁히는 역할을 합니다. 안그래도 동맥경화때문에 혈류량이 부족한데, 진통소염제가 들어가면서 더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었습니다. 설상가상이요 우는아이 떡하나 주는 게 아니라 뺨을 세게 갈기는 것과 같습니다. 밥이 모자라 배고파하는 아이의 숟가락을 뺏는 격입니다.
마지막으로, 혈관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담배까지 피고 계셨습니다.
정리하면 혈압이 높고, 콜레스테롤도 매우 높았습니다. 경동맥에도 동맥경화가 생겨 딱딱하게 굳어진 플라크가 보이고 흡연까지 하고 계셨습니다. 따라서 혈관건강이 매우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며 실제로 한쪽 콩팥이 위축되어 크기가 작아졌습니다. 이는 신장동맥 한쪽이 동맥경화로 인해 좁하져 영양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콩팥을 상하게 하는 약까지 오랫동안 꾸준히 드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콩팥을 상하게 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제 치료를 해야합니다.
우선 치료의 핵심은 신장으로 가는 혈류를 좋게 하는 것입니다. 원인을 찾고 원인에 대한 치료를 해야 합니다.
만성콩팥병에 대한 이해
우선 만성콩팥병의 단계에 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제 100세 시대입니다. 앞으로 50년은 더 사셔야 합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노화로 인해 콩팥은 어쩔 수 없이 기능을 점점 상실해 갑니다. 그런데 혈압이 이렇게 조절이 안되고 있고 혈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콩팥의 기능이 나빠지는 속도는 정상 노화속도를 초월하게 됩니다. 그러면 말년에 신장 기능을 모두 잃고 투석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관리를 하여 콩팥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혈압 조절
혈압이 높으면 신장은 커다란 압력을 받습니다. 그러면 그 압력을 견디기 위해 콩팥은 딱딱해지는데, 그러면 콩팥의 기능은 금새 떨어지게 됩니다. 혈압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물론 혈압을 떨어뜨리면 혈류량이 감소하여 단기적으로는 신장이 더 나빠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콩팥을 아끼는 셈입니다. 따라서 혈압약을 처방하여 혈압을 조절해야 합니다.
콜레스테롤 조절
또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높았으므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을 바로 드렸습니다. 더 이상 혈관에 동맥경화가 생기지 않도록 콜레스테롤 수치를 지금보다는 낮게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과 아주아주 밀접한 관련성이 있습니다.
금연 권유
혈관이 좋지 않으므로 무조건 금연이 필수 입니다. 금연을 내 의지대로 하기 어려운 경우 '금연치료'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앞으로 내원하실때마다 금연하셨는지 적극 확인하고 금연이 안되었다면 금연치료도 적극 권유할 계획입니다.
진통소염제 중단
현재 콩팥 상태에서는 진통소염제가 결코 좋지 않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설명드리고 진통소염제를 포함한 신장을 손상시킬 수 있는 약제를 피하도록 설명드렸습니다.
지속적인 관리
무병장수는 옛말입니다. 최근에는 유병장수인 것 같습니다. 병원을 다니면서 꾸준히 본인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관리를 받으며 향후 발생가능한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약들을 드시는 것이 장수의 비결인 듯 합니다. 이미 죽어버린 콩팥 세포를 살릴 수는 없겠지만, 위에 나열한 여러가지 조치를 통해 기절상태였던 콩팥 세포를 살려낸다면, 어느 정도는 콩팥 기능이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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