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2. 방광염과 신우신염
- 03_프로젝트/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 2020. 4. 20.
어려운 의학용어를 사용하여 대화하는 의료진들, 그들은 환자인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나는 그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어 답답하고 무섭습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표정만 보고 짐작할 뿐입니다. "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프로젝트에서는 각 질병에 대해 흔히 사용하는 의학용어와 치료에 관한 대강의 방향을 쉽게 설명하여 의료진들과의 의사소통을 더욱 쉽고 정확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다만 질병의 치료는 각 개인에 맞추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치료적 결정은 주치의와 상의하여야 하며, 본 코너에서는 큰 흐름만 설명할 것입니다.
[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2. 방광염과 신우신염
방광염과 신우신염은 소변으로 균이 침투하여 각각 방광과 신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을 뜻합니다. 의사들은 방광염은 Cystitis (씨스타이티스, 급성 방광염은 Acute cystitis) 라고 하고 신우신염은 APN (에이피엔) 으로 주로 이야기 합니다. APN 은 Acute pyelonephritis 의 약자입니다. Acute 는 급성을 말하고, Pyelo- 는 Pelvis (즉 Renal pelvis 신장에서 깔떼기처럼 모이는 '신우'를 의미합니다.), Nephritis 는 신장의 염증을 말합니다. (참고로 -itis 라는 어미는 염증을 뜻하는 말입니다.) 방광염과 신우신염 모두 여성에 특히 흔한 질환입니다. 아마 여성이라면, 일생 중 한 번쯤은 방광염이나 신우신염을 경험해 볼 것입니다. 여성의 경우 요도에서 방광까지 거리가 짧고, 항문에서 요도 사이 거리도 가깝기 때문입니다. 신우신염은 콩팥 실질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이유로 여성에서는 급성 방광염이 더욱 흔한데, 방광염이 진행하여 신우신염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두 가지 질환 모두 주로 대장균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즉 대장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대장균이 요도로 침투하여 방광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원래 소변에는 균이 없어야 하는데, 요도를 통해 균이 침투하여 방광염이 생기면 그 염증반응으로 인해 소변에서 백혈구와 혈뇨가 보이게되고, 소변을 배양 (배지에서 키워서 균이 자라는지 보는 것) 했을 때 균이 자라게 됩니다. 다만 방광은 벽이 두꺼워서 염증반응이 발생하더라도 염증에 관여하는 세포들이 내는 물질이 잘 퍼지지 않아 열이 나지 않습니다. 그 외 전신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다만 오줌소퇴, 빈뇨, 잔뇨감, 소변 본 후 요도끝 통증 등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방광이 자극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광염을 시작으로 소변에 존재하는 균이 요관을 거쳐 신장까지 도달할 경우 비로소 열이납니다. (보통 고열이 납니다.) 그리고 신장을 감싸는 막에는 통증을 느끼는 세포들이 있는데, 신장에 염증이 생기면 신장이 부워 크기가 커지면서 신장을 감싸는 막도 압력을 받게되어 통증이 생깁니다. 그래서 옆구리가 결리거나, 등이 아프다고 하십니다. 이 때 염증이 있는 신장 위치를 주먹으로 살살 쳐보게 되면 아픈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의사들이 진료 할 때 등을 주먹으로 쳐보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입니다.)
신우신염은 옆구리 통증과 열, 오한이 주된 증상이지만, 장도 자극을 받아 구토, 오심, 설사 등의 장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응급실로 오신 분들 중에 고열과 함께 구역, 구토가 심한 분들도 많습니다.) 그 외 염증이 심해지면 농양 (고름집, 균 덩어리로 이루어진 주머니) 를 형성하기도 하고, 주변으로 파급이 되어 척추에 감염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방광염과 신우신염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소변검사가 필요합니다. 방광염은 매우 흔해서 증상만 가지고 진단 할 수도 있습니다. 신우신염의 경우 혈액으로도 균이 파급될 수 있으므로 혈액배양 검사도 하여야 겠습니다. 일반 엑스레이로는 요로 결석이 있는지는 확인 할 수 있겠으나 신우신염 자체를 진단하지는 못하며, 조영제를 사용한 CT 를 찍으면 염증있는 신장의 일부분이 조영제가 보이지 않는 cortical defect 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주위의 지방조직이 염증으로 자극을 받아 뿌옇게 일어나 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신우신염을 진단하기 위해 CT 를 무조건 찍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했음에도 해열이 안되고, 염증이 지속될 경우에는 CT 를 찍어서 요로결석이나 다른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 (항생제 치료가 효과가 없을.) 그리고 농양 (고름집) 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농양이 생기면 항생제가 잘 침투하지 못하여 배농을 하여아 합니다.) 확인하기 위해 찍습니다.
방광염과 신우신염의 치료는 항생제 입니다. 특별히 요로계 구조상의 기형이나 변형이 없고, 요로결석 등의 문제가 없다면 방광염은 항생제 3일 요법으로 치료하며, 신우신염은 이 보다 치료기간이 길어져 5일~2주 까지 치료하기도 합니다.
항생제는 보통 대장균을 타겟으로 하기때문에 퀴놀론계나 세파계통으로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잘 듣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내성균이 원인인 경우에는 항생제가 효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항생제를 전에 많이 투여한 분이라면 내성균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항생제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인 ESBL 을 생성해 내는 세균인 경우 치료가 좀 더 복잡해집니다. 이 때에는 카바페넴이라는 항생제를 써야하는데, 모두 주사제입니다. 그 중에서도 Ertapenem 의 경우 카바페넴 내성을 잘 유발시키기 않기 때문에 ESBL 양성 대장균에 의한 요로감염에 사용됩니다. 하루에 1번만 주사하면 되므로, 필요하다면 입원하지 않고 매일 외래로 내원하여 주사를 맞는 방식으로 치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Pseudomonas 균 (녹농균) 에는 효과가 없고, 또 폐에도 잘 가지 않기 때문에, 폐렴이 동반된 경우나 녹농균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Meropenem 등을 써야합니다.
* ESBL(+) : penicillin, cephalosporin, aztreonam 에 내성
남자에서는 방광염과 신우신염이 흔하지 않습니다. 즉 어떤 원인이 있어 생깁니다. 주로 전립선 비대로 인해 소변이 정체되어 생기는 경우가 흔합니다. 따라서 그 원인을 찾고 같이 치료를 하여야 합니다. 또한 요로감염 환자 중에 요로결석이 있으면 결석으로 인해 요정체가 발생하여 감염이 더 잘 생길 수 있고, 돌 표면에 균이 붙어 항생제로 치료가 잘 되지 않거나 재발이 잘 되므로, 요로결석도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반복적인 요로감염이 있다면, 방광에서 요관으로 거꾸로 소변이 올라가는 요관역류가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변을 보고 변을 앞에서 뒤로 닦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앞으로 닦는 습관을 가지신 분은, 요로감염이 더욱 잘 생길 수도 있으니, 바꾸셔야 합니다.
이 정도로 우선 쉽게 정리하기로 하고, 다른 궁금하신 점이나 코멘트가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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