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이론보다 중요한 것

한 번 투석할 때 수분은 얼마나 뺄 수 있을까?

투석은 우리가 생명활동을 하면서 발생한 독소와 잔여 수분을 제거하는 치료입니다. 원래라면 콩팥이 해주어야 하는 일이지만, 콩팥 기능이 소진된 분들은 투석이 좋은 치료가 됩니다.

투석을 24시간 내내 하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일주일에 3회, 4시간씩 압축해서 진행합니다. 그렇다고해서 4시간 동안 체내 수분을 무한정 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투석 1회, 4시간 동안 제거할 수 있는 수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몸이 견딜 수 있는 속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60kg 인 분이 4시간 동안 2L 수분을 빼는 것과 8L 수분을 빼는 것은 다릅니다.
2L 를 제거 (시간당 0.5L 제거) 할 때는 몸에 큰 무리가 가지 않으나
8L 를 제거 (시간당 2L 제거) 할 때는 몸이 버티지 못합니다. (투석실에서는 8L 를 한번에 빼주지도 않습니다.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체격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같은 4L 의 수분을 제거한다고 해도
80kg 체중인 분이 4L 수분을 빼는 것과
40kg 체중인 분이 4L 수분을 빼는 것은 전혀 다른 상황인 것입니다.​

내 체격에 맞는 적절한 양의 수분을 제거해야 투석이 편하고 투석 후에도 후유증이 없습니다. 과도하게 수분을 제거했다면 투석 중간에 혈압이 떨어지고 가슴이 아프고 구토를 하고 두통이 생기고 심하면 의식을 잃는 등 여러 위험한 증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내 체격에 맞는 적절한 제수량 (수분 제거량) 은 얼마인지 알아보는 계산기도 있습니다.
참고 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실전 투석은 위와 같은 계산식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환자를 보다 보면 이론과 다른 상황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아래 한 가지 사례를 서술해봅니다.​

이론보다 중요한 것

70대 여자 환자 분, 건체중이 40kg 인 분이 계십니다. 혈압은 높고 심장의 크기는 큽니다. 이론만 보면 투석 사이 체중을 적게 늘어오시고, 투석 때 수분을 더 빼서 건체중을 낮춰야 합니다.
투석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갑니다.

​”환자분 엑스레이에서 심비대가 있고 혈압도 높아요. 건체중을 낮춰야 하니 체중 조절 잘 하셔야 해요. 체중 너무 많이 늘어오시면 안돼요.”
“그럼 제가 몇 kg 까지 늘어올 수 있나요?”
“건체중이 40kg 이니 2kg 내로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1.5kg 내로 오시면 더 좋고요.”
건체중이 40kg인 작은 체구의 환자분이라, 체중이 조금만 늘어도 몸에는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럴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환자분이 체중에 신경쓰느라 식사량을 매우 적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투석 환자는 투석으로 인해 단백질 소모가 있는 상태인데 식사량을 줄여 영양이 부족해지면 몸이 근육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그래서 근육이 빠지고 체중이 감소합니다. (이화작용(catabolism) 우세 상태) 몸이 자기 근육을 분해해서 살아남기위해 버티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근육이 빠지고 체중이 감소하면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부종이 늘고 심장 크기는 더 커지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면 혈압은 더 상승하고 더 건체중을 낮춰야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아래 엑스레이는 이상태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심장의 크기는 자꾸 커져가고 혈압은 상승하였습니다.

근육량이 적고 체구가 적으신 고령 환자분들은 무작정 건체중 부터 낮추기 보다는 영양상태를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해보입니다. ‘체중 적게 늘어오세요’ 라고 이야기하면 적게 드시려고만 하기 때문입니다. 투석 전 체중이 적게 늘어오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 분께는 당장 혈압이 높았으므로, 혈압약을 더욱 추가하는 동시에 체중은 좀 늘어오시더라도 좋은 영양 (단백질)을 섭취하시도록 교육을 철저히 했습니다. 때로는 2kg 이상 늘어오실때도 있지만 영양 섭취 및 운동, 활동을 격려한 후 약 6개월이 지났습니다.​

아래 엑스레이 처럼 심장의 크기는 작아지고 (심장의 부담이 적어짐.) 혈압이 좋으니 혈압약도 줄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6개월 전에 비해 체중을 줄인 것이 아니라 체중이 더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환자 상태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체력이나 소화력도 좋아졌습니다.

아래는 6개월 전 후 사진을 이어 붙인 사진입니다.

결론

투석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데이터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단순히 건체중을 줄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환자분이 건강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투석실에서는 교과서 이론과 다른 중요한 것들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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