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계약
투석의원은 일반 의원과 달리 넓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투석기를 여러 대 설치하고 환자분들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동선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00평 정도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작은 상가 여러 개를 하나로 연결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상가와 임대차 계약을 진행해야 합니다. 건물주만 4명. 2026년 5월 말 전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마음 편한 자리는 아닙니다. 혹시나 예민한 건물주는 없을까 노심초사 눈치만 봅니다. 인감도장은 기계처럼 곳곳에 찍히고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 은행 어플을 열고 계약금을 각 건물주의 통장으로 이체합니다. 이제 계약이 끝났습니다. 렌트 프리는 3개월. 살면서 이렇게 큰 액수의 월세 계약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 월세 낼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찔해집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인테리어 업체 선정
상가 임대차 계약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인테리어를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임대보증금을 다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임대보증금을 모두 내기 전까지 여러가지 준비를 진행합니다. 은행 대출 진행, 용도 변경 그리고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해야 합니다.
인테리어 업체를 몇 군데 컨택하였습니다. 특히 투석실 인테리어 경험이 있는 업체를 소개받아 진행했습니다. 각 업체는 상가의 공간을 보고 도면을 그려서 보여줍니다. 첫 번째 도면이 나오기까지도 수 일 소요됩니다. 도면을 가지고 세부적으로 수정을 합니다.
특히 신경썼던 부분은 투석실입니다. 투석은 한 번 받으면 4시간 정도 같은 자리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래서 일반 진료실보다 훨씬 공간의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답답하지 않은지, 햇빛은 어떤지, 옆 환자와 너무 붙어 있지는 않은지, 의료진이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지까지 모두 고려해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투석실이 답답해보이지 않으면서 투석기를 많이 배치할 수 있을까? 제가 계약한 상가의 공간이 직사각형 반듯한 곳은 아니어서 공간 배치가 쉽지 않았지만, 달리 말하면 재미난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획일화된 투석실 느낌보다는 개방감이 좋고 답답하지 않은 투석실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상가는 내부 천장이 높아 공간이 넓어보입니다. (천장이 높다 보니 공사비는 더 들었습니다. 하지만 공간이 주는 개방감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한쪽 벽이 전체 유리 창으로 되어있어 햇빛이 강하지 않은 날에는 블라인드를 올려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북쪽 창으로는 멀리 수락산이 보입니다. 투석을 받는 동안 잠시라도 창밖을 바라보며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투석 환자분들이 답답하지 않고 쾌적하게 투석받으실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배치를 수없이 수정했습니다.
인테리어 대표님과 계속 치열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세부적으로 배치를 수정하여 최종 도면이 완성됩니다. 이 도면을 근거로 견적을 냅니다. 인테리어 견적을 내는 것도 4~5일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역시 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역시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나봅니다. 생각했던 예산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이 나왔습니다. 공사비가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견적서를 받아보니 실감이 났습니다. 견적을 의뢰했던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 비쌉니다. 견적이 가장 현실적이고 믿음이 가는 업체를 한 곳 정해 최종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차례 도면을 수정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드디어 2026년 7월 2일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직은 텅 빈 공간입니다. 하지만 투석 환자분들이 편안하게 투석을 받고, 의료진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을 상상합니다. 앞으로 이 공간이 하나씩 병원의 모습을 갖춰가는 과정을 이 블로그를 통해 계속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곧 이곳에서 만나게 될 환자분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한걸음 한걸음 나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