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씽킹

 

"닥터 하우스" 의 주인공 같은 병원 내 만능 해결사였던 감염내과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책입니다. 이 책은 의사들이 진료과정에서 흔히 범하게되는 인지적 오류에 대한 책입니다. 몇 가지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의사는 없습니다. 의학은 근본적으로 불확실성의 학문입니다. 어떤 의사든 진단과 치료의 오류를 범하기마련입니다. 그러나 오류의 빈도와 정도는 의사들의 판단과 사고방식을 이해하면서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적절한 의료적 판단이란 첫인상(게슈탈트)와 면밀한 분석의 결합입니다.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그 속에 진단이 들어있습니다. 환자의 이야기에서 등을 돌리는 순간 더 이상 진정한 의사가 아닙니다. 만일 환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거나 말이 잘리거나 대화를 강요받는다면 의사는 중요한 정보를 듣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단에 확신이 없을 경우에는 개방형 질문이 좋습니다. 개방형 질문을 통해 정보를 성공적으로 얻어내려면 환자 자신이 하려는 말을 의사가 진심으로 듣고 싶어한다고 환자가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의사는 환자의 감정에 반응해야 합니다. 의사가 환자의 감정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면, 환자는 정신적인 안도감 그 이상을 느낍니다. 의사의 목표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실제로 환자는 의사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정확하게 인식합니다.)

 

임상 알고리즘은 진단과 치료에 유용합니다. 그러나 증상이 모호하거나 다양하거나 검사 결과가 부정확할 경우에는 이러한 알고리즘이 급속히 무너집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각종 분류법들과 알고리즘이 자신의 생각을 대신하는 의사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사람들을 고정된 방식으로 보는 것이며, 이러한 포괄적 분석에만 익숙해진다면 환자 개개인의 특징은 간과하게 됩니다. 알고리즘이 오히려 의사들의 독립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사고의 폭을 확장시키기보다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통계적으로 증명된 데이터를 통해서만 모든 임상적 판단과 결정을 하려고 합니다. 이런 근거중심의학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면 오로지 데이터에만 매달려 소극적으로 치료법을 결정하는 위험이 발생합니다.

 

인체는 근본적으로 가변적입니다. 미미해서 무시할 수도 있는 변화들이 모여 중대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오랜 기간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지나친 자신감으로 자신의  방대한 지식에 쉽게 의지하고 인체의 가변성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보면서 상황의 불확실성을 항상 생각해야합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조치와 결정이라 하더라도 모든 환자에게 유효한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흔히 질문하는 극단적인 물음이 있습니다. 어떤 의사를 선택할 것인가? 불친절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의사 vs 실력은 보통이나 친절한 의사. 그러나 실제로 좋은 것들은 함께 갑니다. 좋은 의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좋은 의사는 종합 선물세트입니다. 소통이 잘 되면 양질의 의료행위가 따라올 수 밖에 없습니다. 정보를 얻는 최고의 방법이 바로 환자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의사의 경쟁력은 바로 소통의 기술입니다.

 


 

인지적 오류

환자를 좁은 틀 안에 가두고 자신의 고정관념에 벗어나는 정보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인지적 오류는 오진의 주된 원인이 되는데 의식적 사고 아래 존재하므로 의사들이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환자를 싫어하는 의사는 환자가 증상을 이야기하는 중에도 계속 말을 자르고 자신에게 편리한 진단과 치료법을 선택해버립니다. 오판임에도 확신은 점점 커지고 심리적 애착도 발전해나갑니다. 그러면서 점점 왜곡된 결론에 집착합니다. 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그 결론을 포기하기가 힘들어지고 환자는 전혀 맞지 않는 틀 속에 짜맞춰집니다.

 

대표성 오류 (representativeness error)

하나의 원형에 사고가 이끌려 그 원형에 반하는 가능성들을 고려하지 못하고, 결국 증상의 원인을 잘못 짚으면서 발생하는 오류 (예 : 흉통으로 내원한 남성의 외모가 건강해 보인다는 이유로 심근경색 가능성을 배제)

 

귀인 오류 (attribution error)

환자가 자신들의 부정적인 선입견에 부합할 때 범하게 되는 오류 (예 : 술냄새가 나는 복수 환자를 알코올성 간경변으로 판단, 실제로는 윌슨병이었음. / 더러운 외모의 청년이 길거리에서 발견되어 내원, 대화에도 비협조적, 부랑자라고 판단했으나 실제로는 당뇨병성 혼수 직전 / 애매한 증상, 폐경기의 나이로 갱년기 증상인 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갈색세포종)

 

감정적 오류 (affective error)

내키지 않는 대안들보다 자신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쪽으로 생각하는 오류.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거나 자신과 동일시하는 환자들에게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려는 오류.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정보를 지나치게 옹호하는 것. 의사는 당연히 환자를 염려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의사는 감정에 의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환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라해도 경계해야 합니다. (예 : 유쾌하고 멋진 노인 환자가 속쓰림으로 내원, '꼭 침습적인 검사까지 해야하나' 하고 검사를 미루었지만, 결국 위내시경을 시행, 위림프종이 확인됨 / 항암치료 중인 환자가 패혈성 쇼크가 발생. 엉덩이 종기를 뒤늦게 확인함. 연민이 드는 환자라 괴로움을 주기가 싫어 구석구석 살펴보지 못함.)

 

"우리가 친구라는 이유로 불편한 검사를 면제해주려고 하지 마세요.", "선생님꼐서 얼마나 마음을 써주시고 계시는지 정말 깊이 감사드려요. 또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해도, 꼭 필요하기 때문에 취하시는 조치일 거라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의사에게 건낼 수 있다면, 감정이 의사에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가용성의 오류 (availability error)

최근에 발생하여 의사의 머릿속에 현저하게 남아있는 특이하고 놀라운 사건에 기초한 편향적 사고를 의미. 관련된 예들이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가에 따라 어떤 일의 빈도나 확률을 판단하는 경향. (예 : 지난 수 주동안 응급실에서 바이러스 폐렴환자를 많이 진료한 의사가 비슷한 증상의 발열 환자를 똑같이 바이러스 폐렴으로 진단하는 오류, 실제로는 아스피린 중독이었음. 몇 가지 모순되는 검사 결과 (흉부 엑스선 상 음영의 부재, 정상 백혈구 수 등) 를 무시 - 확증 편향)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정박 (anchoring) 과 같은 맥락,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닻을 내렸다는 확신에 차서 다른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한 가지 가능성만을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잡는 것. 지도를 보고 있어도 자신이 보고 싶은 표지판만 볼 뿐, 정신이 우리를 속이게 되어 목적지에 이미 도착했다는 잘못된 추측을 확증한다. 아무리 확신이 가는 답이 있어도 항상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단 몇 가지라도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진단 관성 (diagnosis momentum)

일단 머릿속에 한 가지 진단이 고정되면 증거가 아무리 불완전해도 동료나 후배 의사들에게까지 그 최초의 진단이 전달된다. (의무 기록의 문제목록, 회진때 환자 보고시)

 

사명감 오류 (commission bias)

손을 놓지 못하고 무엇이든 하려는 경향성. 자신감이 지나치고 자아가 부풀려진 의사들이 저지르기 쉽지만, 절박한 마음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한 욕구가 있을 때도 이 오류를 범하기 쉬워진다. 또한 환자의 압력에 못 이겨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사로서 환자의 강한 압력에 저항하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떠올려야 할 조언 "자꾸 뭔가를 하려 들지 말고 가만히 지켜보라."

 

탐색 만족화 (Search satisficing or Satisfaction of search)

일단 어떤 중요한 한 가지 단서를 찾아내면 더 이상의 탐색 노력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성

 

수직적 사고의 오류 (Vertical line failure)

우물 안 개구리 오류. 우물은 숭배의 대상이자 동시에 의사들의 사고를 강하게 짓누르는 MRI 검사 등을 상징. 데이터와 임상 소견들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확실한 것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창조력과 상상력이다. 통념을 깨트리는 수평적 사고가 중요할 수 있다. 오컴의 면도날 원칙 (모든 데이터를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원인을 찾으라는 원칙) 을 거스른다.

 


 

응급실 의사는 어떤 환자를 만나든 정신없이 돌아가는 응급실의 주변 환경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생각과 행동의 속도를 늦추면서 '신중한 여유' 를 가지고 진료해야 합니다. 또한 이 '신중한 여유' 는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분명히 보여줘야 합니다. 환자를 면담하고 진찰하는 도중 다른 직원이 끼어들어 정신이 분산된다면 사고의 흐름이 잘못된 방향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 또한 환자의 대답을 재촉하거나 환자의 말에 끼어들면 환자는 의사가 증상에 대한 모든 정보를 듣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anchoring 과 가용성의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응급실 의사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

"최악의 경우 어떠한 일이 발생할 수 있나요?"

("이 증상이 OOO 때문이 아닌 다른 새로운 병이라고 한다면 어떤 병이 이런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을까요?", "또 어떤 가능성이 있나요?")

환자나 환자 가족이 이런 질문을 이용해 의사가 '신중한 여유'를 가지고 폭넓게 사고할 수 있도록 이끌어 냅니다. 따라서 가용성의 오류 및 고착된 생각에서 벗어나 의사의 사고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의사는 시간을 관리할 줄 안다.

명백한 증상이라면 주어진 시간안에 환자에게 분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고 환자는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고 병원을 나설것입니다. 그러나 복잡한 문제는 그렇게 빨리 해결될 수 없습니다. 분별력 있는 의사라면 어떤 경우에 좀더 시간을 들여야 할지 알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진료 시간을 연장하든지, 아니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진료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합니다. 정답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서두르다 보면 인지적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의사는 개별 환자의 증상과 소견을 자신의 마음속 템플릿 또는 임상적 원형에 맞추려는 경향을 경계해야 합니다.

전공의 시절에는 어떤 특정한 장애의 전형적인 현상을 배우는데 집중합니다.

'일반적인 것들이 일반적이다.'

'말발굽 소리가 들리면 얼룩말이 아니라 말을 생각하라'

'얼룩말 도피' : 희귀병 진단을 피하고 싶어 하는 의사들의 경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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