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최악의 혈압조절
- 00_투석실 이야기
- 2023. 9. 12.
얼마전 수련받았던 교수님과의 만남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투석을 시작한 후 약을 맞춰서 환자의 연고지 근처 투석병원으로 보내드렸는데 이 후 외래에 왔을때 혈압이 190이고 혈압약은 모두 중단했더라는 이야기입니다. 혈압이 이렇게 높은데 혈압약을 왜 다끊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제 머릿속에 한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상황이 실제로 종종 있을 수 있고 조심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추측한 상황을 적어보겠습니다.
(1) 환자분이 투석간 체중증가량이 매우 많았다.
(2) 처음 투석 시작전 혈압은 살짝 높을 수 있지만 투석을 하면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진다.
(3) 투석을 할 때 마다 혈압저하가 반복된다.
(4) 혈압저하로 제대로 투석이 진행되지 않으므로 하나씩 혈압약을 빼기 시작한다.
(5) 투석 안하는 날 집에서 혈압을 따로 측정해보지 않는다.
투석시간은 4시간을 고정, 한정된 시간동안 많은 양의 수분을 제거한다는 것은 수분 제거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분의 제거 속도를 너무 빠르게 하면 혈압이 버티질 못합니다. 즉 4시간 투석시간 동안 적정체중 이상을 빼면 혈압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적정체중이란, 4시간동안 대략 체중의 4% 이내로 수분을 빼는 것을 말합니다. 60kg 건체중이면 4시간동안 체중의 4% 인 2.4kg 이내로 수분을 제거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2023.08.11 - [투석실 이야기] 투석 중 혈압이 많이 떨어지면 안 좋은 이유
그런데 투석 중 체중을 너무 많이, 빠르게 빼서 혈압이 떨어졌을 경우 다음 투석때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A라는 환자분은 건체중이 60kg 입니다. 주말에 모임이 있어 과식을 하다보니, 월요일날 체중이 4kg 나 늘어오셨습니다. 월요일에 늘어온 체중을 모두 해결하고 싶어서 4시간 동안 4kg 의 체중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투석 후반 30여분을 남겨두고 쥐가나기 시작하고 힘이들어 혈압을 재보니 수축기혈압이 80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때까지 제거된 수분은 3.5kg 정도였습니다. 이 후 30분동안은 수분제거 없이 요독을 걸러내는 것만 시행하고 투석을 마쳤습니다. 다음 수요일에 내원하였을 때 지난번 0.5kg 이 남은 상태에서 1.8kg 정도가 늘어와 건체중과의 차이는 총 2.3kg 였습니다. 월요일에 투석이 끝나고 집에갈때는 좀 어질어질 했으나, 저녁에는 어지럼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였습니다. 혈압도 130대로 괜찮아서 2.3kg 를 모두 제거하기로 하고 투석을 시행합니다. 그런데 투석이 마칠 때쯤 다시 쥐가나고 힘들다고 호출을 합니다. 목표했던 2.3kg 의 초과된 체중은 거의 다 제거 되었지만 수축기 혈압은 100정도로 낮았습니다. 월요일 투석 때 혈압저하가 심했는데, 다음 투석때도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투석실에서 혈압이 매우 낮은 것 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러면 아마도 이미 복용 중인 혈압약을 하나씩 중단해 볼 것입니다. 그러나 혈압약을 중단해도 투석시 적정량 이상의 수분을 제거한다면 여지없이 혈압은 아래로 고꾸라질 것입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혈압약을 자꾸 중단하게 되는데, 그러면 투석 시작전 혈압은 160~170 정도로 높아지고 투석을 하면서 혈압은 떨어져 정상이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투석을 하지 않는 날에도 혈압이 높다는 점입니다. 집에서 따로 혈압을 체크하지 않는다면, 혈압이 높은 줄 모르고 지낼 수 있습니다. 왠만큼 혈압이 높지 않고서는 아무 증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투석을 하지 않는 날 집에서 혈압이 160~170 인데, 투석을 하고 나서 혈압이 140 이라면, 겉으로는 좋아보일 수 있지만 높은 혈압에 계속 노출되고 있는 셈입니다.
투석하시는 분들은 혈압의 변동이 심하고 특정상황에서 혈압이 확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대학병원 외래 진료라는 낯설고 스트레스적 상황에서 혈압은 더 올라갈 수 있으므로 외래에서 혈압을 쟀을 때 190이 나오게 됩니다. 즉 투석 시작 직전 혈압 160 에서 시작, 투석을 하면서 혈압은 떨어져 140에서 종료, 투석 안하는 날 집에서는 160~170 정도 (하지만 집에서 혈압을 재질 않으니 알지 못함.) 대학병원 외래진료 같은 특정 상황에서 혈압 190 측정, 하지만 복용 중인 혈압약은 없거나 미미한 수준...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2가지만 실천하시면 됩니다.
첫번째, 투석간 체중 증가량을 적정 체중 이내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체중을 너무 많이 빼서 혈압이 떨어지는 것인지, 혈압약이 너무 강해서 혈압이 낮은지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집에서 혈압을 측정해보는 것입니다. 투석 중 혈압은 가짜입니다. 진짜 혈압은 투석 안하는 날 측정한 혈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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