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환자의 보호자도 환자
- 00_투석실 이야기
- 2024. 1. 18.
외래 투석실을 다니는 환자분들의 경우 대부분 거동하는데 큰 무리가 없는 분들이 대다수 입니다. 일부 혼자서 거동이 힘든 분들은 보호자와 같이 오시는데, 보호자의 대부분은 환자분의 배우자입니다. 그 외 자녀, 형제,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분이 병원을 오고 갈때 보호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환자분의 연령이 고령이다보니, 그 배우자분 역시도 고령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병원을 오가실 때 자주 뵙는 그 분들의 건강 역시 염려될 때가 많습니다.
#1.
70대 환자분의 남편분입니다. 담배를 무척 많이 태우시는 분인데, 다른 병원 건강검진 때 엑스레이에서 폐결절이 보인다고 하여 폐암일까 노심초사 했던 추억도 있습니다. 매번 뵐 때마다 금연하시라고 권유드리지만, 금연에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보통 부인(환자)분이 투석하는 4시간 동안 대기실 의자에서 TV를 보고 계시는데, 어느 날 대기실에 숨을 몰아쉬며 누워계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새벽에 너무 숨이차서 119를 부르려고 했는데 겨우 진정이 되어 부인(환자)을 데리고 늦게 오셨다는 것입니다. 숨쉬는 모습부터 표정까지 이전과는 크게 달랐습니다. 청진기를 등에 대자마자 쌕쌕거리는 소리가 울립니다. 급하게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폐렴이 있었고 이로 인한 천식발작도 동반된 상태였습니다. 서둘러 천식에 대한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폐렴치료를 병행하였습니다.
#2.
또 다른 70대 환자분의 남편분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부인을 위해 휠체어를 끌고 투석실로 데려다주십니다. 다른 병원 진료시에도 항상 두 분이 같이 다니십니다. 남편 없이 혼자서는 밖을 다니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다르게 남편분의 건강도 많이 좋지 않습니다. 심장이 좋지 않아 다리가 부어있고 콩팥까지도 점점 나빠져서 이제 투석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가끔 호흡곤란과 부종때문에 진료실로 찾아오셔서 이뇨제와 조혈주사를 처방해드리곤 합니다. 조만간 혈액투석을 시작해야 할 수 있어서 투석을 위한 혈관 수술도 이미 권유받은 상태입니다. 두 분 모두 혈액투석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됩니다.
#3.
70대 후반 환자분의 아내분입니다. 남편분은 심장이 약해 숨이 찰 때가 많고 투석 중에도 혈압이 자주 떨어집니다. 게다가 당뇨가 오래되어 작은 상처도 쉽게 낫는 법이 없습니다. 최근에도 발에 찜질을 하다 화상을 입어 생긴 상처가 낫지 않아 고생입니다. 아내분은 남편의 투석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집에 돌아가십니다. "집에서 몰래 귤을 먹어서 혈당이 이모양이에요.", "어제 인슐린을 너무 많이 맞아서 당이 떨어졌어요." 매번 남편을 일러바치지만, 사실 아내분의 당뇨가 더 심합니다. 아직 투석을 해야할 만큼 콩팥 합병증이 온 것은 아니지만, 꽤나 많은 양의 인슐린을 사용하고 있는 오래된 당뇨 환자분입니다.
투석하는 분이면 매달 혈액검사도 나가고 조금만 이상하면 추가 검사도 해서 문제는 없나 살펴보려 하지만, 보호자분의 건강은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제나 지금처럼 환자분과 함께 오시겠지', '계속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이겠지' 라고 은연 중에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호자 분의 건강이 무너지면, 투석을 받으시는 환자분 또한 무너질 수 있습니다. 당장 투석을 정해진 스케줄에 맞추어 오시기 어려울 것이고 심리적인 데미지 매우 커서 신체적인 증상이나 질병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기실에서 만나게 되는 나이 많은 보호자분들께, 건강검진은 제때 잘 받으시는지 신경써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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