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소소하지만 중요한 것

당뇨병으로 투석하시는 중년의 환자 분입니다. 소변도 약간 보시는 분이고 잔여신장기능도 일부 남아있으신 분이라 투석 간 체중증가량도 많지 않고 매월 하는 정기검사에서도 비교적 준수한 검사결과를 유지하시는 분입니다.

“체중, 혈압 다 좋으시네요…”
“이번달 검사결과도 모두 좋으세요…”

아무래도 결과가 좋으니 본인의 건강을 과신하셨던 것 같습니다.
몸이 괜찮고 검사 결과도 좋다 보니, ‘한 번쯤 빠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셨던 것 같습니다.
월수금 3번 투석을 받으셔야 하는데 한번씩 안오시기 시작합니다.
그 사유도 무척 다양합니다.



‘지방에 내려가야해서 오늘 투석 못가요.’
‘어제부터 설사가 심하여 오늘 투석 못가요.’
‘오늘 대학병원에서 검사해서 너무 힘들어서 투석 못가겠어요.’

‘안됩니다. 3번 하셔야 해요. 그나마 OOO님 콩팥 기능이 약간 남아있어서 버티는 것이지 계속 빠지면 결국 심각한 문제가 생겨요. 지금처럼 몸 상태 좋을 때 잘 유지하셔야 해요.’

‘죄송해요. 도저히 갈 수가 없어요. 오늘만 빠질게요.’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지나갔지만 이런 경우 결과는 명확합니다. 결국 부족한 투석량이 누적되어 힘든 상황이 생기고 나서야 깨닫습니다. 직접 겪지 않은 일을 그럴듯한 말로 설득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결국 우려하던 그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투석을 빠진 다음날 119 구급대원과 함께 투석실로 내원하였습니다.
힘겹게 숨을 쉬시며 산소 마스크를 하고 오셨습니다.
투석으로 제거해야할 체내 수분이 누적되어 결국 폐까지 차오른 것입니다. (이를 폐부종이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폐에서 산소-이산화탄소의 가스교환이 방해받고 숨이 찬 것입니다.
축축한 폐는 균도 증식하기 쉽습니다. 폐부종에 폐렴까지 동반되었습니다.

폐부종의 치료로 매일 투석을 진행하였고
폐렴의 치료를 동시에 시행했습니다.
모든 것이 정상화 되었습니다. 숨쉬는 것도 편해졌고 폐렴도 다행히 좋아졌습니다.
조금만 투석이 더 늦었더라면 증상이 더욱 심해져 정말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매번 똑같이 하는 투석,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왜 투석을 빠지지 않고 받아야 하는지 절실히 느끼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수개월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투석횟수를 잘 지켜서 안정적으로 투석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환자분은 다시 안정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또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 바쁜 일이 있어서 투석 한번만 쉴게요….’
‘…’

투석하시는 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한 무언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정해진 시간에 오고, 투석을 빠지지 않고, 반복되는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
어쩌면 그런 소소한 것들이 가장 중요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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