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첫 주가 지나갔습니다. 땀이나고 더워지는 계절입니다. 지난 주 투석실에서는 6월 정기검사를 했습니다. 역시나 이번 달에도 칼륨 수치가 상승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간혹 위험할 정도로 많이 상승하신 분도 계십니다. 평소 칼륨 관리를 잘 하시다가 이번에 수치가 많이 올라 무엇을 드셨는지 여쭤보면 역시 과일입니다. 특히 과일 중에서도 참외를 드셨다고 합니다. 거의 예외없이 참외를 드셨다고 말씀하신 분은 칼륨이 수직상승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참외는 정말 먹어서는 안되는 과일일까요?
실제로 참외의 칼륨 함량을 살펴보면, 아주 칼륨이 많은 과일은 아닙니다. 과일 100g 기준으로 칼륨이 많이 포함된 과일은 바나나가 대표적입니다. 바나나의 경우 100g 당 350~400mg 정도의 칼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키위나 멜론도 각각 300mg, 250mg 으로 높습니다. 사과는 95~100mg 정도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참외는 어떨까요? 100g 당 220mg 으로 칼륨 함량이 많은 과일 중 하나이지만 극도로 높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왜 참외를 드신 분들이 한결같이 모두 칼륨이 매우 높았을까요? (아래 근거는 모두 제 생각입니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니 참고로만 봐주세요.^^)
첫 번째, 참외는 한 번에 많이 먹기 쉬운 과일입니다. 사과 1개가 200g 이고 참외 1개는 300~400g 정도 됩니다. 사과를 1개 먹었다면 약 칼륨은 200mg 을 섭취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참외는 1개만 먹어도 약 600~900mg 정도의 칼륨을 섭취하게 됩니다. 같은 과일 1개라도 참외 1개는 그 무게감이 다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참외는 거의 수분으로 이루어진 과일이라 여름철 시원하면서 또 아주 단맛이 나는 과일이 아니어서 한 번에 많이 먹게됩니다. 1~2개 정도는 가볍게 먹게 됩니다. 그런데 주말 내내 하루 1~2개씩의 참외를 드셨다면? 주말동안 매우 많은 양의 칼륨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혈당 상승 효과 입니다. 참외에는 탄수화물이 약 20~30g 이 포함되어 있어 당분이 꽤 많은 과일입니다. 혈중 칼륨이 높을 때 응급실에서는 인슐린을 응급으로 투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혈당과 인슐린이 칼륨을 데리고 세포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혈액 속 칼륨 농도를 일시적으로나마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당뇨가 있는 환자에서는 인슐린 작용이 떨어져 있어 혈액 속 칼륨이 세포 안으로 이동하는 능력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양의 칼륨을 섭취해도 일부 환자에서는 칼륨 조절이 더욱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기억 편향 입니다. 칼륨이 높은 분들께 저 역시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 중에 하나가 과일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번달 칼륨이 왜 이렇게 높을까요? 혹시 특별히 드신 것은 없으세요? 과일 같은거요?” 그래서 실제 원인은 여러 음식들의 복합적인 영향일 수 있는데, 기억 속에는 참외만 강하게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참외는 칼륨 함량 자체만 보면 바나나보다 특별히 높은 과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투석 환자분들이 칼륨이 높아질 때 유독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참외가 위험한 과일이라서가 아니라 너무 먹기 쉬운 과일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시원하고 부담이 적어 한 번에 1~2개씩 먹게 되고, 며칠 동안 반복해서 먹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칼륨을 섭취하게 됩니다. 투석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특정 음식 하나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먹는가’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참외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름철 즐거움 중 하나인 참외를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지 말고, 다른 과일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양을 즐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름철이 되면 참외만큼은 특히 더 조심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