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투석실 다이어트의 정석
- 00_투석실 이야기
- 2023. 6. 15.
[투석실 이야기] 투석실 다이어트의 정석
"체중을 조금 더 빼주세요. 전 괜찮아요."
여성 투석환자 중에서는 다이어트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투석 중 혈압이 낮음에도 괜찮다고 더 체중을 걸어달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잠깐 체중을 낮출 수는 있지만,
투석이 끝나면 힘이들어 결국 뭔가 음식을 많이 드셔야하며
그 날 저녁 아무런 운동도 못하고 하루가 지나가버립니다.
이상적인 다이어트의 요건
다이어트란 결국 체중을 감량하는 행위입니다.
투석환자분들의 경우 다이어트란 결국 건체중을 낮추게 되는 (낮출 수 밖에 없는) 과정입니다.
이 때 중요한 요건에는 세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혈압이 떨어지거나, 저혈압의 증상이 없어야 합니다. (투석 후 어지러움, 기운없음 등)
둘째, 영양상태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최소한의 필수 영양 요구량은 확보되어야 합니다.)
셋째, 체중이 빠질만한 다른 질환이 없어야 합니다. (암이나 갑상선 기능항진증 등의 질환)
이 세가지 요건이 충족되면서 건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건강한 다이어트' 입니다.
다이어트는 정직하다.
그렇다면, 투석을 받으시는 분들은 다이어트를 어떻게 해야할까요?
시중에 여러가지 다이어트 식품, 다이어트 약, 다이어트 방법들이 있지만,
이 중 대부분의 방법은 투석하시는 분들에게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안전한 다이어트 약이 개발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정직한 방법이 최선의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지방을 태울 수는 없습니다.
'에너지 보존법칙', '질량 보존의 법칙'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정직한 다이어트는 결국 두 가지로 귀결됩니다.
첫째, 적게먹기!
둘째, 운동하기!
다이어트의 가장 중요한 원칙
실제로 제가 근무하고 있는 투석실에도 다이어트를 희망하고 다이어트 중인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 일부는 성공하고 나머지는 실패합니다.
성공한 분들과 실패한 분들 사이에는 극명한 차이점이 두 가지 존재합니다.
바로 '꾸준함' 과 '그 꾸준함을 잃지 않는 것' 입니다.
체중이 자꾸 늘어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결심하셨다면,
즉, 앞으로 적게 먹고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하셨다면,
꾸준히 해야합니다. 가장 중요합니다.
두 가지 실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 첫 번째 사례
항상 체중에 대해 신경을 쓰고 계신 분입니다.
대화를 나눠보면 음식을 적게 드시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듯 보입니다.
평일에는 투석간 체중 증가량 2kg 초반으로 적절한 편이나,
주말이 문제입니다. 가끔가다 주말에 4kg 씩 확 늘어오십니다.
이렇게 많이 늘어오면 월요일에 다 빼지 못하고 체중을 남겨가십니다.
그리고 나머지 수요일, 금요일에 남아있던 체중을 정리하면 일주일이 다 지나갑니다.
욕심이 나서 체중을 더 걸면 투석 후반에 혈압이 뚝 떨어지고
집에 가서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만 계십니다.
일단, 투석 간 체중을 적게 늘어오는 것 (=적게 드시는 것) 이 중요한데
체중을 잘 조절하셨던 시기가 2주 이상 지속되지 않습니다.
잘 하시다가 주말에 무슨 모임이 있거나, 여행이 있거나, 약속이 있거나... 하여
주말 지난 월요일 체중이 확 늘어오십니다.
항상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체중이 서서히 늘어가고 있습니다.
# 두 번째 사례
예전에는 체중 조절을 잘 못하셨던 분입니다.
종종 야식을 드시고 체중이 왕창 늘어오실 때도 있었고
심지어 술을 드시고 늦잠을 자서 투석실에 늦으실 때도 있었습니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도 좋지 않아 매우 높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어떤 계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체중을 적게 늘어오시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체중이 80kg 였는데도 투석간 체중 증가량이 1.8 ~ 2.0 kg 정도로 적게 늘어오셨습니다.
주말 2일을 쉬고 내원한 월요일에도 2kg 초반으로 체중이 무척 좋았습니다.
가장 놀랐던 것은 '흔들리지 않는 꾸준함'이었습니다.
적은 체중증가량을 계속 유지했습니다.
매월 시행했던 혈액검사에서, 영양 상태를 보여주는 알부민 수치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3개월마다 시행했던 엑스레이 사진에서 폐부종이나 흉수도 없었습니다.
몇 주동안 그 생활패턴을 꾸준히 유지하자 혈압이 서서히 올라갔습니다.
평소 130대였던 수축기 혈압이 150대로 상승합니다.
"혈압이 오르는 것을보니 이제 체중이 빠지시나 봅니다.
그 동안 체중조절을 잘 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이제 슬슬 건체중을 낮추는 것이 좋겠습니다."
늘어온 체중에서 300g ~ 500g 을 더 붙여서 수분을 제거했습니다.
그럼에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았고 투석 후에 힘든 것도 없었습니다.
체중을 꾸준히 적게 늘어오셨고 (식이량을 적게 유지)
그럼에도 영양 상태에는 변함이 없었으며 (최소한의 영양 요구량 이상은 섭취)
혈압이 올라가는 모습이 보일 때마다 건체중을 조금씩 낮추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였습니다.
현재 약 10개월 기간동안 8kg 정도 체중을 건강하게 감량했습니다.
예전보다 확실히 날씬해진 모습입니다.
본인도 이러한 효과와 성과에 만족을 느끼고
그러나보니 더 열심히 체중 조절을 하게되는 그런 선순환의 구조가 이루어졌습니다.
추가적인 효과로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확 떨어졌습니다.
온갖 약에도 큰 반응이 없었는데,
살이 빠지고 나니 중성지방 수치가 큰 폭으로 감소하여 정상화되었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이제 약을 감량하려고 (혹은 중단) 계획 중입니다.
이 분은 앞으로도 2~3kg 이상은 충분히 빠질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약 10kg 이상 다이어트를 한 것이됩니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이 분처럼 해야 건강한 다이어트가 될 것입니다.
* (참고) 악순환의 예시 2가지
1. 비만한 상태에서 관절이 좋지않아 운동을 못하게 됨 → 더욱 쉽게 체중이 늘어남. → 관절상태가 더욱 악화됨.
2. 체중만 억지로 맞추려고 무리하게 수분을 제거 → 투석 중간/후반 혈압이 떨어져 힘이들고 어지러움 → 집에 가서 급하게 음식과 수분을 많이 섭취하게됨. 힘이드니 운동도 못하여 누워있게만 됨 → 다시 체중이 많이 늘어옴 → 투석시간은 4시간으로 동일한데 체중을 많이 빼는 상황이 되어 투석이 힘이듦.
2023.04.20 - [투석실 이야기] 살이 찌면 건체중도 올려야 한다? (건체중과 관련하여 알아두면 좋은 개념)
2023.04.13 - [투석실 이야기] 건체중 500g 만 올려주면 안되나요?
2023.01.04 - [투석실 이야기] 투석하면 혈압이 뚝! 투석 안하는 날은 혈압이 고공행진! 혈압 안정화 대작전!
2020.10.27 - [투석실 이야기] 투석 간 체중 증가량을 적게하기 위한 팁, 체중 적게느는 팁, 체중 덜 늘어오기
2020.09.17 - [투석실 이야기] 체중은 얼마까지 늘어올 수 있나요? 투석을 하면 하루에 물을 얼마나 먹을 수 있나요? (건체중과 투석간 체중증가량)
'00_투석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석실 이야기] 추가 투석 2시간 합시다. (추가 UF 란?) (7) | 2023.07.04 |
---|---|
[투석실 이야기] 걱정이 기쁨으로 (2) | 2023.06.29 |
[투석실 이야기] 목에 혹이 만져지는데요? (1) | 2023.06.14 |
[투석실 이야기] 대장내시경 실패 (feat. 대장내시경용 장정결제의 종류) (0) | 2023.06.09 |
[투석실 이야기] 복통의 범인을 찾아라 (0) | 2023.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