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시점에 신내성모내과는 이미 개원을 했습니다. 틈틈히 기록을 남기려는 의도와 달리 너무 바쁜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그 동안 있었던 기억나는 일들을 간단하면서도 솔직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1. 정들었던 환자분들과의 작별 인사
원래는 추석 이 후 9월 말쯤 개원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인테리어 공사가 순조롭게 되어 조금더 서둘러 9월 초에 개원을 해보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인테리어 마무리 청소 이 후 2주 뒤에 개원하는 셈입니다. (당시 생각에는 빠듯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8월이 되어 외래 환자분들과 투석 환자 분들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개원을 하여 열심히 해보겠다는 것과, 개원을 하는 지역이 멀다는 점을 설명드렸습니다. 인천에서 중랑구는 참 먼 곳이긴 합니다. 이렇게 환자분께 상황을 말씀드리자, 축하와 응원을 해주시는 한편 많이 아쉬워 하셨습니다. 저또한 정이 많이 들었던 환자분들의 손을 붙잡고 이별의 인사를 하면서, 마음이 허전하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런 기분이 들 것이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가슴한 곳이 뻥 뚤린 느낌이었습니다. 동고동락했던 투석실, 외래 직원분들과도 마지막 인사를 할 때 마음이 참 힘들었습니다. 그냥 이 근처에 자리를 잡을껄 그랬나. 이 근처에서 자리를 좀 더 면밀히 찾아볼 걸… 하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어떤 환자분은 정말 대수롭지 않게 인천에서 중랑구로 찾아오겠다는 분도 몇 분 계셨습니다. “2달에 한번 가는 거 어렵지 않지요. 드라이브겸 찾아갈게요.”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돌아보건데, 개원 첫째 주 동안 인천에서 중랑구로 4분이 찾아와 주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지금도 인천에서 뵈었던 투석 환자분들 한분 한분이 모두 기억납니다. 한분씩 떠올리면 눈시울이 뜨거워 집니다. 만남뒤에 이별이 있는 것은 진리이며, 수없이 경험했던 것이지만 여전히 이별은 참 적응이 안되는 힘든 일입니다. 앞으로 만나는 환자분들과는 이런 이별이 없었으면 합니다.

#2. 역시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 우아한 준비기간은 없었다.
그럴듯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 완료 후 2주 뒤 개원, 처음 1주는 투석실 팀 출근하면서 세팅, 개원전 마지막 1주 동안은 외래팀 출근하면서 가오픈 및 시뮬레이션 기간. 시간이 남으면 교육도 하고 처음 개원하기전 생각했던 가치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도 가졌으면 했습니다. 계획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인테리어 이 후에도 세팅할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우선 직원들이 출근해서 일을 하려면 컴퓨터와 인터넷이 되야 하므로 이 부분을 가장 먼저 진행했으면 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 마무리 후 첫 날 인터넷 설치 기사님이 오셨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은 그날 개통되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이 개통되지 않은 상태에서 컴퓨터가 들어왔습니다. 그 다음날 장비들이 들어왔습니다. 그 날은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엑스레이, 골밀도 검사기기, 체중계, 혈압계, 심전도, 폐기능 검사 등등. 장비가 설치되고 교육까지. 하루 종일 걸렸습니다. 그 다음날은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설치, 그 다음은 CCTV 설치, 그 다음은 실내 사인물, 간판 설치, 그 다음은 블라인드 설치, 프린트 설치, 가전제품 설치… 등등등.
이 기간동안 직원들끼리 둘러앉아 우아하게 시뮬레이션 해보고 의논하는 상상을 해보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여기저기 장비 세팅, 물품 세팅, 그리고 수북히 쌓인 쿠팡 택배상자 뜯고 정리하기 바빴습니다. 게다가 8월 휴가철이라 이상하게 예상보다 하루 이틀 예정된 일정보다 미뤄집니다. 분명 토요일에 작업하기로 한 것인데, 그 때 가서 전화해서 물어보면 2일 뒤로 작업 일정이 미뤄졌다고 합니다. 이 기간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여기 다음주 개원하는 곳 맞아요?”. 저도 되뭍고 싶었습니다. “여기 정말 다음주 개원할 수 있을까요?”

#3. 역시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 RO실 공사
투석기를 설치하려면 RO실 공사가 완료되어야 합니다. 원래라면 인테리어 공사 끝나고 며칠 뒤에 하기로 했던 공사가, 부품을 새로 제작해야한다며… 10일 더 미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투석기 설치 일정도 더 늦춰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외래 진료를 먼저 시작하고 3일 뒤 투석실을 오픈하게 됩니다.
#4. 역시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 용도변경과 개설신고
제가 임대한 곳의 용도는 판매시설로 되어 있어, 의원으로 개원하기 위해서는 용도 변경을 해야했습니다. 보통 인테리어 공사 80%가 완료된 상태에서 개설신고를 하게되고 개설신고를 하면 소방점검, 보건소 실사 이 후 개설신고증을 받게됩니다. (신고이지만 사실상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인테리어 공사가 완료된 상태였음에도 용도변경이 안되고 있었습니다. 장애인 협회에서 지적한 사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차 지적사항을 모두 보완했음에도 또다시 지적사항이 나왔습니다. 화장실 앞 점자블록의 위치가 약간 어긋났기 때문입니다. 결국 개원 예정 12일 전에 용도변경이 마무리되고 그 다음날 부랴부랴 개설신고 서류를 만들어 보건소로 의약과로 향했습니다. 역시 가져갔던 서류 다발에서 미비한 부분이 있어 반려되었습니다. 결국 개원 예정 10일전에 비로소 개설신고 서류를 제출합니다. 개설신고증이 나오기까지 소방점검과 보건소 실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략 10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초조합니다. 10일뒤에 개원하니까요. 보건소 담당자에게 사정사정하고 나왔습니다.
주말이 지나고 개원 예정 8일전 소방점검이 나왔습니다. 또 개원 예정 6일전 보건소 실사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개원 4일전 개설신고증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개설신고증을 아침 일찍 보건소에 가서 받아왔습니다. 이제 요양기관번호가 나와야 합니다. 언제 나올지는 모릅니다. 다행히 1~2시간 뒤에 요양기관번호가 나왔습니다. (문자로 임시 요양기관번호가 부여되는데, 그 번호가 결국 요양기관번호로 확정됩니다. 같은 번호입니다.)
공인인증서도 신청해야 하는데, 공인인증서는 사업자 등록증만 있으면 신청이 가능합니다. 단, 공단에 직접 가야합니다. 개설신고증이 나오기 전 시간이 있어 공인인증서는 미리 발급받아 두었습니다. 공단에 가면 직원분께서 친절히 안내를 해주십니다.
요양기관번호가 나오면 이제 카드 단말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이 주말입니다. 정말 카드단말기 업체에 사정사정해서 개원 바로 전날 카드단말기까지 설치를 마무리 했습니다. 카드 단말기 설치 후에도 여러 카드회사의 승인이 있기까지 시간이 소요됩니다. 열 몇개 카드회사가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개원 당일에 몇 가지 카드 회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카드회사의 승인이 떨어져서 카드 결제에는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정말 가오픈 기간 수차례의 정밀한 시뮬레이션과, 실수로 들어오신 진짜 환자분을 진료 하면서 실제 진료 프로세스를 우아하게 점검하려고 했던 계획이 전혀 이행되지 못했습니다. 급한대로 약 처방전 발급이 가능하며 카드결제가 가능한 정도에서 일단 오픈을 하였습니다. 개원 예정일은 환자분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이 약속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부족한 상태지만 오픈을 하였습니다.

#5. 그 외의 일들
드디어 개원일, 일정에 쫒기느라 ‘개원식’ 같은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개원식 겸 개원일에 많은 친척, 가족분들이 방문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습니다. 개원일에는 전날부터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잠이 오지않아 새벽에 눈이 떠집니다. 일찌감치 병원에 도착하여 둘러보는데, 병원 입구가 물바다가 되어 있습니다. ‘비까지 새는구나…!!’ 허탈하다못해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워낙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고 변수가 많았기 때문에 이 정도 일은 크게 놀랍지도 않습니다. 다만 왜 하필 오늘 이런일이… 나중에 확인하니 비가 새는 것은 아니었고, 수랭식 에어컨 배관의 문제였습니다. 배관을 수리하고 다행히 현재까지 아무 문제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