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발전이 무섭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느새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인공지능에게 질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몇 일전 저는 인공지능으로 만든 드라마가 너무 재밌어 넋을 놓고 감상한 적이 있습니다. 반면 이제는 사람들이 인공지능으로 만든 뻔한 영상보다는 보통의 진짜 사람이 나오는 인간미 넘치는 영상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인공지능에 익숙해졌다는 뜻일 것입니다.
실제로 제 외래를 오시는 분 중에서 인공지능과의 대화 내용을 캡쳐해서 보여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심지어 어떤 70대 할머니께서는 본인의 증상을 챗GPT 에게 상담을 했고 응급실을 가야한다는 대답에 실제로 응급실에 다녀오셨던 분도 계십니다. 다행히 위중한 질환은 아니었지만 챗GPT 같은 인공지능의 대답이 사람의 행동과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검진 결과 상담하러 오신 A씨
몇 일전 A라는 분이 건강검진에 대한 상담을 위해 외래에 내원하였습니다. 마침 대기하는 환자분이 안계셔서 저도 마음편하게 충분한 시간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최근 타기관에서 건강검진을 시행하셨는데 크레아티닌 수치가 1.4 정도로 높게 나와 오신 것입니다. 2년전 검진에서도 크레아티닌 수치가 1.3 정도로 낮지 않았습니다. 크레아티닌 수치가 1.4 라면 사구체 여과율은 65 정도 됩니다. 젊은 나이임을 고려하면 신기능이 낮은 것입니다.

크레아티닌 (Creatinine) 은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검사입니다. 근육 속의 크레아틴 인산염의 분해산물로, 근육에서 생성되며 신장을 통해 배설됩니다. 따라서 혈액 속 크레아티닌의 수치를 검사하여 수치가 높으면 신장을 통해 배설이 되지 않은 것이므로 신장기능이 나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크레아티닌이라는 물질의 특성 상 여러가지 상황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크레아티닌으로 신기능을 평가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크레아티닌은 근육에서 나오는 물질이므로 근육량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근육이 많은 분은 크레아티닌의 생성량도 많으므로 신장 기능이 정상이더라도 혈액 속에 크레아티닌이 많이 남아있게 되고 이로인해 신기능이 나쁜 것 처럼 보일 수있습니다. 또 식품으로 크레아티닌을 섭취하는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이 생깁니다. 육류, 단백질 보충제 등을 드시는 분이 해당됩니다. 또한 특정 약물의 경우에도 크레아티닌의 배출에 영향을 미쳐 콩팥 기능이 나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크레아티닌의 단점을 보완한 시스타틴C 라는 물질을 통해 신기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검사 가격이 크레아티닌 보다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크레아티닌과는 달리 대부분의 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 (시스테인 가수분해효소의 길항제) 로 신장을 통해서만 배출되는 물질입니다.

A씨가 가져오신 건강검진 결과지를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크레아티닌도 상승되어 있지만 CPK 도 같이 상승되어 있습니다. CPK 는 근육에 있는 물질로, 혈액에서 CPK 가 증가했다는 것은 근육의 손상, 염증을 의미합니다. 혈압을 잴때 팔을 보니 근육량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근육이 많은 분이고 근력운동으로 평소 근육을 단련하는 분이구나’ 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단백질 보충제도 꾸준히 드시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신기능 평가를 위해 크레아티닌 수치를 검사하는 것의 원리와 한계를 설명드렸고 이러한 경우 시스타틴C 검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였습니니다. 그런데 이미 알고 있다는 담담한 표정이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이분은 IT 업계에서 근무하는 분이셨고, 검진 결과에 대해 이미 인공지능을 통해 전반적인 코치와 브리핑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준비해오신 자료를 보여주시는데, 거기에는 ‘가능한 원인’, ‘필요한 검사’, ‘의사에게 문의해야할 내용’ 등이 일목요연하게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전에 알아보고 공부를 하고 오신분께는 더 설명하기가 쉽습니다. 이미 시스타틴C 라는 검사를 알고 계셨기 때문에 검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진행하는 것이 매우 수월했습니다.
검사 결과 크레아티닌 수치는 1.1, 시스타틴C 수치는 0.9 로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근육량 때문인지 크레아티닌 수치로 계산한 여과율이 시스타틴C 로 계산한 여과율보다 좀 더 낮았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통해 사구체여과율을 계산해보면 90점 정도로 산출되었습니다. 소변검사와 신장 초음파에서도 특이 소견은 없습니다. 결론은 근육량, 단백질 보조제 등으로 인한 크레아티닌 상승으로 판단되어지며, 시스타틴C 를 비롯해 여러가지 지표 상 정상적인 신기능으로 판단됩니다.

진료실에 환자 따라 함께 온 인공지능
인공지능이 어떤 질문이든 속시원한 답변을 줍니다. 지치지도 않고 언제나 물어볼 수 있습니다. 몸이 아플때, 건강에 대해 걱정될 때 인공지능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큰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럴듯한 거짓말을 잘한다는 점입니다. 할루시네이션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요즈음 시대에는 편집장 역할을 하는 사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이 답한 그럴듯한 내용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가려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새 저는 진료 중 ‘따로 궁금하신 것은 없으세요?’ 라고 물어보는 대신 “AI 요새 잘 되어있는데 물어보진 않으셨어요? AI 답변 중에 궁금한 것 있으면 의논해봐요.” 라고 역으로 제안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방대한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대답해준 내용이 할루시네이션인지, 아니면 진실인지, 맥락에 맞는 대답인지, 중요하지 않은 대답인지 등은 구별해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