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은가 봅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냉난방기입니다.
제가 계약한 상가 공간은 상가 8개를 연결한 곳입니다. 처음에는 각 호실별로 냉난방기가 달려있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냉난방기 설치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냉난방기는 각 호실별로 2대씩 달려있는데 1대는 중앙에서 일정 시간동안만 제어하는 방식, 다른 한 대는 개별로 언제든지 켜고 끄는 조작이 가능한 방식입니다. 그런데 공사를 진행하던 중개별로 조작하는 기계는 냉난방기가 아니라 냉방기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냉방만 되고 난방은 안되는 것입니다. 여름에는 문제가 없지만 겨울이 문제입니다.
“그냥 중앙 냉난방기를 쓰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문제가 생깁니다. 투석은 일반 외래와 다르게 새벽에 내원하여 투석을 받습니다. 그런데 중앙에서 조절하는 냉난방기 가동 시간은 오전 9시 부터입니다. 겨울 새벽 아직 난방이 가동 되지 않은 차가운 공간에서 투석을 받는다면 그 불편함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결국 기존 냉방기는 사용하지 않고 큰 냉난방기 2대를 새로 구입하여 투석실에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상당한 비용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분들이 쾌적하고 안락한 환경에서 투석을 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환자분들은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네 시간씩 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상당한 시간을 투석병원에서 보내게 됩니다.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만큼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작은 시설 하나도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습니다. 인테리어 업체에서도 이러한 냉난방기의 비밀을 밝혀내고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여러 차례 확인하고 테스트하며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개원 전에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개원을 준비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정말 많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도 결국은 앞으로 이곳에서 투석을 받으실 환자분들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냉난방 시설 하나도, 환자분들이 네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치료받으실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라고 믿습니다. 개원이 가까워질수록 ‘병원을 만든다’기보다 환자분들이 오래 머물게 될 또 하나의 생활공간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