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1. 담낭염, 쓸개염
- 03_프로젝트/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 2020. 4. 17.
어려운 의학용어를 사용하여 대화하는 의료진들, 그들은 환자인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나는 그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어 답답하고 무섭습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표정만 보고 짐작할 뿐입니다. "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프로젝트에서는 각 질병에 대해 흔히 사용하는 의학용어와 치료에 관한 대강의 방향을 쉽게 설명하여 의료진들과의 의사소통을 더욱 쉽고 정확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다만 질병의 치료는 각 개인에 맞추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치료적 결정은 주치의와 상의하여야 하며, 본 코너에서는 큰 흐름만 설명할 것입니다.
[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1. 담낭염, 쓸개염
담낭염은 담낭(쓸개)에 염증이 생기는 병입니다. 담낭은 간에 있는 주머니인데, 담즙을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집니다. 다시말해 간세포에서 담즙을 만들고 담관을 통해 담낭에 저장이 되었다가 우리가 식사를 하면 담낭이 속에 들은 담즙을 짜내어 장으로 흘러들어가고, 거기서 음식물과 섞여 소화를 돕습니다. 특히 담즙은 지방의 소화를 돕습니다.
담낭에서 보관된 담즙을 제때 짜내야 하는데, 담석(쓸개돌)이 생겨 담즙이 지나는 길을 막으면 병이 생깁니다. 이것이 바로 담낭염입니다. 담낭염은 보통 담석이 생겨 갑자기 길을 막아 생기므로 대부분은 급성 담낭염이 되고 영어로는 Acute cholecystitis 라고 합니다. 의사들은 줄여서 "꼴레"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급성 담낭염이 생기면 주로 우상복부 (오른쪽 윗배) 에 통증을 나타내며, 담즙이 분비가 안되기 때문에 소화도 안됩니다. (특히 지방이 많은 음식) 담즙에는 빌리루빈이라는 색소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 누런 색소가 혈액으로 흡수되고 많아져서 황달이 생기기도 하는데 대개의 경우 육안으로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며, 혈액검사상 황달수치 (빌리루빈)이 살짝 상승하는 정도로 나타납니다. 또한 담즙이 정체되어 간에도 손상이 일어나 간수치도 상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 우상복부 통증이 있다고 하면, 의사들은 가장 먼저 급성 담낭염을 떠올릴 것이고, 몇 가지 특수한 신체검진 및 다른 검사 (CT 나 초음파) 를 통해 담낭염을 감별하려 할 것입니다. 급성 담낭염의 경우 수술이 가장 중요한 치료이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병입니다. (약으로 될 병이 아니고, 시간을 끌 경우 담낭벽이 약해져 터질 수도 있고, 균이 증식하여 침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빨리 진단하고 치료가 필요합니다.)
급성 담낭염의 치료는 수술이 원칙이고, 옛날에는 배를 칼로 열어 직접 눈으로 보고 담낭을 떼어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복강경으로 담낭을 제거하여 수술 자국이 거의 남지 않습니다. 담낭은 담즙을 저장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에 담낭이 없더라도 약간의 소화장애는 있을 뿐, 결국 적응하여 큰 문제는 없습니다. 대신 담관이 좀 늘어나서 담낭의 역할을 일부 대신하기도 합니다.
담낭염의 치료는 수술이지만, 일부 환자의 경우 수술이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고령의 환자나 심장이나 폐 기능이 좋지 않거나 전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수술 자체가 위험한 경우가 그 예입니다. 이러한 경우 무리하게 수술을 바로하기보다는 피부를 통해 담낭 안으로 도관을 삽입하여 밖으로 담즙을 빼주는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이는 막힌 담낭의 압력을 풀어주어 증상과 황달을 포함한 간수치, 염증이 호전되게 합니다. 응급으로 그러한 조치를 한 후 추후에 조심스럽게 수술을 할지 결정하게 됩니다. 도관을 넣는 것을 의사들은 "PTGBD 를 하자" 고 이야기 하며, 그 도관은 모양이 돼지꼬리 모양을 닮아 Pigtail 카테터라고 지칭합니다.
* PTGBD : Percutaneous transhepatic gallbladder drainage - 풀어서 해석하면 피부를 통해, 간을 통해서 담낭을 밖으로 배액하는 것. (그래서 주머니가 붙어있습니다.)
한편 담낭염이 생기기 쉬운 사람은 당연히 기존에 담석이 있는 분일 것 입니다. 담석이 크면 담낭염 뿐 아니라 담낭을 자극하여 담낭암이 생기기 쉬우므로 미리 예방적으로 담낭을 떼는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보통 교과서에서는 담석이 3cm 가 넘으면 수술을 미리 하자고 나와있습니다. 참고로 담낭은 다른 장기보다 두께가 얇아 암이 생기면 주변으로 쉽게 전이가 되므로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담낭암을 무척 두려워 합니다. 또한 담낭 용종이 간혹 우연히 발견되기도 하는데, 담낭 용종의 경우 1cm 가 넘으면 암이 될 확률이 높아 수술하는 것을 권유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주제로 글을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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