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아는 분이 투석을 받다 돌아가셨다.

 

 

최근에 새로 투석을 시작하신 분이 계십니다. 80대의 고령의 남자 환자분입니다. 투석을 거부하시다가 식사를 못하시고 구역과 구토, 기력저하가 심해 결국 응급실로 오셔서 투석을 시작하였습니다. 투석을 거부하신 이유는 형님이 투석을 하시다가 돌아가셔서 그 때 절대 투석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셨다고 합니다. 사연을 듣고 보니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사연을 가진 분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어르신 몇 분도 투석을 앞두고 있는데 한 분은 남편분이 투석을 하다가 돌아가셔서 본인은 절대 하지않겠다고 완강히 거부하고 계십니다. 또 다른 한 분은 아는 지인이 비슷한 경우를 겪어 본인은 그냥 죽으면 죽었지 절대 투석은 안하시겠다고 합니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투석은 정말 비인간적이고 고통스러운 치료같이 느껴집니다. 투석은 정말 '악독한' 치료방법일까요?

 

2022.08.04 - [투석실 이야기] 이제 투석을 해야한다고요?

 

[투석실 이야기] 이제 투석을 해야한다고요?

이제 투석을 해야한다고요? 혈압으로 정기적으로 외래에 오시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나이도 80대 후반, 고령이시고 3년전쯤에 콩팥 기능이 나빠져 다른 곳에서 진료받으시다가 오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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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을 하고 나서 돌아가셨다' 는 말의 숨겨진 진실

사실 투석환자의 사망원인 1등은 신장(腎,콩팥)탓이 아닙니다. 거의 대부분의 원인이 '심장(心)' 탓입니다. 콩팥은 연약한 장기입니다. 몸이 힘들면 콩팥은 금방 약해집니다. 하지만 콩팥을 대체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존재합니다.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따라서 양쪽 콩팥을 모두 떼어내더라도 생존+생활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심장은 강한 장기입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후까지 살아남으려고 버팁니다. 갖가지 백업시스템들이 존재합니다. 우리몸은 콩팥을 희생해서라도 뇌와 심장을 더 살리고 싶어합니다. 문제는 심장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가 없다는 점입니다. 심장 이식을 쉽게 할 수 있지도 않을 뿐더러 투석 같은 기계장치도 없습니다. (에크모 같은 체외순환장치도 있지만, 단순히 생존만 가능하게할 뿐, 생활은 안됩니다.) 심장을 돕기위해 투석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투석환자분들이 콩팥 때문에 잘못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또 투석을 하다가 혈압이 떨어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투석을 중단하면 됩니다. 대처가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투석을 시작했을 당시 심장기능이 이미 나빠진 상태입니다. 투석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혈관이 좋지 않다는 뜻이고 (콩팥은 미세한 혈관 다발) 혈관을 나쁘게 만드는 병이 과거부터 이미 존재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등) 그러면서 콩팥과 심장이 같이 나빠졌고 심장은 어쩔 수 없으니 놔두고, 콩팥에 대해서는 투석을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심장의 수명이 다해 삶의 긴 여정을 마치게 됩니다. 만일 투석을 미룬다면 몸에 수분이 축적되고 심장이 짊어지는 부담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요약하면 고령의 환자분이 투석을 시작하고나서 돌아가셨다면, 당시 심장기능이 이미 많이 나빠졌기 때문에 이로 인해 임종하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 투석을 제때 시작했더라면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어 심장기능을 좀더 오래 유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2020.09.15 - [투석실 이야기] 투석을 하면 좋은 점

 

[투석실 이야기] 투석을 하면 좋은 점

투석을 하면 좋은 점 대부분 투석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에는 부정적인 단어일 것입니다.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투박한 기계에 몸을 맡긴채, 혈액을 뽑아내고 넣어주는,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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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을 부드럽게 시작 할 수 있고 투석의 강도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분들이 투석을 시작하고 나서 그 모습을 보았을 때 '투석은 고통스러운 것이구나, 할것이 못되는 구나' 라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몸이 힘들어 투석을 시작하였지만, 투석을 시작했다고해서 모든 증상들이 확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투석을 하면서 (특히 호흡곤란, 부종이 심한 분들은 더욱 수분제거를 많이 하게됩니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게 될 수 있습니다. 투석 중 혈압이 떨어질 수 있으며, 두통이나 오심, 구토 등의 투석 불균형 증후군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투석 불균형 증후군이란, 높은 요독에 몸이 적응이 되어 있는데, 투석으로 갑자기 요독을 빼내버리면서 몸의 균형이 깨져 나타나는 불편한 증상들입니다. 특히 뇌세포가 삼투압 변화에 민감하므로 두통이나 구역, 구토 등의 증상이 생길 수있고 심하면 경련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점진적으로 투석의 강도를 높여가지만, 그래도 가벼운 투석불균형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식사를 못하시고 구토가 심해 투석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투석을 했는데도 계속 메스껍고 식사를 못한다면, 환자와 보호자분들의 기대는 곧 낙담으로 바뀌게 됩니다. '괜히 투석을 시작했네'라고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투석에는 적응기간이 필요합니다. 보통 1~2달 정도는 걸리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불편한 증상이 적응기간 이 후에는 많이 사라집니다. 이 때부터는 식욕이 샘솟기 시작하여 오히려 식탐을 걱정해야할 정도입니다. 이 시기에는 주로 "너무 식욕이 좋아져서 문제에요.", 의료진은 "체중이 너무 많이 늘어오세요. 조심해야 합니다." 등의 대화 내용이 오고갑니다. 체중도 늘어나고 체력도 늘어나서 적응기간 이 후 여행도 많이 다녀오시곤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 추석연휴를 앞두고 있는데, 벌써 제주도, 남해, 강원도 등으로 여행일정을 잡고 그 기간동안 여행지 근처 투석병원을 미리 예약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주변 지인들로부터도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 "붓기가 많이 빠졌네", "너 정말 투석받는 아픈 환자 맞어?"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투석은 기본 주 3회, 4시간씩 시행합니다. 투석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는 이러한 스케줄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투석을 바로 이렇게 시작하지는 않고, 오늘 한시간, 다음날 두시간... 이렇게 점진적으로 시간을 늘려나갑니다. 고령의 환자분이나 잔여 콩팥기능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분들의 경우 주 1회 정도로 순한맛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잔여 콩팥 기능이 소진되면 점차적으로 투석 횟수를 늘려나갈 수 있습니다. 또 투석 중, 투석 후 체력적으로 힘이 많이 든다면, 투석 기계의 여러가지 파라미터들을 변경하여 좀 더 수월한 투석이 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스위트홈, 투석실에서는 편한 마음으로 지내시되, 불편한 증상이 생기면 절대 참지 마시고 의료진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투석을 미루고 싶어하는 부모님, "나 절대 투석 안할거야", "그냥 죽을거야 냅둬!" 이렇게 말씀하시는 투석을 앞두신 분들께 설명드리는 내용입니다.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투석을 알맞게 시작했을 때와 투석을 시작하지 않고 미룰때. 각 선택에 따라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상상해봅시다.

 

시나리오1 : 베스트 초이스 - 투석을 제때 시작했을 때

콩팥 기능이 점차 나빠져 4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여러가지 약들을 쓰면서 콩팥이 나빠지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지만, 점점 기능이 떨어집니다. 이 시기 투석을 위한 준비로 가장 중요한 것이 투석을 위한 혈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갑자기 멀쩡한 팔에다가 수술을 한다고 하면 상당한 거부감이 들수있으나 이 장벽만 넘으면 됩니다. 흔히 생각하는 전신마취하는 그런 큰 수술은 아니고 간단한 수술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입원 없이 진행하기도 합니다.

 

혈관 수술 후 약 6~8주 정도가 되면 혈관이 도톰해지면서 밖으로 살짝 튀어나옵니다. 혈관이 준비가 되면 여기에 바로 바늘을 꽂아 투석이 가능해집니다. 투석을 해야할 시기가 되면 아주 자연스럽게 투석을 시작하면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투석을 처음 시작하면 대부분 '생각보다 투석이 별거아니구나' 라고 생각하십니다. 별다른 느낌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안정적으로 투석을 시작하였을 때 콩팥의 역할을 투석이 도와주는 셈이므로 남아있는 콩팥 기능을 더 오래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콩팥 세포 하나라도 내것이 좋습니다.

 

2022.12.27 - [투석실 이야기] 불충분한 투석이 지속되면 나타나는 증상

 

[투석실 이야기] 불충분한 투석이 지속되면 나타나는 증상

[투석실 이야기] 불충분한 투석이 지속되면 나타나는 증상 제대로 투석치료를 하지 않는 분 이 곳 투석실에 원래 주 3회 투석을 해야하나, 사실상 주 2회 투석을 하고 계신 두 분이 있습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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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을 미리 준비했을 때 장점은 매우 많습니다. 특히 카테터 삽관을 했을 때에 비해 장점이 많습니다. 우선 카테터보다 감염 위험이 적습니다. 또 카테터를 삽관하면 아무래도 혈관에 자극을 주다보니 나중에 그 혈관이 좁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혈관이 좁아지면 넓히는 시술을 자주 받아야 하니 아무래도 좋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되도록이면 처음부터 카테터를 삽입하지 않고 미리 혈관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2022.08.28 - [투석실 이야기] 카테터 대신 동정맥루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투석실 이야기] 카테터 대신 동정맥루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카테터 대신 동정맥루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만성콩팥병 4기, 곧 있으면 5기로 넘어가고 투석을 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어렵게 말문을 엽니다. "아무래도 이제 혈관을 미리 만드는게 좋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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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8 - [투석실 이야기] 카테터 대신 동정맥루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투석실 이야기] 카테터 대신 동정맥루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카테터 대신 동정맥루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만성콩팥병 4기, 곧 있으면 5기로 넘어가고 투석을 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어렵게 말문을 엽니다. "아무래도 이제 혈관을 미리 만드는게 좋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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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2 : 워스트 초이스 -  투석을 미루었을 때

콩팥 기능이 점차 나빠져 4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여러가지 약들을 쓰면서 콩팥이 나빠지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지만, 점점 기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할 증상은 없습니다. 투석을 준비하자는 말과 함께 혈관을 만들라는 권유들 받지만, 영 내키지 않습니다. 그냥 버텨보겠다고 합니다.

 

수 개월이 지난 어느 날 점차 기력이 떨어지고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나고 전혀 음식을 드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이 병원에 가자고 재촉하지만 완강히 거부합니다. 그러다가 의식이 혼미해진 상태로 발견이 되어 119 구급대 앰뷸런스를 타고 응급실로 도착합니다. 혈액 검사에서 요독수치가 매우 높아 있고 전해질도 불균형한 상태입니다. 특히 칼륨이 높았고 심장 부정맥도 발생했습니다. 혈압도 약합니다. 즉시 응급 투석이 필요한 아주아주 응급상황입니다.

 

하필이면 지금 시각은 토요일 새벽입니다. 의료진도 많이 없고 당직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시간대입니다. 투석을 위해서 카테터 삽관이 필요합니다. 응급상황이므로 그냥 침대에서 바로 삽관하기로 합니다. 허벅지 쪽에다 카테터를 삽관하기로 합니다. 이 방법은 특별한 장비가 필요없어 지체없이 바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허벅지쪽은 균이 많은 위치이므로 오래 쓸 수 없습니다. 주말까지는 이 카테터로 투석하기로 하고 월요일이 되면 어깨쪽으로 카테터를 새로 삽관하기로 합니다. 그러면 허벅지쪽 카테터는 제거할 것입니다.

 

2020.09.26 - [투석실 이야기] 응급 투석이란? 24시간 투석이란?

 

[투석실 이야기] 응급 투석이란? 24시간 투석이란?

응급 투석이란? 24시간 투석이란? 응급 투석이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급하게, 빨리, 즉시 투석을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언제 응급투석을 하나요? 몇 가지 상황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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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쪽으로 성공적으로 카테터를 삽관했습니다. 그러나 굵은 관이 들어가는 것이라 이미 삽관된 주변 피부로 멍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직 의식은 혼미한 상태입니다. 일반병실로 입원할 수 없고 중환자실로 입원해야 합니다.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투석을 하면서 칼륨 수치를 낮추고 요독을 제거해야 합니다. 

 

중환자실에서 응급 투석을 시작하고 수시간뒤, 의식이 회복되었습니다. 컨디션도 점점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에게 중환자실은 지옥입니다. 일단 침대에서 마음대로 내려올 수가 없습니다. 여러가지 수액줄이 달려있고 허벅지에는 굵은 관이 꼽혀있습니다. 움직이다가 관이 빠지면 안되므로, 조금만 발버둥치면 팔, 다리를 묶어 고정시킵니다. 화장실도 내 마음대로 못갑니다. 기저귀에 대변을 봐야하고 소변을 봐야 합니다. 감옥이 따로 없고 고문이 따로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띠, 띠...' 하는 기계음이 계속 들려옵니다. 밤이 되었는데도 불을 끄지 않습니다. 머리 위 조명은 밝게 켜져있습니다. 운이 나쁘게도 옆 환자가 이상한 사람입니다. 아까부터 소리를 계속 지르다가 무슨 주사를 맞고는 곤히 자고 있습니다. 맞은 편 환자는 상태가 심각한 가봅니다. 갑자기 소란이 나더니 의료진 여러명이 달려와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 며칠만 더 있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일반병실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다음날 저녁에서야 일반병실에 배정되어 올라갔습니다. 카테터를 어깨 위치에 새로 삽관하고 허벅지에 있던 카테터는 제거했습니다. 허벅지에는 지혈이 잘 안되었는지 멍이 시퍼렇게 들어있습니다. 아직도 카테터를 삽관했던 다리가 욱씬거립니다. 새로운 관을 삽관한 부위도 마취가 풀리니 욱씬거립니다. 내일 모레에는 혈관을 만드는 수술을 한다고 합니다. 수술하더라도 바로 혈관을 쓸 수 없으니 카테터 2달은 달고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때까지 목욕도 마음대로 못합니다. 아... 벌써부터 집에 가고 싶어집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혈관 수술해둘껄... 미리 투석을 할 껄...' 후회가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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