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투석을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나요?

 

투석을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나요?

 

 

 

 

 

 

"콩팥기능이 너무 나빠졌습니다. 이제 투석하셔야겠네요."

 

처음 투석을 시작하자는 제안은

분명 환자에게 날벼락같은 큰 충격을 주는 말입니다.

물론 그전에도 마음의 준비는 했을테지만,

막상 그 시기가 오면 당연히 거부감이 들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정서상 투석에 대한 거부감은 특히 더 큰 것 같습니다.

처음 투석은 어떻게 시작하는 것일까요?

그 과정을 알면, 조금은 덜 두렵고 덜 초조할 것으로 생각되어 포스팅을 해봅니다.

 


 

 

(1) 보통 입원을 하여 투석을 진행합니다.

 

 

투석을 하기전 환자분은

아마도 요독이 많이 쌓여있는 상태일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투석을 통해 요독을 갑자기 제거할 경우

투석 불균형 증후군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즉 요독이 갑자기 빠져나가면서 전해질 및 요독에 균형이 깨지면서

구역, 구토 등의 불편한 증상과 함께

심할 경우 의식저하, 경련까지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또한 전공의 시절 폐에 물이 찬 심각한 환자분을 빨리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나름 열심히 투석을 돌렸습니다만,

투석 불균형 증후군이 와서 경련까지 발생했었던 좋지 못한 경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불균형 증후군이나 혈압저하 같은 투석에 관련한 합병증이 발생하는지

옆에서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기 위해 입원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투석을 하기 위한 혈관 통로가 있어야 합니다.

 

투석기계를 혈관에 연결을 해야하는데,

수액을 맞는 일반적인 가느다란 정맥 라인으로는

투석 속도와 양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굵은 관이 필요합니다.

보통 굵은 카테터를 삽입하는데, 의료진들은 펌 카테터라고 보통 부릅니다.

수술이나 입원 중 임시로 사용되는 작은 중심정맥 카테터와 구분하기 위해

Permanent catheter 라고 부르는데, 이를 줄여서 부르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투석 카테터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처럼 피부 밑으로 들어가서 심장으로 들어가는 큰 정맥까지 카테터가 도달합니다.

겉보기에는 느낌이 좋지 않겠지만,

투석 환자분의 입장에서는 생명줄과도 같은 소중한 라인입니다.

이 카테터로 투석기와 연결이 되는 것입니다.

 

 

카테터 라인 중간에 툭 튀어 나오는 것이 보이는데, 

이것은 커프 (cuff) 입니다. 피부와 커프는 딱 달라 붙어

피부에서 이동하여 들어오는 세균을 막아냅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막히거나 뽑히지 않는 이상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잘 관리해주면 보통 1년 이상 사용 가능하나, 감염의 위험때문에 되도록이면 빨리 제거해야 합니다.

카테터를 삽입하여 투석 통로를 확보한 후 투석을 시작하게 됩니다.

 

카테터를 삽입할 때 마취를 하지만, 통증을 조금 느낄 수 있습니다.

대체로 첫 날은 통증이 있다고 하시나, 다음날이면 통증이 많이 괜찮아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외 카테터를 소독 한 후 드레싱 할 때 사용하는 반창고 테잎으로 인해

피부 자극이 발생하여 가려워 하고, 피부염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참지 마시고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말씀하셔서

피부 연고나 드레싱 재료 교체 등 도움이 될만한 조치를 받으세요.

 

 

 

 

 

(3) 이제 진짜로 투석 시작!

 

많이 긴장이 되시겠지만,

투석을 시작해보면 생각보다 아무 느낌이 없습니다.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미리 조치를 다 취해놓기 때문입니다.

(투석 할 때 몇 가지 약들을 더 사용합니다~)

따라서 너무 긴장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투석은 보통 한번에 4시간씩, 주 3회 진행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4시간을 다 하기는 무리가 있으므로,

2시간부터 시작해서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갑니다.

부종이 있더라도 처음부터 수분을 많이 빼지는 않습니다.

적응할 시간을 두기 위해서 입니다.

대신 매일 투석을 하되, 첫날 2시간, 다음날 3시간, 그 다음날 4시간 하고 하루 쉬고 다음날 4시간...

이런식으로 진행됩니다.

제 느낌에 처음 투석하시는 분들 중 80% 는 잘 적응하시는 것 같고, 

나머지 20% 분들은 혈압이 다소 떨어지면서 약간 어지럽다던가,

경미한 오심, 경미한 무기력감 등을 호소하시는 것 같습니다.

심각한 증상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4) 불필요한 약 정리, 못했던 검사 하기, KONOS 등록

 

그 외에 그동안 복용했던 약 중에 불필요한 약들을 정리가 되므로 약이 좀 줄어드는 효과가 생깁니다.

당뇨약도 줄어들게되고, 혈압약도 다소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몸이 산성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탄산수소나트륨 같은 약 (타스나정 등) 은

어차피 투석하면 불필요해지므로 중단해도 됩니다.

인과 칼륨을 떨어뜨리기 위한 약들도 투석 전보다는 약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완전히 끊기는 힘듭니다.)

 

그리고 그 동안 콩팥 기능이 나빠 진행하지 못했던 조영제가 들어간 CT 검사를 

투석을 시작한김에 찍어보면 매우 좋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에 암을 확인하기 위해 조영제 CT 가 매우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투석을 시작 한 후 겸사겸사 검진 차 찍었던 복부 조영증강 CT 에서

크기가 큰 간암이 비로소 진단되었던 어르신이 계십니다.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합니다. 절대 드문일이 아니므로, 꼭 CT는 챙겨서 찍어보세요.

내시경도 미리미리 챙겨서 하시구요.)

 

또 투석을 시작하면 말기신부전이 되기 때문에 신장이식을 위한 KONOS 등록을 하실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챙겨주실텐데 빨리 등록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이것도 꼭 챙겨서 하시면 됩니다.

혹시 지금 투석을 시작한 병원의 규모가 작아 신장이식 받기가 꺼려진다, 큰 병원에서 받고 싶다는 분은

큰 병원에 진료를 예약하셔서 KONOS 등록을 하셔도 됩니다.

(병원 선택은 환자분의 자유의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큰 병원은 뇌사자가 많은 대신, 그 만큼 대기자도 많을 것이고,

작은 병원은 뇌사자는 적겠지만, 대기자도 적어 생각보다 빨리 본인의 순서가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5) 동정맥루 수술 하기

 

 

투석용 카테터를 삽입하고 있지만,

계속 카테터를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됩니다.

감염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정맥루를 만들어야 하는데 보통 왼팔에 만듭니다. (오른손잡이 기준)

팔에 동맥과 정맥을 이어주는 수술입니다.

원래 혈액은 심장에서 나와 동맥을 흐르다가 손에 있는 모세혈관을 거치면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받아서 다시 정맥으로 흘러 심장으로 들어가는 이동을 합니다.

이런 시스템에서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동맥에서 정맥으로 이어주는 혈관을 만드는 수술을 해주면,

동맥은 압력이 높기때문에 바로 연결된 정맥에 압력을 주게됩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압력에 견디기위해 정맥혈관이 서서히 두꺼워지고 굵어집니다.

그렇게 튼튼해진 혈관에는 투석용 굵은 바늘을 몇 번이고 찔렀다가 뺐다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성숙(maturation)" 이라고 합니다. 

혈관이 성숙되어 투석 바늘을 꽂을 수 있게되기까지 최소 6주는 걸립니다.

이렇듯 동정맥루 수술을 하더라도 바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 빨리 해야 합니다. 그리고 6주 이후 감염의 위험이 있는 카테터를 최대한 빨리 빼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본인의 혈관 상태가 좋지 않다면 인조혈관을 사용하여 수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인조혈관은 고어텍스 등의 좋은 소재를 사용하여 혈관의 일부분을 대신합니다.

인조혈관으로 수술하면, 성숙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혈관을 일찍 사용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외부 물질이 들어간 것이므로,

감염의 위험은 자가 혈관에 비해 높습니다.

덧붙여 동정맥루 수술은 전신 마취를 하지 않아도 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심장 기능이 좋지 않으면 동정맥루 수술을 했을 때 심장에 부담이 많이 가서 힘들 수도 있고

동정맥루의 성숙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수술 전 심장초음파를 통해 심장기능을 미리 평가해놓기도 합니다.

또한 심장기능이 나쁘거나 심장 시술을 받으신 분은 

동정맥루를 바로 만들지 않고, 조금 시간적여유를 가지고 투석을 통해

심장을 더욱 튼튼하게 만든 뒤에 수술하기도 합니다.

 

이상적인 동정맥루와 관련한 6의 법칙이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동정맥루의 혈액 속도는 600 mL/min 이상은 되어야 한다.

동정맥루의 지름은 6mm 이상이 되어야 한다.

동정맥루의 깊이는 6mm 이내여야 한다.

동정맥루는 6주를 기다려야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정맥루에 대해 한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상 가장 좋은 방법은 카테터를 설치하지 않는 것입니다. (fistula first!)

이게 무슨 의미냐 하면,

투석을 시작하기전 미리 동정맥루 수술을 해놓는 것입니다.

신장 기능이 나빠져서 수개월 내로 투석을 해야할 것 같은 예상이 들 때

미리 동정맥루를 수술하여 세팅을 해놓는 것입니다.

그러면 투석해야할 시점이 다가왔을 때 카테터 없이도 바로 바늘을 꽂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테터는 감염의 문제 외에도 카테터가 혈관 벽을 자극하므로,

나중에 그 부분이 좁아지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동정맥루를 사용하고 카테터를 뽑더라도 자꾸 혈관이 좁아져

자주 혈관을 넓혀주는 혈관시술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카테터를 안 쓰는게 좋습니다.

그럼에도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동정맥루를 미리 만들어 놓죠!" 라고 제안을 드리면

십중팔구 투석에 대한 거부감에 수술을 거절하십니다.

이 글을 보시는 투석을 앞둔 만성콩팥병 환자분이 계시다면,

투석 시작전에 동정맥루 수술을 미리 해두시는 것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6) 투석실 병원 정하기

 

 

이제 위의 과정을 모두 겪고나면 퇴원할 시기가 됩니다.

그러면 앞으로 주 3회, 4시간씩은 계속 투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 대학병원이나 규모가 큰 병원의 경우

이미 투석실에 환자들이 많아 새로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퇴원 전에는 집 근처에 투석 병원을 알아보고 투석 일정에 대해 약속을 잡아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혈액투석을 일주일에 3번을 해야하고, 투석 후에는 조금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투석실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신장학회 홈페이지에서 투석실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집 근처 병원 중에 반드시 투석 전문의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선택하세요!

(어떤 의사든 투석실을 차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내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일정기간 투석실에 대한 전문적인 수련을 받아야 투석전문의가 될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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