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에 투석을 앞둔 90대 어르신 두 분에 대한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글의 후기 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 정보는 수정하였습니다.)
94세 남자 환자분
고령임에도 자가 혈관으로 동정맥루를 수술하여 투석 준비를 하였습니다. 동정맥루 성숙이 지연되어 한 차례 시술을 받긴 하셨으나 특별한 합병증 없이 예정된 일정에 맞춰 2025년 11월 부터 안정적으로 투석을 시작하였습니다.
고령이라는 점과 잔여 신장 기능 남아있고 전신 상태를 고려하여 주 3회가 아닌 주 2회로 투석 중 입니다. 한 번 투석에 3시간씩 시행하고 있습니다. 투석을 시작한 후 식욕이 너무 좋아지셔서 가끔 체중이 많이 증가한 상태로 투석하러 오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한 번씩 더 추가로 투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달 진행하는 혈액검사 상에서도 빈혈 수치, 영양 상태 수치, 인 수치, 칼륨 수치 등등 큰 이상없이 잘 지내고 계십니다. 고령으로 무리하게 투석을 하지는 못하지만, 식욕도 좋고 식사도 잘하시고 나름대로 건강한 일상을 보내고 계십니다.

92세 여자 환자분
투석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신 분입니다. 2주에 한번씩 진료실에서 뵙고 있습니다. 최대한 약으로 조절하면서 콩팥이 나빠지는 것을 억제하여 투석을 최대한 미루고 있습니다. 점점 복용약도 많아집니다. 한편으로는 투석 가능성을 항상 말씀드리고 투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 드리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반복해서 설명드리고 있습니다. 가끔 자녀분들이 같이 오시면 상세하게 투석에 대한 과정을 설명드리고 어머님의 경우 90대로 고령이지만 투석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중간에 몇 번 위기가 있었습니다. 숨이 차서 X-ray 를 촬영해보니 폐부종이 발생하였고 이뇨제와 약물치료 후 호전되기도 했습니다. 만일 폐부종이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았으면 어쩔 수 없이 응급 투석을 시행해야 했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정기 혈액검사상 신기능을 나타내는 크레아티닌 수치는 이전보다 약간 낮아지고 (신기능이 좋아지는 쪽) 빈혈 수치는 더 상승하였으나 갑자기 심한 감기에 걸리셔서 전신 컨디션이 악화되었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감기 증상은 호전되었으나 식욕이 돌아오지 않아 식사량이 많이 감소한 상태입니다.

어떤 선택이 좋을까?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현대 사회에서 고령자에 있어 투석 치료는 명확한 해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환자분이 점점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의료진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고령이라고 해도 전신 컨디션이 양호하다면 조심스럽게 투석을 진행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투석 전에는 최대한 콩팥 기능을 보존하고 투석 시기를 미뤄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확실히 투석이 필요한 때가 온다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투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투석이 필요해진다면, 응급상황 속에서 급하게 시작하는 것보다 미리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편이 환자에게 훨씬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마치 비행기가 비행을 하다가 부드럽게 착륙하는 것과 갑자기 급하게 착륙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투석 시작에 있어 중요한 것은 나이 자체보다, 환자분이 어떤 삶을 원하고 어떤 상태로 지내고 싶은지 함께 고민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