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투석을 하면 좋은 점
- 00_투석실 이야기
- 2020. 9. 15.
투석을 하면 좋은 점
대부분 투석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에는 부정적인 단어일 것입니다.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투박한 기계에 몸을 맡긴채,
혈액을 뽑아내고 넣어주는, 공상과학에서나 나올법한 장면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는 상상...
그리고 혈액투석환자의 팔에 울끈불끈 솟아있는 동정맥루를 처음보면
익숙하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깜짝 놀라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어 투석의 좋은 측면에 대해서 언급해보고자 합니다.
실제로 투석을 하게되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요독제거, 잔여수분제거 등 콩팥을 대체하는 치료 효과는 논외로 하고,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보겠습니다.
만일 이 시각, 투석을 시작해야할지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그 결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비로소 약을 먹을 수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콩팥 기능이 나쁘기 때문에 복용할 수 있는 약에 제한이 있습니다.
특히 콩팥을 손상시킬 수 있는 진통제 성분이 그렇습니다.
(참고 : 콩팥이 걱정된다면 진통제는 타이레놀을 드시면 됩니다. 타이레놀은 간을 통해 대사되므로, 콩팥의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단, 간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약국이나 병원에서 쉽게 사용하는 특정 진통제 (NSAIDs 계) 는 콩팥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만성콩팥병이 있는 분들 대부분은 연세가 있으신 분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령의 그 분들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무릎 통증, 허리 통증을 많이 호소하십니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관절염에 잘 듣는 진통제를 처방하고 싶지만,
그러한 진통제는 콩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콩팥 기능 1%가 소중한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사용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쩔 수 없이 효과가 덜한 안전한 진통제를 사용하는데,
투석을 시작하시면 좋은 약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투석이라는 약물의 배출 수단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경우로, 투석을 시작하면 조영제가 들어간 CT 를 찍을 수 있게 됩니다.
조영제를 사용한 CT 는 우리 몸에서 암 같은 심각한 질환을 찾아내는 좋은 검사입니다.
하지만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우 CT 조영제가 콩팥에 손상을 주므로 촬영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투석을 시작하게 되면, 조영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실제로, 투석 후에 검진 목적으로 촬영한 조영제 CT 에서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투석 전에는 검사를 하고싶어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2. 혈당이 낮아진다.
당뇨는 우리나라 투석의 원인 질환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는 슬픈 병입니다.
보통 당조절을 위해 인슐린 주사를 포함한 많은 약을 복용하기 마련인데,
투석을 하면 투석기를 통한 혈당 소실이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혈당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부 환자분들은 투석을 시작하고 인슐린을 끊거나, 복용 중인 당뇨약을 줄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은 당뇨 환자분께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병원에 자주 오고, 검사를 자주 한다.
아마 이 점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투석을 하게되면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자주 옵니다.
주 3회 투석을 하게되니 말입니다. (복막투석은 아닙니다. 보통 한달에 1번 병원에 옵니다.)
제 경험상, 많은 경우에서 증상이 있는데도 병을 묵히고 묵히다가
병이 상당히 진행되고 나서야 병원에 오시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우리 몸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병이 진행되고나면,
잘 고친다고해서 그 전 컨디션으로 완벽히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특히 고령의 환자에게서 그렇습니다.
자녀분들은 도시에 살고, 그들의 부모님은 멀리 시골에 사시는 경우...
자식한테 폐를 끼칠까 걱정되어 증상이 있어도 참고 참다가
뒤늦게 병원에 오시고, 말기 암을 진단받는 경우가 흔한 예입니다.
그런 경우를 자주 보게되니, 잔병이 많아 병원을 자주 다니시는 분들이 더 나아보입니다.
투석을 시작하게 되면, 주 3회 병원 방문은 물론
회진때 증상을 이야기하면, 그 자리에서 의료 상담을 비롯한 진료가 가능하고
약이나 주사 처방이 가능합니다.
또한 매번 투석시 혈압을 재고, 혈당을 잽니다.
(혈압이나 혈당 이상을 빨리 알아챌 수 있습니다.)
게다가 1달에 한 번 혈액검사를 하고,
6개월마다 심전도를 찍고, 3개월마다 흉부 X-ray 를 찍으니,
기본적인 검사들을 원하든, 원치않든 하게되는 셈입니다.
그러면 우리 몸의 중대한 질환이 생겼다면,
조기에 알아차릴 수 있음은 물론
스스로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왜 요새 혈압이 높지? 왜 요새 혈당조절이 안되지? 라고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운동하세요. 짜게드시지 마세요. 콜레스테롤이 높아요. 이번에 간수치가 높네요. 등등 본인의 혈액 검사수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리를 하게 됩니다.
단, 여기서 말씀드릴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매달 피검사를 하니, 모든 검사를 다 한다고 잘못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아쉽게도 이러한 혈액검사로는 암을 찾아내지는 못합니다.
투석실에서 혈액검사를 하는 이유는, 말기 콩팥병으로 인한 합병증인 빈혈, 전해질이상, 부갑상샘 기능항진 등을 찾아내어 약을 처방하고 교정하기 위한 것이지, 건강검진 목적은 아닙니다.
따라서 암 검사는 따로 받으셔야 합니다.
특히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이 중요하고, 가끔 1~2년에 한번은 가슴과 복부 CT (조영제 포함) 를 촬영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4. 투석환자에게는 여러가지 복지혜택이 있다.
투석을 받게되면 여러가지 복지혜택의 대상자가 됩니다.
제일 대표적인 것이 산정특례 적용과 장애인 등록입니다.
산정특례가 되면, 투석과 관련된 처방, 처치 비용이 보험가의 10% 만 내면 됩니다.
투석환자와 관련된 복지혜택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해주시면 되겠습니다.
2020/05/20 - 만성콩팥병 환자가 알아두어야 할 복지정보
2020/03/10 - 만성신부전 투석환자 복지 혜택 정보
투석이라는 치료는 콩팥을 대체하는 획기적이고 중요한 치료입니다.
투석에 지나친 거부감이나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투석실을 들여다 보세요.
처음에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붉게 피가 맺힌 관들이 낯설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오랜 시간을 머물다보면,
투석실도 똑같이 사람이 지내는 평범한 장소라는 것을 알게될 것입니다.
투석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고통을 주고, 단지 연명치료를 만을 위한 치료방법이 아닙니다.
투석은 콩팥이 기능을 못하더라도 일상생활을 충분히 가능하게 하는 치료방법 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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