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3. 토혈 피토 상부위장관 출혈

어려운 의학용어를 사용하여 대화하는 의료진들, 그들은 환자인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나는 그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어 답답하고 무섭습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표정만 보고 짐작할 뿐입니다. "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프로젝트에서는 각 질병에 대해 흔히 사용하는 의학용어와 치료에 관한 대강의 방향을 쉽게 설명하여 의료진들과의 의사소통을 더욱 쉽고 정확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다만 질병의 치료는 각 개인에 맞추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치료적 결정은 주치의와 상의하여야 하며, 본 코너에서는 큰 흐름만 설명할 것입니다.

 

[의사들의 대화 엿듣기] 3. 토혈 피토 상부위장관 출혈

 

 

 

갑자기 속이 아프면서 메스꺼움이 느껴지고, 우웩 구토를 했는데, 피가 한 뭉치 나왔다면? 응급실로 가야합니다. 그래서 응급실에는 위장관 출혈로 내원한 분들이 많습니다. 우선 토혈(hematemesis, 헤마테메시스) 과 객혈 (hemoptysis, 헤몹티시스) 을 구분해야하는데, 토혈은 구토와 함께 피가 나오는 것입니다. 피토인 것이죠. 보통 위내용물인 음식물과 함께 나옵니다. 반면 객혈의 경우 폐나 기관지에서 출혈이 나오는 것으로 가래를 밷을 때나 기침을 할 때 피가 같이 나오는 경우를 말합니다.

 

객혈은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우선 여기서는 위장관 출혈만 다뤄봅시다. 객혈은 구강 출혈이 아니라면, 식도, 위, 십이지장 일부에서 출혈이 나서 생깁니다. 출혈 생겨 위가 차고 메스꺼움을 느끼면서 피를 밖으로 토해내는 것입니다. 이 경우 대량 출혈도 가능하기 때문에 응급상황으로 간주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피는 적더라도 아래로 소장으로 혈액이 내려갈 수 있고, 이 경우에는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 출혈이 지속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출혈의 양이 많으면 혈압이 떨어집니다. 당연하겠죠. 혈압을 유지할 혈액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심장이 심박출량을 보상하기 위해 심박수를 올립니다. 즉 심장이 빨리 뜁니다. 갑자기 출혈이 발생한 경우 혈액검사를 했을 때 빈혈 수치가 정상인 경우도 있습니다. 빈혈 수치는 천천히 반영되기 때문에 100% 믿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심장이 빨리 뛴다는 것은 출혈을 빨리 알아챌 수 있는 증거가 되고, 현재 출혈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힌트가 됩니다. 따라서 응급실에서 토혈 환자의 경우 심박수를 중요하게 봅니다.

 

위 궤양 부위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는 내시경 사진.

 

또한 혈액이 소화되면서 산화되어 검은색 변이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검은색 변은 식도/위/십이지장 일부의 상부 위장관의 출혈을 의미하며, 붉은색 혈변은 소장/대장이나 항문의 하부 위장관 출혈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상부위장관 출혈이더라도 출혈량이 많을 경우 산화가 채 되지 않은채 붉은 혈변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변 색깔을 확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검은색 변은 정말 춘장처럼 검은색으로 나오며, 특유의 이상한 냄새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철분제를 복용하는 분은 변이 검은색으로도 나올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흑색변을 melena 멜레나 라고 합니다. 그리고 붉은색 변은 hematochezia 헤마토케지아 라고 합니다.)

 

위장관 출혈이 있으면 아마 응급실에서는 빠르게 수액을 투여하여 혈액의 양을 유지하려 할 것이고, 그 사이에 피를 신청하여 준비되는데로 수혈을 진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혈액검사도 보고, 혈압, 심박수, 소변량 등을 모니터 하면서 응급으로 내시경을 들어갈지 결정할 것입니다. 한편 변 색깔을 확인하기 위해 직장수지검사 (영어로는 Digital rectal examination 보통 줄여서 DRE 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며, 를 통해 변색깔을 확인할 수 있으며, 콧줄 (L-tube) 을 삽입하여 위에서 정말 출혈이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출혈이 있다면 내시경을 했을 때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콧줄로 식염수를 넣고 주입하고 씻어내는 술기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saline irrigation 이라고도 합니다.)

 

L-tube

 

DRE

 

 

궁극적인 치료는 결국 내시경으로 들어가서 출혈 위치를 확인하고 지혈하는 것입니다. 내시경 지혈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지만, 내시경이 힘들 경우에는 혈관조영술로 혈관을 막는 색전술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상부 위장관 출혈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흔한 것이 위/십이지장 궤양입니다. 두번째는 말로리 바이스 증후군 이라고 하는 병이 있습니다. 말로리 바이스의 경우 전형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거의 90% 의 환자는 술을 많이 마신 뒤, 구토를 심하게 했고 이후에 토혈을 했다고 합니다. 즉, 구토를 심하게 하다보니 식도와 위 연결부위가 찢어진 것입니다. 술이 이래서 좋지 않습니다. 술을 억지로 권하면 안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세번째는 간경화 환자에서 위식도 정맥류 출혈입니다. 간경화가 진행되면 간이 딱딱해지면서 간으로 혈액이 잘 유입이 안되어 정체가 되는데, 그래서 위와 식도의 정맥이 울룩불룩 울혈이 됩니다. 이렇게 약해진 혈관으로 쉽게 출혈이 되어 토혈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간경화의 주된 원인이 알코올과 만성 바이러스 간염입니다. 이것도 술이 문제네요.

 

 

그래서 상부위장관 출혈이 의심이 될 때는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이 있었던 사람인지, 혹은 속이 쓰린지, 술을 마시고 구토를 심하게 했는지, 간경화 환자는 아닌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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