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운동하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 병원에 오신 분

 

 

 

70대 후반의 남자분이십니다. 당뇨도 심장질환에 고령이지만 본인의 건강을 착실히 관리하셔서 안정적으로 투석치료를 이어가시는 분입니다. 항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혈당과 혈압도 꾸준히 체크하셔서 투석하러 오실 때 알려주십니다. 그러다보니 혈압과 혈당의 변동을 빠르게 알 수 있어서 그때그때 약물조절을 하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금요일 평소와 같이 투석을 잘 하고 귀가하셨는데, 다음날 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복통이 생겨 토요일에 병원으로 오셨습니다. 표정도 좋지 않고 땀을 흘리는 모습, 갑자기 나타난 급성 복통.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복부 초음파를 바로 시행하였습니다. 담낭에는 모래같은 담석 부스러기들이 있었고 담관이 확장되어 있었습니다.

 

Ultrasonography 2022; 41(2): 243-262.

 

아마도 담석 찌꺼기들이 담낭에만 머무르지 않고 담관을 타고 밑으로 내러가다가 중간에 걸려 막혔나봅니다. 그러면 갑자기 심한 복통을 일으킬 수 있고 소화도 안되면서 황달이 생깁니다. 고인물은 썩는다고 담즙이 정체되면 그리로 세균이 증식하기 쉬워 담관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급성 담관염은 내과적인 응급상황입니다. 염증의 파급이 빠르고 쉽게 패혈증으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https://www.niddk.nih.gov/news/media-library/18270

초음파를 보자마자 바로 응급실로 가셔야 된다고 안내해드렸습니다. 그길로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셨고 응급으로 담관내 찌꺼기를 제거하는 시술을 받으셨습니다. 시술 이 후 몇 일간의 금식, 보존적 치료로 증상은 많이 회복하셨습니다.

 

 

https://www.bppoddarhospital.com/what-happens-during-an-ercp-procedure/

 

하지만 문제의 근본인 담낭은 남아있습니다. 담낭의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에 또다시 담석이 생기고 이와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과거 6개월전에도 소화가 잘안되고 속이 불편하다고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혈액검사에서도 간수치가 소폭 상승, 황달수치도 소폭 상승 (AST/ALT 51/66 Total bilirubin 1.7) 하여 즉시 복부초음파를 시행했었는데, 이 때에는 모래알 같은 담석 찌꺼기만 조금 보였고 담관이 막힌 증거는 없어서 따로 입원하거나 시술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약물치료 후 증상이 호전되고 간수치, 황달수치가 모두 회복되었습니다. 이 때에도 조그마한 담석이 잠시 막혔다가 빠져나왔을 것입니다. 그래서 증상이 생기고 간수치, 황달수치가 소폭 증가했다가 크지 않은 담석이 저절로 배출되면서 증상과 검사결과가 모두 호전된 것입니다.

 

반복적으로 이와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고장난 담낭도 마저 제거하여 수술해주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니 퇴원하여 컨디션을 회복하였다가 수술 날짜를 따로 잡고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대부분 복강경으로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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