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이야기] 투석받으시는 분들이 약이 많은 이유 (updated)

투석실에서 한 환자 분이 제게 묻습니다. “선생님, 왜 저는 약이 이렇게 많은가요?” 투석하시는 분들은 드시는 약이 참 많습니다. 보통 7~8가지는 되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약이 하루 2~3회를 드시니 하루에 10알이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왜 투석하시는 분들이 약이 많을까요?​

1. 투석을 하는 것 만으로 시작되는 기본 투석 약제
​신장 비타민

혈액투석 시 빠져나가는 수용성 비타민을 보충해주기 위한 비타민제가 있습니다. (레날민, 네로민, 네프비타 등)​

조혈주사

투석하시는 분들은 신장 기능이 나빠 조혈호르몬 분비가 적어지고 적혈구 생성이 감소하여 빈혈이 유발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조혈주사를 맞습니다. 조혈주사는 종류에 따라 1주일에 여러 번 나누어 맞는 주사 (에포카인 등), 주 1회 맞는 주사 (네스프), 1달에 1회 맞는 주사 (미쎄라)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사가 아닌 경구약제로 바다넴 (vadadustat) 이 출시되어 일부 환자에서는 조혈주사를 대신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철분제

조혈호르몬을 주사하더라도 혈액을 만드는 재료인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철분제도 복용합니다. (훼로바유 등)

이뇨제

또 소변이 나오는 분들은 소변량 확보를 위해 이뇨제를 복용하기도 합니다. (라식스 등) 이뇨제의 경우 사람마다 복용량과 그 종류가 다를 수 있습니다.​

2. 전해질 불균형을 막는 약제

신장은 전해질을 균형있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해질에는 나트륨, 칼륨, 칼슘, 인, 요산, 마그네슘, 염소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전해질 균형은 신체 유지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신장이 망가지면, 전해질의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는데 그 중 특히 중요한 것이 칼륨과 인입니다.

칼륨약

특히 혈액에 칼륨이 많아지는 고칼륨혈증이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음식 (야채, 과 등) 섭취로 칼륨이 흡수되고 배출이 잘 되지 않아 혈중 칼륨 농도가 상승하면 심장 근육에 영향을 주어 치명적인 부정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음식을 드실 때 지나친 칼륨 흡수를 막기 위해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카리메트, 카로스, 카슈트, 아가메이트, 네스티칼 등)

​최근에는 아스트라제네카에서 로켈마가 출시되어 칼륨약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아쉽게도 로켈마는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약이 비싸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매일 복용하지 않고 격일로 조절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로켈마 (Lokelma, Sodium zirconium cyclosilicate) – 손닥터

인약

인은 견과류, 유제품(특히 치즈), 곡류, 밀가루음식, 인공합성 조미료, 가공육류(베이컨, 소시지 등), 탄산음료 등에 많이 들어있습니다. 인이 높아지면 뼈를 약하게 하고 칼슘과 결합하여 혈관, 심장에 석회화를 유발하여 혈관이 딱딱해지고, 심장 기능에도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인이 높다고 해서 당장 증상은 없습니다. 그러나 5년, 10년뒤에는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음식 속 인의 과도한 흡수를 막기 위해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탄산칼슘, 초산칼슘, 렌벨라, 인벨라, 포스레놀, 벨포로, 네폭실 등)​

3. 부갑상샘 호르몬을 억제하는 약

투석을 하시는 분은 소변으로 인 배출이 감소되며, 신장에서 활성화 되는 비타민 D 의 활성도 떨어집니다. 비타민 D는 장에서 칼슘과 인의 흡수를 촉진시켜 뼈를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입니다. 인이 높고, 비타민 D의 활성이 떨어지므로 칼슘이 저하될 수 있는데 이때 작용하는 호르몬이 부갑상샘 호르몬입니다.​

부갑상샘은 갑상샘 뒤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호르몬 분비 기관입니다. 혈액 속 칼슘이 부족함을 감지한 부갑상샘은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이 호르몬은 뼈 속 칼슘을 혈액으로 이동시키게 됩니다.​

부갑상샘 호르몬은 칼슘 부족 상황에 대비하여 칼슘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좋지 않습니다. 혈액 속으로 나온 칼슘으로 인해 혈관이나 심장 판막 등에 석회화가 진행될 수 있고 뼈가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갑상샘 호르몬 분비가 과도하다면 그것을 억제할 약이 필요합니다. (베네프, 시나세트, 레그파라, 본키, 젬플라, 올케디아 등)​

4. 신장 기능부전을 일으킨 원인 질환에 대한 약제

신장은 노화에 의해 서서히 나빠지지만, 특정 만성 질환이 있으면 콩팥 기능은 더욱 빨리 나빠지고 투석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러한 병에 대표적인 것으로 당뇨와 고혈압이 있습니다. 당뇨가 있으신 분은 당뇨약이나 인슐린을 사용하여 혈당을 조절해야합니다. 또 고혈압이 있으신 분은 혈압약을 드시면서 적정혈압을 유지해야 합니다.​

또 심장 기능이 좋지 않아 투석을 시작하는 분도 있습니다. 펌프 역할을 하는 심장이 나쁘면 콩팥으로도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콩팥 기능이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심장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약, 특히 심부전의 흔한 원인 중 하나가 심근경색이므로, 심근경색 이 후 재발을 막기 위한 약들을 드셔야 합니다. (아스피린 등 항혈소판제, 콜레스테롤 약, 심부전 약 등)​

5. 항혈소판제나 와파린 등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약제

투석을 받으시는 분들은 심장이나 혈관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를 처음부터 복용하고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또 투석을 위한 혈관 통로인 동정맥루 수술시 자가혈관이라도 혈관상태가 좋지 않거나, 인조혈관을 사용한 경우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를 복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이 있을 때는 와파린 (쿠파린), 자렐토, 엘리퀴스 등의 항응고제도 복용합니다.​

6. 변비약, 위보호제, 소화제 등

앞서 설명드린 칼륨약이나 인약 등 많은 약들이 변비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신장기능이 저하되고 전해질 불균형이 있을 때 장운동이 약해지고 이로인해 변비 및 위장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어쩔 수 없이) 변비약과 소화제를 같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듀락칸 등) 그리고 아스피린 등 여러 약제는 위를 자극하므로, (위 점막(보호막)을 약하게 만듭니다.) 위보호제를 같이 추가하기도 합니다.

투석 받으시는 분들이 기본적으로 드시는 약들이 참 많습니다. 여기에 개인별로 추가적인 증상과 질환에 따라 약이 더 늘어납니다. (진통제, 당뇨신경병증, 하지불안증후군, 수면제, 치매약, 고지혈증약 등등)

​약이 참 많지만 위와 같이 복용 약에는 그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투석받으시는 분이라면 본인이 무슨약을 드시는지 알고 계셔야 투약 사고를 막을 수 있고, 복약 지도시 의료진과 소통이 더욱 원해질 것입니다.

​투석 환자분들의 약봉투는 늘 두껍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단순히 약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빈혈을 막고, 심장을 보호하고, 뼈를 지키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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