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신장에 물혹이 많네요.
50대 후반의 남자 환자분입니다. 10여년전 건강검진에서 콩팥이 나쁘다고 처음 알게되었고, 혈압도 당시 200 이 나왔었다고 합니다. 혈압이 높은 줄 모르고 있다가 오랜만에 시행한 검진에서 고혈압과 만성콩팥병 두 가지가 모두 진단된 것입니다. 이미 콩팥은 많이 망가진 상태여서 그로부터 얼마되지 않아 결국 투석을 시작하셨습니다.
몇 년전 그 분에게 검진 목적으로 초음파로 콩팥을 검사 하던 중 무심코 말을 꺼냈습니다.
"콩팥에 물혹이 많이 있네요."
"물혹이 많으면 안좋은가요?"
"아니에요 콩팥이 나빠지면서 물혹이 생길 수 있어요. 물혹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데, 그 속에 혹시 암이 숨어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죠. 간혹 물혹이 많이 생기는 유전되는 병도 있긴 한데 가족중에 콩팥 안좋으신 분은 없으시죠?"
"가족 중에서는 저만 투석을 해요. 그런데, 콩팥 나쁜게 유전이 되나요?"
"물혹이 많이 생기는 질환 중에서 유전되는 병이 있어서 여쭤봤어요. 지금 초음파에서 보이는 모양은 유전이 되는 다낭성 콩팥병은 아니에요. 너무 걱정마세요."
괜히 물혹에 대해 투머치 토크를 하였나봅니다. 유전이 되는 다낭성 콩팥병도 있다고 하니 무척이나 걱정하셨습니다. 아마도 본인 역시 갑자기 콩팥병을 진단받고 얼마 안되어 투석까지 하게 되었으니 더 신경이 쓰였을 것입니다. 역시나 다음날 20대 자녀분을 데리고 콩팥에 대해 걱정이 된다며 오셨습니다. 물론 검사를 해보니 모두 혈액검사, 소변검사, 콩팥 초음파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유전이 되는 콩팥병 중에 가장 흔한 것이 다낭성 콩팥병입니다. (아래 포스팅 참조)
2023.03.04 - 보통염색체우성 다낭콩팥병 (상염색체우성 다낭성 콩팥병, ADPKD) (1) 특징, 관련 유전자
2023.04.26 - 보통염색체우성 다낭콩팥병 (상염색체우성 다낭성 콩팥병, ADPKD) (3) 진단 : 임상진단, 고위험군 예측
2023.05.08 - 보통염색체우성 다낭콩팥병 (상염색체우성 다낭성 콩팥병, ADPKD) (4) 치료 : 보존적치료, 고위험군 치료
그런데 이분 처럼 투석을 하면서 후천적으로 물혹이 많이 생기는 병도 있습니다. 후천성 낭성신장병 (Acquired renal cystic disease) 라고 합니다. 실제로 투석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초음파를 해보았을 때 콩팥에 많은 물혹이 보이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후천성 낭성신장병에 대해 좀더 알아보겠습니다.
후천성 낭성신장병
후천성 낭성신장병은 만성신질환 환자 (7%) 이나 투석환자 (22%) 에서 발생하는 양쪽 신장에 생기는 다발성 신장 낭종을 의미합니다. 투석을 오래하신 분일 수록 더 많이 발견됩니다. 혈액투석을 8년이상 하신 분 중 92%에서 발견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보통 0.5cm 이하 크기로 작은 물혹이 양쪽에 4개 이상이 존재합니다. 콩팥의 기능이 만성적으로 나빠져 있기 때문에 콩팥 크기는 작습니다. 드물게 시간이 지나면서 물혹의 갯수와 크기가 증가하면서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콩팥병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증상은 별로 없습니다. 혈뇨, 통증, 요로감염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14%) 투석하신지 10년 정도 지난 환자분 중 4~7% 에서 신장암 (신세포암)이 발견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남성 (남:여 = 7:1), 육안적 혈뇨가 있는 분, 물혹의 크기가 클 수록, 투석 기간이 길 수록 신세포암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투석환자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신세포암 발생 빈도가 30~50배 높습니다. 종종 양쪽 신장의 여러 군데에서 신세포암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25~50%)
3~5년 이상 투석을 하신 분이라면 매년 신장 초음파로 검사해보고 후천성 낭성신장병이 확인이 된다면, 신세포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조영제를 사용한 복부 CT 를 매년 실시하도록 권고합니다.
인용 출처 : 임상신장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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